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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의 기록/뜨리의 슬기로운 OTT 라이프

드라마 : 하트스토퍼 Heartstopper (뜨리의 슬기로운 넷플생활)

by 랄라맘맘 2022. 6. 1.

내 마음을 멈추는 사람
드라마 <하트스토퍼>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그중에서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을 찾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특히 불특정 다수의 또래집단과 마주하는 청소년기는, 함께 할 사람들을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는 성인기와 다르게 더욱 버라이어티 한 인간관계를 경험하는 시기다. 예민하고 섬세한 이 시절을 지나며 사람 때문에 웃기도, 울기도 하면서 우리는 점차 나를 알게 되고,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운이 좋다면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내 심장을 멈추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심장을 멎게 하는 사람, 심장이 이상하게 뛰는데도 자꾸만 함께 있고 싶고 더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

<하트스토퍼>는 그런 사람을 만난 두 소년, 찰리와 닉의 이야기다.


게이라는 성 정체성을 밝히고 중학교 생활을 하는 10학년 찰리는 수업에서 만난 11학년 닉에게 반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세계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싸’(아웃사이더의 준말) 그룹에 속하며 커밍아웃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 찰리는 교내 ‘인싸’(인사이더의 준말) 무리에 속하며 럭비팀 주장으로 뛰는 닉과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찰리의 친구들도 닉이 이성애자가 분명하다며 그를 만류한다.

그런데도 자꾸만 그에게 끌리는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닉은 찰리에게 럭비팀에 들어올 것을 권유한다. 이뤄지지 않을 짝사랑임을 알면서도 그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찰리는 닉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한편 찰리와 주변 사람들의 눈에 뼛속까지 헤테로(이성애자)로 보이는 닉에게도 속사정은 있다. 럭비팀 친구들과 있을 때보다 찰리와 있을 때의 자기 자신이 더 마음에 드는 닉은 찰리에게 우정 이상으로 끌리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혼란에 빠진다. 자꾸만 그 애를 찾게 되는 이 마음은 우정일까, 사랑일까? 만일 이 마음이 사랑이라면, 그를 위해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청소년기의 혼란은 누구에게나 참으로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이다. 특히 나를 둘러싼 세계가 나의 진짜 모습을 숨기라고 강요하는 것만 같을 때, 그 시기는 나조차도 나를 사랑해줄 수 없는 지옥 같은 시간이 된다.

이때 누군가가 나타나 내 마음을 멈춰세우곤 이게 정말 네가 원하는 것이 맞냐고, 네 진짜 모습을 숨기고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어준다면 어떨까? 너무 늦지 않게 그런 존재를 만나 삶의 방향을 바로 잡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다행한 일이 있을까.

닉이 두드려 맞을지언정 세상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찰리를 만난 것은, 그리고 찰리가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는 사람이 아니라 기꺼이 그와 함께 손을 잡고 세상으로 나가려는 닉을 만난 것은, 그래서 서로에게 눈부신 기적이다.

<하트스토퍼>는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유쾌하고 발랄한 하이틴 감성으로 보여준다.

간질간질한 감정선으로 매회 두근거림을 선사하는 영국 퀴어 드라마 <하트스토퍼>는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사랑스러운 장면마다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풍의 효과가 재미와 귀여움을 더한다. 메인 커플인 찰리와 닉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림과 설렘이 충분하지만, 서브 커플이자 레즈비언인 타라와 다르시를 지켜보는 즐거움도, 타오와 엘의 관계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30분 분량의 영상 8회로 이뤄진 시즌1을 끝내며 나는 이 이야기가 2022년 한국의 모든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성 정체성이 어떠하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나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사람, 그리하여 나의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여주는 사람이다.

더불어 그런 사람과 있을 때 나의 모습이 썩 마음에 든다면, 그리고 그런 상대와 같은 마음임을 확인하고 함께할 수 있다면 인생에서 그것보다 큰 행운은 없을 것이다.

더 많은 십대들이 세상이 원하는 모습이 아닌 진정한 자신으로 관계 맺고, 사랑하고,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조금 더 관대하고 포용적일 수 있기를. 그런 세상에서 우리 개개인은 더 행복하고 덜 외로울 수 있을 테니까.

시즌2가 확정된 <하트스토퍼>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 그나저나 역시 금발x흑발 커플은 국룰을 넘어 국제룰인 모양. 배우들의 외모가 현실감 있어서 더 몰입하게 되는 청소년 드라마.

(+) "네가 정말 헤어지고 싶다면 결정을 존중하겠지만, 너와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하는 닉은 진정 이 시대가 원하는 바람직한 연인의 모습이다. 구시대적인 가치를 답습하지 않는 밀레니얼의 우정과 사랑을 담백하게 담아낸 이 드라마를 더 많은 어른들이 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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