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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퉁의 기록/자유 에쎄이

블로그라는 플렛폼 서비스에 대하여 : 티스토리를 시작하며

by 구루퉁 2020. 8. 4.

 티스토리를 시작한다는 것. 그것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 안에서 블로그의 기능은 처음 시작했던 그 마음을 잊어버린 듯, 광고판이 되어버린 것에 대한 불만이 쌓여있었다. AI가 로직을 만들어 상위 노출을 결정하고 나는 상위 노출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지도 모른 채 상위 노출이 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사진을 몇 장 이상 올려야 하고, 글은 몇 글자 이상 써야 하고. 

 

 블로그란 무엇인가. Web과 Log의 합성어가 아니던가. 두산지식백과에 의하면 그것은 1997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하여 새로 올리는 글이 맨 위로 올라가는 일지 형식으로 되어 있기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웹 게시판과 개인 홈페이지의 기능이 혼합되어 있고,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일기·칼럼·기사 등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었다. 이것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블로그에 올려서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대안언론으로서도 주목되었던 플랫폼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광고성, 낚시성 글들과 이미지들이 난무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최초 네이버 지식인이 지식의 보고였으나 지금은 초·중딩의 놀이터가 되어버린 것과 같이 네이버 블로그는 광고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인터넷 기사도 마찬가지다. 기사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타이틀로 독자들을 낚고 있다. 

 

 조회수, 상위 노출! 우리는 왜 이것에 목을 매고 있을까. 누군가에게 보이고 읽히기를 바라고 만든 콘텐츠이기에 노출이 되지 않으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출을 결정하는 AI의 정책에 따라 형식이 획일화된 콘텐츠들만 생산되기 시작했다.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미명 하에 획일화되고 사람을 낚는 콘텐츠들이 난무하게 된 것이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개인 블로거들 마저 이런 콘텐츠 유형에 합류하기 시작한다.

 

 어느 플랫폼 서비스이든 사람이 모이면 수익이 생기고 광고가 따라 붙는다. 지금은 유튜브가 그러하지 않은가. 나 또한 여러 플랫폼들을 전전긍긍하다가 이제는 클래식이 되어버린 블로그에 돌아왔다. 그리고 그 클래식한 서비스형 블로그 중에서 티스토리를 선택한 것은, 나의 사적 공간이 거대한 광고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나는 과거 블로그인을 사용했엇고, 블로그인이 사라지고 난 뒤엔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해왔다. 파란 블로그, 엠파스 블로그, 텍스트큐브닷컴, 싸이월드, 페이퍼 등 많은 서비스형 블로그가 없어져왔다. 결국 나는 안전성과 접근성이 좋은 네이버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네이버를 사용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나의 사적 공간에 대한 검열을 하기 시작했다. 접근성이 워낙 좋았기에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처럼 주변에게 쉽게 공개되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입사원서에 블로그, 트위터 등의 주소를 명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의 생각, 일상까지 취업시장에서 변별력이라는 명목으로 검열받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의 검열과 주변의 검열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나는 티스토리를 선택한다. 나름 크지만 온라인, SNS 공간에서 변방을 차지하고 있는 티스토리에 나의 사적 공간을 마련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법원에서는 "블로그는 사적 공간이 아니다" 라는 판결을 내린 바가 있다. 누구나 볼 수 있기 때문에 '공적인 공간'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래서 고민에 빠졌다. 남들이 내가 만들 콘텐츠를 봐주었으면 좋겠지만 주변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것이다. 이 고민의 결론은 주변에 알리지 않고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개설하는 일이었다. 이제 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즐거운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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