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아침을 먹지 않았다가 군대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아침을 먹었고 그 후로는 아침을 먹는 경우가 드물었다. 사실 나는 아침을 먹고 안 먹고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다. 22살 군대를 제대하고 잠시 사회생활을 할 때는 아침에 일어나 황급히 회사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기에 바빴다. 아침을 먹어야 한다 말아야 한다 생각조차 없었다. 그렇게 일 년쯤 등록금을 벌고 학교로 돌아와 자취를 시작했을 때도 그러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시간 맞춰 수업을 들으러 가는 것이 바빴다. 아침을 먹을 여유따위는 없었다. 그러니까 생각조차 안했던 것이고, 중요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사회에 나와 취직을 했다. 신입사원 시절 아침은 먹고 다니냐는 질문을 들었다. 회사에서는 아침을 먹는 것이 부지런함의 척도인 것 같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시간을 가지고 있는가. 수험생들이 아침을 먹어야 두뇌활동에 도움이 된다거나 오히려 포만감이 잠을 불러일으킨다거나 논쟁이 많았는데 그 연장선 같았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업무를 잘할 수 있다거나 아침을 안 먹으면 힘이 없어서 일을 어떻게 하느냐는 논리와 아침에 일 분이라도 더 자야한다, 출퇴근지옥철에 낑겨 타기도 힘든데 무슨 아침이냐, 아침 챙길 시간이 어딧냐는 논리의 대결. 언제나 이런 류의 논쟁은 답도 없고 끝도 없다. 연구 논문을 가져다가 논쟁을 해도 상반되는 연구 논문이 꼭 존재한다. 대부분 결론은 케바케, 즉 사람마다 달라요가 된다.
결혼을 하고 난 뒤에 받는 아침식사 질문 중에는 ‘아내가 아침을 챙겨주냐?’가 있다. 시덥잖은 소리다. 아침에 일 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 건 아내나 나나 똑같다. 다 큰 성인이 누가 식사를 챙겨줘야만 밥을 먹을 수 있다면 너무 이상한 일이 아닌가. 아직도 ‘누군가 밥을 차려주지 않으면 밥을 못 먹는다.’라는 사람이 있다면 주민등록증을 반납하고 밥을 챙겨주는 사람 호적 밑으로 들어가도록 하자.
아무튼 나는 10년이 넘도록 아침을 거의 안 먹고 있다. 아침을 안 먹으니 좋은 점은 야식만 안먹으면 간헐적 단식이 자동으로 된다는 점. 회사에서 점심시간은 12시. 최근 칼퇴를 한 번도 놓친적이 없다보니 저녁은 7시 이전에 마무리가 된다. 24시간 중에 무언가를 먹는 시간은 12시부터 19시 사이다. 하루에 7시간 안에만 먹으면 무려 17시간이나 공복 상태라는 점. 혹여나 야근을 하게 되어 저녁을 9시즘 먹는다해도 15시간 공복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꾸준히 몸무게가 늘어나는 걸까? 정답은 운동 부족으로 인한 기초대사량 저하일 테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얼마나 먹부림의 민족이면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시간 개념인데 이를 먹는다고 표현할까. 유튜브에서는 먹방이 가장 인기고, 인스타그램에서는 먹팔을 한다. 각종 운동법을 페이스북 피드에 링크해두지만 1년 이상 따라하고 있는 운동은 없다.
그러니 아침 정도는 원한다면 걸러도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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