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혁명 당시 외치던 구호가 있다.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
‘상상력에게 권력을!’ 만큼이나 내게 큰 반향으로 다가왔던 구호.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그래도 스스로에게 금지하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흡연이다. 나는 청소년기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금연을 시도해 왔다. 결론만 말하자면 아직도 시도 중.
삼세번을 지나, 칠전팔기를 지나, 이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까지 왔다. 자잘한 금연시도는 세지 않았고 크게 결심하고 시도했던 금연시도만 이번이 8번째. 매번 방법을 바꿨고 실패를 어머니 삼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6번째와 7번째 금연시도에서 가장 성공에 가까웠던 것은 금연약. 바로 ‘챔픽스’되시겠다. 챔픽스를 먹으면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살짝 지끈거렸다. 이 약의 흔한 부작용. 7번째 시도에서는 두 달 정도를 약을 먹었고 한 달가량의 금연을 했다. 한 달 가량 금연을 하게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 부작용 때문이었다. 뭐 물론 이론적으로는 약을 먹고 담배를 태우면 니코틴이 흡수되지 않도록 신경전달 물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나는 부작용 때문에라도 빨리 금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약을 먹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약을 먹고 30분 정도는 부작용 때문에 힘들었다. 이 고통이 흡연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했다. 흡연 때문에 생긴 고통이야. 금연에 성공하면 금연약을 먹지 않아도 되고 이런 고통도 없겠지. 그렇게 한 달을 끊었지만 한 달 정도 금연에 성공하자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고, 그래도 가끔 한 번씩은 담배를 태우고 싶다는 생각에 한 번 손을 댔다가 망했다.
이번에도 고통을 수반하는 금연약을 먹고 있다. 금연약의 장점이라면 먹으면서 담배를 태워도 된다고 한다. 니코틴이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담배를 태우더라도 중독에서 해방될 수 있다. 하지만 타르나 발암물질은 계속 흡수가 되기 때문에 결국 약을 먹더라도 금연으로 가야한다. 그래서 약을 먹으면서 담배를 서서히 줄여가게 되는데, 이번 시도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담배를 태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한 번에 딱 끊어야지 무슨 소리냐고? 한 번씩 담배를 피워줘야 흡연을 지속하기도 좋다는 개소리다. 주말에 지인들이 놀러오면 가끔 한 번씩 담배를 태우고 있다. 금연약은 계속 먹고 있는 중에 말이다. 금연을 강제하지 않고 금연약을 먹으면서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 이제는 담배를 피워도 그만 안 피워도 그만인 상태에 가까워졌다. 약을 먹은 지 세 달이 되어간다. 여전히 부작용은 괴롭다. 빨리 끊어야지 싶다가도 지인들이 한 번씩 놀러와 담배를 태우면 나도 태우고 싶다. 지인들과 만나도 담배를 태우지 않는 연습을 조금씩 하는 것이다.
이제 어디를 가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를 확인해두지 않고, 주머니에 항상 볼록하게 나와있던 담뱃갑도 없다. 담배를 두고 오면 불안하던 마음도 없고, 담배를 태우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던 밤도 없다. 담배를 참는다고 똥줄타는 일도 없다. 과거의 담배가 내 삶을 꽉 쥐고 있었다면 이제는 담배가 완벽한 뒷전이 되었다. 하루에 반갑씩 태우는 것보다 지금처럼 일주일에 한 개비 정도 피우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차라리 그럴 거면 그냥 피워!’라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흑백논리와 다를게 없다.
한 번에 하려고 하면 체한다. 조금씩 서서히. 그러면서도 흡연이나 금연 자체를 강제하지 않는다.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자유롭게 놓아두다 보면 서서히자리를 찾아가리라. 그렇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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