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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의 기록/뜨리의 슬기로운 OTT 라이프

드라마 : 그해 우리는 (뜨리의 슬기로운 넷플생활)

by 구루퉁 2022. 1. 28.

풋사과 맛 로맨스,
드라마 <그해 우리는>


사과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강아지들과 나눠먹을 수 있는 과일 중 하나라 종종 사오곤 한다. 어렸을 때에는 빨갛게 농익은 사과만 먹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입맛도 변하는 것인지 새콤하면서도 아릿한 맛이 도는 풋사과가 한 번씩 생각난다.

아직 채 익지 않은 과실의 단단함, 그리고 싱그러움.
드라마 <그해 우리는>이 그려내는 청춘의 맛이 꼭 그렇다.

초여름의 녹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드라마는 열아홉의 전교 1등 국연수(김다미)와 전교 꼴등 최웅(최우식)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다큐멘터리 촬영이라는 계기로 부딪히며 티격태격하는 영상은 방영 당시에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지만 십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우연히 네티즌들의 눈에 띄어 인기를 얻게 된다.

스물아홉이 된 두 사람은 그때와 얼마나 같고 또 다른 사람일까? 두 사람의 관계는 그 후로 어떻게 되었을까? 대중의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방송사는 10년 뒤 국영수와 최웅을 다시 카메라 앞에 세우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그렇게 티격태격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미래일까, 십 년 뒤 두 사람의 삶에 서로는 없다. 그리고 연수와 웅은 고등학생 때 보 보여준 그 면모 그대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작은 기업의 홍보 마케팅 팀장이 되어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연수, 그리고 ‘고오’라는 이름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신비주의 컨셉을 고수해 가족들조차 그를 백수로 알고 있는 웅.

접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둘은, 연수가 프로젝트를 위해 고오 작가를 섭외하게 되면서 다시 만난다. 그런데 자신의 작업실에 찾아온 연수를 보는 웅의 표정이 어딘가 좋지 않다. 연수를 보자마자 문을 닫고 들어가더니 분무기를 찾아들고 다시 문을 연 웅은 “또 닫을 거야?”라고 묻는 연수에게 다짜고짜 물을 분사한다.

다큐멘터리 PD이자 연수와 웅의 친구이기도 한 지웅의 입을 빌려 드러나는 두 사람의 관계는 '애증'. 다큐멘터리 촬영 중 서로에게 연애감정을 느껴 연인으로 발전한 연수와 웅은 '엄청 지랄 맞게' 헤어져 '서로 상처 줄만큼' 준 탓에 다시는 보지 않는 사이가 되었단다.

그러나 결국 지웅도, 연수도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
예상할 수 있다시피 연수와 웅은 다시 한 번 다큐멘터리를 찍게 되고, 연수에게 남몰래 연정을 품어온 지웅도 결국 이 기획을 받아들인다. 교복을 벗고 각자 다른 위치에서 각기 다른 마음으로 서로를 마주한 세 사람, 이들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그해 우리는>은 ‘초여름이 좋아!’라는 부제처럼 스쳐가는 봄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올 여름의 열기를 고스란히 품은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을 보여준다.

마냥 달지도 그렇다고 마냥 떫지도 않은 그들의 일과 삶은, 채 무르익지 않아 아릿하면서도 새콤한 매력으로 청량한 초여름의 감각을 일깨운다. 가진 것이 없어 자꾸만 사랑 앞에 작아지는 연수와 “널 사랑해”라고 말하는 대신 “나 좀 계속 사랑해줘”라고 말하는 웅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 지나왔던 바로 그 계절을 닮았다.

그리하여 열아홉으로부터 십년이 흘렀지만 어쩐지 서로의 앞에만 서면 대책 없이 유치해지는 둘의 복잡 미묘한 감정선은 새콤달콤한 풋사과 맛. 단단한 만큼 깨지기 쉽고 풋풋한 만큼 시큼한 풋사과가 계절을 지나 부드러우면서도 옹골차게, 새콤하면서도 달콤하게 익어가듯 둘의 관계도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토리에 ‘과몰입’하게 만드는 감미로운 OST와 잔잔하면서도 포근한 영상미도 놓치지 마시라.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의 기세와 속도감이 더뎌지기는 하지만 마음마저 시린 겨울에 따스한 초여름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드라마 <그해 우리는>이 제격이다.

각자의 콤플렉스를 딛고 또 다른 계절로 나아가는 연수와 웅을 보다 보면 어느 새 봄이, 그리고 여름이 우리 곁에 바투 다가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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