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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의 기록/뜰의 책장

H마트에서 울다_미셸 자우너_문학동네

by 랄라맘맘 2024. 1. 6.

도서 :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2022



 
저마다 조용히 앉아서 점심을 먹지만 이곳에 온 이유는 다 같다. 모두가 고향의 한 조각을, 우리 자신의 한 조각을 찾고 있다.
p.21
 
나는 지난 5년 사이 이모와 엄마를 모두 암으로 잃었다. 그러니 내가 H마트에 가는 것은 갑오징어나 세 단에 1달러짜리 파를 사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두 분에 대한 추억을 찾으려고 가는 것이기도 하다. 두 분이 돌아가셨어도, 내 정체성의 절반인 한국인이 죽어버린 건 아니라는 증거를 찾으려는 것이다.
p.22
 
자기가 그러듯 항상 나만의 10퍼센트를 따로 남겨두라고 평생을 내게 가르쳐온 엄마지만, 그게 나한테까지 따로 남겨둔 부분이 있다는 뜻이었으리라고는 그때까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p.116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나는 다시 여기에 있지만, 이번에는 온전히 내 자유의지로 돌아온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제 어둠 속으로 무작정 달아날 궁리를 하는 대신, 부디 어둠이 찾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p.134~135
 
우리의 독특한 부분은, 다수가 생각하는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아름다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부분은 고통스러운 마맛자국이 되어 자기부정이 유일한 치료법이 되는 때다.
p.164
 
내가 어느 편에 설지, 누구에게 동조할지 결정하는 일은 번번이 남의 손에 맡겨졌지 내 스스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두 세계 중 어느 세계에도 온전히 속할 수 없었다. 노상 반만 인정받고 반은 이방인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나보다 그 세계의 지분이 더 많은 누군가가, 온전하고 완전한 누군가가 자기 멋대로 날 쫓아낼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오랫동안 미국이라는 나라에 속하려고 별짓을 다했다. 정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바랐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내가 바란 것은 오직, 나를 밀어낸 두 사람에게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뿐이었다.
p.185
 
엄마가 절대 입 밖에 꺼낼 수 없다던 이야기였다. 그 순간부터 내가 아빠를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거라고, 이미 깨진 접시라도 어떻게든 땜질해서 계속 써야 할텐데 쓸 때마다 그 땜질한 부분을 보게 될 거라고.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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