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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InterestingFact

IF011 : 피암시성, 가스라이팅과 다른 점

by 구루퉁 2021. 6. 29.

암시라는 말의 뜻을 알아보면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를 하고 있다. 

 피암시성은 암시에 피를 붙인 단어이다. 피(被)는 한자어로 입을 피, 뜻은 당하다, 씌우다, 덮다, 받다 등의 의미로 쓰인다.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에는 '피해자'가 있다. 그러니 피암시의 뜻을 유추해 보면 암시를 당한다는 의미가 되지 않겠는가. '피암시'는 심리학, 최면분야에서 두루 사용되는 말이다.

 피암시성의 정의는 위의 내용처럼 외부에서 들어온 암시를 받아들여 마치 자신의 기억인 것처럼 보고하는 것이다. 요즘들어 부쩍 많이 들어본 단어 '가스라이팅'과 유사하다. 잠깐 가스라이팅의 정의도 살펴보자. 가스라이팅 (Gaslighting)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이다. 1938년 패트릭 해밀턴 작가가 연출한 스릴러 연극 <가스등 Gas Light>에서 유래된 '정신적 학대'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이다. 피암시성과 가스라이팅이 다른 것은 바로 '정신적 학대'에 있다. 

 피암시성 편향은 어떤 사건을 자발적으로 잘못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영향을 받아 생기는 기억왜곡 현상이다. 변호사나 사건을 취조하는 형사가 유도신문을 하는 경우에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몰고간다. 예를 들면 실수로 물을 흘렸다고 가정해보자. "그 때 왜 그러셨죠?"라고 물어보면 우리는 물을 흘린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질문을 조금 달리 해보자. "그 때 물을 일부러 흘리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 양이 조금 많았죠?" 라고 물어본다면 앞의 일부러 흘리지 않았다는 고 말을 하는 점에서 질문의 공격성을 느끼지 않게 되고, 바로 이어서 양이 조금 많았는가를 떠올리면서 사람에 따라서는 양이 많다고 볼수도 있다는 생각, 또는 물의 양이라는 것이 많고 적음은 너무나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많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몇 번의 질문이나 다른 이야기들이 오고 가면서 물을 흘린 양은 많았던 것 같다에서 많은 것으로 되어버린다.

 의식은 분석적이고 비판적이 특성이 있다. 일반적인 각성상태에서는 의식의 작용이 왕성해서 외부자극에 비판적으로 반응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피암시성은 무의식을 건들인다. 무의식은 무비판적이다. 그렇기에 암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다.

 이 피암시성은 광고에서도 잘 활용이 되곤 한다. 광고음악이 좋은 이유를 생각해보자. 대중들이 좋게 느끼는 음악에 기업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작업이다.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해당 기업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 노래가 마음에 들 수록 해당 기업의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바뀐다. 

 반면 가스라이팅은 이런 피암시성을 부정적으로 활용하여 상대를 지배하려고 한다. "네가 너무 예민한거야."라거나, "나 아니면 누가 널 만나주겠니?"와 같은 것이다. 반복적으로 이런 말들을 듣게 되면 '내가 정말 예민한가?' 의심이 들게 되고 자존감과 판단 능력을 잃게 된다. 이 때 피해자의 요구나 감정을 하찮게 여기거나 실제로 발생한 일을 잊은 척하는 등의 경시, 망각 행위가 거부, 무시 등으로 점진적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의심하고 판단에 혼란을 겪게 된다.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사회적으로 고립이 되면 피해자는 가해자의 생각에 동조하게 된다. 

 피암시성은 권위가 높은 사람이 행할 수록 더 잘 먹히는데 가스라이팅도 유사하다. 권위가 높거나 친밀한 사람일 수록 가스라이팅이 잘 먹힌다. 그래서 가스라이팅의 가해자는 대부분 가정, 학교, 연인, 군대, 직장 등의 밀접하거나 친밀한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본인도 모르게 가스라이팅을 하는 경우들도 생겨난다. 예컨대 부모님이 자식에게 하는 가스라이팅이 있다.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너는 착한 아이잖니.", "너를 낳은 내가 죄다." 등의 표현들이 해당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길 바란다. 나 또한 아내에게 '너는 너무 예민해.'라고 말하곤 했는데 가스라이팅과 피암시성에 대해 알아보면서 앞으로는 절대 그런 말들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믿는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과연 그 믿음에 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좋지 못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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