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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InterestingFact

IF009 : 바넘효과, 이 점쟁이 용한데?

by 구루퉁 2021. 4. 28.

  아내와 나는 사주풀이를 좋아한다. AI를 연구하는 대학원 박사 지인은 이 사주풀이를 빅데이터로 생각하는데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사주는 태어난 연, 월, 일, 시에 해당하는 천간 4글자와 지지에 해당하는 12간지 중 4개 글자를 합하여 총 8글자로 천간과 지지를 하나의 기둥으로 보아 4개의 기둥이라 하여 사주가 된다. 

 천간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글자, 지지는 자축인묘신유술해진사오미 12글자. 60글자가 나오는데 이것이 또 4개의 기둥으로 나눠지니 경우의 수가 어마어마하다. 연주 60자 X 월주 12자 X 일주 60자 X 시주 12자를 조합하면 518,400개의 경우의 수가 나오는데 이것을 또 남녀로 나누면 1,036,800가지의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신년운세는 이 경우의 수에 10년을 주기로 오는 대운과 해당 년도의 글자인 세운, 예컨대 올해는 '신축'년이다. 신축이라는 글자를 대입해서 운세를 본다. 여기에 월마다 일마다 글자가 달라지는데 '오늘 일진이 않좋다.'는 말은 일에 해당하는 글자가 나의 사주와 조합해서 보았을 때 좋지 않다는 뜻이다.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길흉화복을 점치는 운세라는 것이다. 사주풀이, 해석은 학파마다 조금씩 다르고 풀이하는 사람마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보느냐에 따라 또 다르게 풀이를 한다. 용하다는 점쟁이, 사주풀이는 이 글자들에 대한 해석에 달린 것이다. 

 그런데 바넘효과라는 것이 있다. 

바넘효과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잇는 심리나 성격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성향이다. 한마디로 주관적 타당화(Subjective Validation) 편향이다. 바넘효과라는 말은 서커스 단원이었던 바넘(P.T.Barnum)의 이름에서 유래했지만, 정작 그의 행적은 이 효과와 상관이 없고 폴 밀(Paul E. Meehl)이라는 심리학자가 그 이름을 사용하면서 바넘 효과 개념을 소개한 것이 오늘 날까지 이어져 정착되었을 뿐이다. 바넘 효과는 이를 실험으로 증명한 학자인 포러의 이름을 따서 '포러 효과(Forer Effect)'라고도 한다.


 1949년 미국의 심리학자 버트럼 포러 Bertram R. Forer는 성격검사 결과를 활용해 한 가지 실험을 했고 한다. 간단한 실험이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한 번 해보시길 권한다. 

당신은 다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하고 존경해주길 바라는 욕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당신은 자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격에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결점은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숨겨진 훌륭한 재능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당신은 잘 절제할 수 있고 억제력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걱정도 있고 불안정한 점도 있습니다.
때때로 '올바른 결단을 내린 것일까? 올바른 행동을 한 것일까?'하며 깊이 고민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변화와 다양성을 좋아하고, 규칙이나 규제에 묶이는 것을 싫어합니다.
스스로 다른 사람의 주장에 충분한 근거가 없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잇는 독자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 여기며 자랑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때는 외향적이고 붙임성이 좋지만, 가끔은 내향적이고 과묵한 대도 있습니다. 
당신이 가진 희망 중의 일부는 좀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

 여러분의 성격검사 결과지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여러분은 성격검사를 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내용을 읽으며 자기 성격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 사람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바넘효과라는 것이다. 

 포러는 성격검사를 한 뒤에 실제 검사 결과와는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위의 내용으로 검사결과지를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성격과 잘 맞는지에 다라 0에서 5까지의 점수를 평가해 달라고 했다. 실험결과 평균 4.26의 점수가 나왔다. 자기 성격을 잘 짚어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 실험에서 권위에의 호소 편향 Appeal to Authority Bias(권위 있는 사람이 주장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는 현상)이 배제되었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실험 참가자가 스스로 자기에 맞게 재해석하며 애매한 내용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일반적인 정보가 주어졌을 때 바넘효과는 그 힘을 발휘한다.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를 보고 자신의 운명과 딱 맞다고 생각하게 하는 힘이다. 86년생 호랑이띠 오늘의 운세를 생각해 보자. 전세계에 있는 86년생 호랑이띠는 몇명일까? 그들이 오늘 모두 동일한 운명을 겪게 되는 것일까? 

Photo by Viva Luna Studios on Unsplash

 아내는 친구들 사이에서 타로를 잘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타로를 보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타로리더로 타로카드를 해석하고 점을 치는 것을 잘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나도 잃어버린 물건을 타로점이 알려주는 대로 따라 가서 찾은 적도 있다. 우연일까? 아니면 우리가 아직 밝혀내지 못한 어떤 우주의 신비한 힘이 있는 걸까? 바넘효과를 생각해 본다해도 제법 잘 맞춘다. 어쩌면 내가 믿고 싶은대로 믿는 확증편향일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를 바넘효과로 보고 어디까지를 점으로 보아야 할까. 운명이니 인연이니 하는 것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런 것을 없다고 치면 세상이 너무 딱딱하게 느껴진다. 나는 차라리 이런 운명이나 점괘가 실제하면 좋겠다.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면 세상은 좀 더 심플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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