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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의 기록/뜨리의 슬기로운 OTT 라이프

영화 : 키싱부스3 (뜨리의 슬기로운 넷플생활)

by 랄라맘맘 2021. 8. 19.

 

사랑과 우정, 대단원의 결말?

영화 <키싱 부스 3>

 

로코를 좋아한다.

로맨스코미디를 합쳐서 부르는 이 장르 특유의 낭만과 낙천을 즐기는 편이다. 외모지상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눈부신 외모 자체가 어느 정도 개연성이 되는 로코의 문법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키싱부스>는 로코의 매력과 재미를 한껏 보여주는 영화였다.

 

1편까지만.

 

 

<키싱 부스> 1편은 여자 주인공인 이 자신의 절친인 의 형이자 교내 최고의 인기남인 노아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발랄하게 그려냈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해서 풋풋하면서도 유치한 감성이 나쁘지 않았고, 상대의 가족과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절친 규칙을 지키며 친구도 연인도 잃고 싶지 않아 고군분투하는 엘의 모습이 귀엽고도 유쾌했다.

<키싱 부스> 2편에서는 대학생이 된 노아와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 엘의 오해와 갈등을 주축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엘은 학교에 새로 전학 온 마르코와 댄스대회 준비를 하게 되면서 마음이 흔들린다.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매력이나 서사 자체의 매력은 크지 않지만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리드미컬한 전개를 보다보면 뭐, 그래도 적당히 볼만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번 3.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음에도 기대 이하였다.

절친도 연인도 지키려는, 1편부터 줄곧 반복된 엘의 태도는 지루함을 가중시켰고, 잘 생긴 것도 하루 이틀이지 엘에 대한 이해나 배려 없이 지질한 옹졸함만을 고수하는 노아의 모습은 로코를 보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자꾸 엇갈리기만 한 채 빗나가는 그들의 사랑은 결국 엘이 후회할 일은 하지 않았으면하는 노아의 선택으로 끝이 난다. 이 선택 자체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엘과의 관계를 회복해보려는 그의 노력이 절실해 보이지 않았기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결말이었다.

6년 후 서로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 엘과 노아는 다시 만난다. 각자의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의 관계 또한 새롭게 시작이 되는 것처럼 영화는 끝을 맺지만, 글쎄. 두 사람은 6년 전 그때와 얼마나 다른 사람일까? 어정쩡한 마무리와 1편 때와는 달리 너무도 매력 없는 두 캐릭터의 변화에 씁쓸한 기분이 앞섰다.

 

사랑과 우정, 그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하고도 짜릿한 줄타기를 보여주던 <키싱 부스>는 결국 사랑도 우정도, 그 어느 것 하나 시원스레 결말을 내리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사랑 이야기를 하되 너무 심각하지 않고, 적당히 가볍되 나름의 서사를 지니는 것을 로코의 정석이라 한다면 <키싱 부스>는 그로부터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다. 내 마음 속 <키싱 부스>1편으로 끝내기로 하고, 나는 또 다른 로코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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