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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의 기록/뜨리의 슬기로운 OTT 라이프

드라마 : 상견니(想见你) (뜨리의 슬기로운 넷플생활)

by 구루퉁 2022. 1. 20.

운명을 믿나요?
드라마 <상견니>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건 순전히 배우 때문이었다.
제목이 간결해 어쩐지 기억에 남은 드라마 <상견니>를 온라인에서 몇 번이고 추천 받은 일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중화권 드라마가 그러하듯 해당 드라마 역시 의미를 풀이하지 않고 한자 독음만을 갖다 붙여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제목의 뜻이 ‘네가 너무 보고 싶어’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도 뻔하디 뻔한 신파 멜로드라마일 것 같아 썩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운명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별생각 없이 여느 때처럼 SNS를 하던 나는 그만 치여 버리고 만 것이다. <상견니>의 남자 주인공을 맡은, 대만 출신 배우 ‘허광한’에게.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최애가 내게로 왔다.

그를 알게 된 뒤로 나는 나의 이상형을 설명하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취향에 들어맞는 외양을 가졌기 때문이다. 서글서글한 생김새하며 소년미 넘치는 목소리, 세상 무해한 미소까지 너무도 해사한 그에게 홀려 나는 <상견니>를 시작했다. 솔직히 3화까지는 전개가 느리고 중화권 드라마 특유의 유치함이 묻어나 허광한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드라마를 2부쯤에서 꺼버렸을 것이 분명하다. 그의 얼굴 덕분에 나는 4화까지 어찌 저찌 버틸 수 있었고, 덕분에 이 드라마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타임슬립 로맨스물인 <상견니>는 오랜 연인인 ‘왕취안성’을 사고로 잃은 여자 주인공 ‘황위쉬안’이 카세트테이프로 그와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들으며 전혀 다른 시간대로 타임슬립을 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황위쉬안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지닌 과거의 인물 ‘천윈루’의 몸에 들어가 자신의 남자친구와 꼭 닮은 ‘리쯔웨이’를 만난다. 하지만 리쯔웨이는 왕취안성이 태어나 살아가던 때보다 더 앞선 타임라인에 있는 사람이기에 같은 사람일 리 없다. 천윈루 또한 황위쉬안과 같은 얼굴을 지녔지만 시간적으로 앞선 시대의 인물이다. 리쯔웨이-왕취안성, 천윈루-황위쉬안. 이 네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얽혀있는 것일까?

드라마는 이 복잡한 관계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 과정에서 앞선 회차의 ‘떡밥’들이 회수되고 비로소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도 끝도 없이 지독하게 얽혀버린 네 사람(혹은 여섯 사람)의 운명이 드러난다. 황위쉬안은 어떤 그림인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이 퍼즐을 맞출 수 있을까? 족쇄처럼, 또 기적처럼 엮여버린 네 사람의 운명의 고리는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지게 될 것인가?

돌아갈 수 없어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 그때 그 시절이었기에 더욱 눈부셨던 사랑.

우리가 일반적으로 대만 드라마/영화하면 떠올리는 그런 감성을 <상견니>는 충실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상견니>는 비슷비슷한 대만 청춘 로맨스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독특한 문법과 서사를 시즈닝처럼 가미한, 전에 없던 색다른 타임슬립 로맨스다. 뿐만 아니라 <상견니>는 흔히 타임슬립물에서 용두사미격으로 내세우는 ‘열린 결말’의 오류나 뒷이야기의 상당부분을 시청자들의 상상에 맡겨버리는 ‘직무유기’의 오류를 범하지 않는, 웰메이드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러니 드라마 중반에 이르면 슬며시 고개를 드는 ‘아니, 도대체 어쩌려고 이러지?’ 같은 걱정은 내려놓으시라.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여 꽉꽉 닫힌 결말을 선보이고, 에필로그를 통해 운명적인 엔딩을 직조해내는, 작가의 투철한 직업정신을 마음 놓고 즐기시라. 더불어 귀엽고 멋지고 애틋하고 사랑스럽고, 하여간 다 하는 나의 최애도 함께 봐주시라.

약간의 스포를 하자면 <상견니>는 결국 리쯔웨이와 황위쉬안, 두 사람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이고, 타임슬립을 하는 이는 황위쉬안과 리쯔웨이 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너무 흔해져 버린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비틀어 신선한 서사를 선보이는 <상견니>. 이 드라마의 예측할 수 없는 서사를 숨 가쁘게 따라잡다보면 어느 새 당신도 드라마 수록곡 중 하나인 ‘Last Dance’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상친놈’(상견니에 미친 놈의 줄임말)이 되어있을지 모른다.

<상견니>를 아직 보지 않은 당신은 당첨이 거의 확실한, 긁지 않은 복권을 가진 사람이다. 우연처럼, 운명처럼 내 삶에 배우 허광한이 들어왔듯 우연처럼, 운명처럼 당신도 <상견니>를 만나기를. Someday or One day.


(+) 3n년 동안 수많은 장르를 덕질해 온 나는 덕질도 타이밍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점(22년 1월)에 이 글을 읽는 당신, 지금 <상견니>를 시작한 당신에게는 ‘성덕’(성공한 덕후)이 될 기회가 충분하다.

지금 입덕하면 그동안 수많은 상친놈들이 기약 없이 기다렸던 ‘상견니 DVD 디럭스 한정판’은 물론 각종 굿즈까지 공식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까닭이다. 영화사 <AUD>에서 22년 1월 23일 자정까지 허광한(리쯔웨이), 가가연(황위쉬안), 시백우(모쥔제)의 사인박스를 비롯해 리쯔웨이의 가방과 천윈루의 다이어리 등 상당한 특전이 포함된 ‘상견니 DVD 디럭스 한정판’을 판매하고 있으니 성덕을 노린다면 바로 지금이다.

(인스타그램 @audcine 또는 https://m.smartstore.naver.com/audpresent/products/6161270600 )

참고로 나는 영화사 관계자가 아니며, 허광한 때문에 작년부터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미친 한국 팬30863에 다름 아니다. 허광한의 내한을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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