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필로우, 2023
노동자에게 경제적 안정이 사라지자 여덟 시간의 노동, 여덟 시간의 휴식, 여덟 시간의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의 경계가 무너졌고, 우리에게는 시간대나 수면 주기와 상관없이 언제나 현금화할 수 있는 24시간만이 남았다.
깨어 있는 시간 내내 생계를 위해 일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여가 시간까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숫자로 수치화된다. 재고를 확인하듯 수시로 자신의 성과를 확인하고 퍼스널브랜드의 발전 과정을 감시할 때, 시간은 경제적 자원이 된다. 더 이상 '아무 것도 아닌 것'에 쓰는 시간을 정당화할 수 없다.
p.55
자연의 음향 풍경을 기록하는 음향 생태학자 고든 햄튼은 이렇게 말했다. "정적은 무언가의 부재가 아니라 모든 것의 존재다.".
p.67
미국의 부당한 노예제도와 미국이 멕시코와 벌이는 노골적인 제국주의 전쟁에 환멸을 느낀 소로에게 문제는 어디에 투표를 하느냐, 아니면 투표 외에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하느냐였다. <시민 불복종의 의무>에서 그 '완전히 다른 행동'이란 더는 참을 수 없는 제도에 세금 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이 위법임을 알았지만, 소로는 질문의 바깥에 서서 법 자체를 판단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법이) 다른 이에게 불의를 행하길 요구한다면 나는 그 법을 어기라고 말하겠다. 당신의 삶이 마찰을 일으켜 그 기계를 멈추게 하라."
.p.144
좋은 음악은 '나에게 몰래 다가와' 나를 변화시키는 음악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나를 변화시킬 만남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둘 수 있다면, 우리 모두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힘들의 집합체라는 사실 또한 인정할 수 있다. 여기서 뜻밖에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들을 때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나를 통해 내가 모르는 무언가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
p.239
해러웨이는 이 시기를 툴루세라고 칭하는데, '지구가 인간과 비인간 난민으로 가득하지만 피난처는 없는' 시기를 뜻한다. <트러블과 함께하기>에서 해러웨이는 "툴루세를 살다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게 될 생명으로서 잘 살고 잘 죽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모두와 협력해 피난처를 복원하고, 불완전하지만 굳건한 생물학적/문화적/정치적/기술적 회복과 재구성을 이뤄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실에 대한 애도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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