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었을 때 많은 직장인들의 꿈이 귀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시인들에게 귀촌이란 무얼까? 보통은 귀촌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향수에 젖는 사람과 평화로운 자연을 그리는 사람, 둘로 나누어 진다. 물론 크게 나누면 관심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는 사람이 있다. 아무튼 향수에 젖는 사람들은 과거 지방 소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이다. 이들은 부모님이 고향에 계신 경우 고향으로 귀촌한다. 혹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직업전선에서 물러나 은퇴를 하게 되면 고향으로 내려가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평화로운 자연을 그리는 사람은 대부분 시골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다. 여행을 통해 한두 번 시골에서 지내보고는 막연한 동경을 하는 것이다. 이쪽은 귀촌할 확률이 낮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대충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IT업계의 풀야근과 사장파와 부사장파의 ‘라인타기’같은 직장생활에 찌들어갈 무렵 한적한 시골 생활을 동경하게 되었다. 그렇게 혼자서 시골집 매물을 알아보길 이삼 년즘, 아내가 갑자기 시골가서 살아보고 싶다고 말을 했다. 그 후로 일사천리로 내려왔는데 막상 와서 생활할 돈이 없었다. 있는 돈을 착실하게 까먹다 보니 집 앞 5분 거리 영농조합에서 인터넷으로 농산물을 판매할 직원을 뽑는단다. 냉큼가서 이력서를 냈다.
배운 게 도둑질이란 말처럼 IT경력을 살려 이력을 적었더니 취직이 되었다. 시골에 내려오면 다양한 일을 하게 될 줄 알았다. 농장 일이라거나, 용접이라 거나, 밖에서 하는 일들을 생각했는데 다시 사무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바깥 일에는 이력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서울에서 IT업계에서 구른 경력을 인정 받아, 사실 남자라는 성별이 주는 점수가 높았던 것도 같지만, 취직이 되기는 했다. 출퇴근이 걸어서 5분이라 너무 좋았다. 하지만 퇴근 후 아내와 개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다보면 자꾸 직장사람들을 마주치게 되었다.
아, 내가 이러려고 귀촌한게 아닌데! 또 직장에 나가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구나.
뒤늦게 현실 자각 타임이 왔다. 퇴사를 했다. 그런데 퇴사하고도 직장 사람들을 마주치니 께름칙했다. 도시와는 다르게 시골에서는 가까운 곳에 직장을 잡는 것이 마냥 좋은 일은 아니었다.
몇 달 간 시골에서의 직장생활로 번 돈으로 다시 백수생활을 시작했다. 그 동안 써보고 싶었던 소설도 써보고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겼다. 일 년이 지나자 마음이 불안했다. 계속 이렇게 살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수도 뚝심이 있어야 하는구나.
다시 구직을 했다. 시골에서 내게 적합한 키워드는 ‘홈페이지 운영, 온라인 판매’였다. 포토샵을 다룰 줄 알고 코딩을 조금 할 줄 알며 온라인마케팅 경험이 있는데, 급여를 많이 주지 않아도 되는 사람. 더불어 기숙사 없이 자가 출퇴근이 가능한 사람. 시골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조건이다. 생각보다 취직이 빨리 되었다. 두세 통의 이력서를 넣고 취직이 되었으니 도시에서는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이번에는 식품회사였다. 집에서 7.5km 거리, 자가용으로 5분, 야근은 없었다. 귀촌을 했는데 나인 투 식스라고 투덜거렸지만 친구들이 그게 어디냐며 부러워했다. “친구들아, 급여는 또 그만큼 적단다. 부러우면 귀촌할래?” 부럽다는 녀석들이 그건 또 싫다 한다.
시골생활을 정리해보면 구직 난이도 하, 급여 하, 생활 스트레스 하, 생활비 하, 더위나 추위 조건 하,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수치로 보면 죄다 낮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든다. 시골이나 도시나 똑같다. 시골이나 도시나 열 가지가 힘들지만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그렇게 참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아, 인생은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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