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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의 기록/뜨리의 슬기로운 OTT 라이프

드라마 : 도시남녀의 사랑법 (뜨리의 슬기로운 넷플생활)

by 랄라맘맘 2021. 8. 30.

도시만큼 복잡한 그 남자 그 여자의 속사정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

 

 

시골에 내려와 산지 4년이 흘렀다. 이제는 어렴풋한 기억으로만 남은 도시에서의 삶과 생생한 현실이 되어버린 시골에서의 삶이 어떻게 다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풍경.

창문이든 현관문이든 문만 열면 가득 펼쳐지는 자연은 서울에 살 때에는 집을 벗어나 20분쯤 걸어야 겨우 마주할 수 있는 것이었다. 도시에서 항상 예민하고 날이 서 있던 나는 시골의 자연 속에서 훨씬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세상의 시선을 늘 의식하며 나를 포장했던 서울에서의 삶. 내면의 눈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곧잘 돌아보게 된 시골에서의 삶. <도시남녀의 사랑법>에서 보여주는 선아(은오)와 재원의 사랑도 그들이 속한 풍경에 따라 모양을 달리한다.

강원도 양양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 그러나 두 사람의 상황은 사뭇 달랐다. 잘 나가는 건축회사의 팀장으로 일하며 한 달 동안 휴가를 내고 양양을 찾은 재원과 인생 최대의 위기에서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양양에 온 선아는 각각 여행객과 그를 픽업하러 온 가게 직원으로 마주한다.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한다. 선아에게 푹 빠진 재원은 원래 한 달이던 휴가계획을 두 달로 연장한다. 급기야 두 사람은 양양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반지를 교환하기까지 한다.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 양양의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선아와 재원은 거칠 것이 없다. 둘은 학벌도, 집안도, 재력도, 그 무엇도 따지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며 사랑을 나눈다. 그리하여 그들이 함께한 그 시간과 그 모든 감정들은 눈부실 만큼 찬란한 진실이다.

 

단 하나, 선아의 진짜 이름이 은오라는 사실만 빼면.

허니문과 같은 달콤한 관계는 양양에서 서울로 공간이 바뀌며 재편된다. 급히 서울로 가게 된 재원은 휴대폰이 없는 은오와 정해진 날짜, 시간에 청계천에서 만나기로 하지만 은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대신 은오는 두 사람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재원의 카메라를 가져가며 음성메시지로 이별을 고한다.

 

진심으로 사랑했고 약식이기는 해도 결혼까지 한 여자가 하루아침에, 이유도 말해주지 않은 채 (그것도 고가의 카메라를 훔쳐서) 사라졌으니 그 후 재원의 삶이 이전 같을 리 없다. 그는 술에 만취하면 근처 지구대에 가서 윤선아를 찾아 달라며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그렇다면 그 시각 윤선아, 아니 이은오의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단짝인 남자 사람 친구 과 서울에서 함께 살며 1인 마케팅 회사를 차려 고군분투하는 은오. 그는 막막한 미래에 불안해하면서도 이따금씩 양양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고, 재원과의 사진을 현상하기까지 한다. 그는 왜 재원에게 이별을 고했을까? 서울에서 선아가 아닌 은오로 살아가는 그는 다시 재원을 만나 사랑할 수 있을까?

드라마는 30분 내외의 짧은 호흡으로 진행된다. 인터뷰 형식으로 서사를 풀어낸 점도 눈에 띈다. 은오와 은오의 단짝 남사친 건, 단짝 여사친 서린이, 그리고 이들과 이어진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형식이 자칫 뻔할 수 있는 서사에 재미를 더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은오와 재원은 의외로(?) 꽤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데, 두 사람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시 마주칠지 아슬아슬한 연출을 보는 맛도 나쁘지 않았다. 속마음을 자연스럽게 말하고 이러한 전개 방식이 가진 특유의 방식으로 웃음 포인트를 만드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건과 그의 전 여자친구인 오선영, 서린이의 현 남자친구 최경준이 보여주는 사랑의 면면도 이 드라마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서린이는 기존 로맨스 드라마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임에도 소주연 배우의 연기를 통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드라마 중반부에 들어서면 메인 커플이기에 어느 정도 기존의 로맨스 문법을 답습하는 은오와 재원보다, 예측할 수 없이 고유한 결을 만들어가는 서린이 커플을 보는 재미가 더 크다. 그런 서린이 커플이 드라마 마지막 화에서까지 서로간의 갈등을 풀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아쉬움이 남았던 사람은 나뿐이 아니리라.

 

복잡한 도시만큼이나 복잡한 그 남자 그여자의 속사정을 가볍게, 또 진솔하게 담아낸 <도시남녀의 사랑법>. 시즌2가 나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이 글을 통해서나마 제작사에 전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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