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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의 기록/뜰의 책장

가족 각본_김지혜_창비

by 랄라맘맘 2023. 9. 13.

도서 : <가족각본>, 김지혜, 창비, 2023

 

결혼이란 제도가 사람을 적법과 불법으로 갈라놓은 것인데, 어느 순간 사람들은 태어난 사람을 불법적인 존재라 믿기 시작한 듯 하다.

p. 53

 

저출생을 극복해야 할 이유가 사회적 부양과 경제 발전을 담당할 인력 확보를 위해서라고 하면, 이 땅에 태어나는 사람의 가치는 그저 노동력에 불과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건 노동력 생산의 의미가 된다.

출생하는 아이의 입장으로 관점을 돌리면, 사람의 탄생을 맞이하는 마음이 어떠해야 할지 다르게 보인다. 국가의 존속과 발전보다는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나 존엄하고 평등한 삶을 살 수 있는가, 양육자를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행복한 시간을 나누며 성장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사람을 그 자체로 존엄하게 여기지 못하고 도구로 취급하는 사회에 기꺼이 태어날 아이가 있을까. 자신이 어떤 삶의 제비를 뽑을지 모르는 불평등한 세상에 나오기로 마음먹는 일이 쉬울까.

p. 64~65

 

그런데 이런 식으로 어떤 사람들을 이 땅에 오지 못하게 막는 행위는 얼마나 폭력적인가?

뒤집어 생각하면, 아동의 인생을 생각해 부모가 출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사회가 변화를 도모하지는 않겠다는 변명일 수 있다. 반대로, 부모가 출산에 대한 결정을 자유롭게 내릴 수 있는 사회는 이미 아동에게도 좋은 사회일 것이다. 태어나는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사회라면, 이미 불합리한 차별이 없는 세상이란 뜻일 테니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출산을 막을 것이 아니라 출생으로 등장하는 예측 불가한 구성원을 위해 변화하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p.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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