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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퉁의 기록/자유 에쎄이

Essay 010 : 1:1 해외 결연 아동 후원

by 구루퉁 2020. 12. 3.

 

 

 2014년,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해외 결연 아동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7년째. 거의 지구 반대편 도미니카공화국에 있는 아이를 후원을 했는데 그 아이가 올해 18살이 되면서 이번 달이 마지막 후원이 되었다. 후원하고 있는 다른 아이도 있지만, 이 아이가 첫 후원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벌써 성인이라고? 후원 내역을 살펴보니 해마다 꼬박꼬박 선물금도 따로 챙겨 보내줄 만큼 정이 많이 든 아이다. 아, 이젠 아이라고 하면 안 되겠지만. 이 친구가 커 가는 모습을 사진을 통해서 7년 동안 지켜봐 오니 후원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다. 어려운 일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하는 후원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다.

 

 나는 새로운 생명을 갖기보다 이미 태어난 아이들에게 잘하자는 생각으로 후원을 시작했다. 내가 아이를 갖게 되면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그 감동만큼 책임져야할 것들이 많아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도 많고 긴 이야기가 필요하니 생략하겠다.)그보다는 간편하게 월 삼만 원을 들여 결연 아동을 후원하는 것은 너무나도 간편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보낸 삼만 원이 온전히 아이에게로 갈까? 의심이 들었다. 알아보니 후원금은 운영비와 그 아이가 자라는 마을을 발전시키는데 사용되는 비용, 그리고 아이의 생계를 유지하는 비용으로 나누어져 사용된다고 들었다. 나 대신 아이를 돌보는데 이 정도 운영비쯤이야.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는데 들어가는 운영비라고 생각하니 삼만 원은 너무도 적은 돈이었다.

 사실 후원금의 운영비라 하면 돈을 빼돌려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기꾼이 먼저 떠오른다. 최근에도 그런 기사들이 이슈가 된 적이 있지 않은가. 예컨대 정의연 후원금 의혹들. 내가 보낸 삼만 원이 아이에게 얼마나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그 아이에게 돈을 보내려면 수수료로 삼만 원은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NGO 단체를 믿고 후원하는 수 밖에.

 

후원하고 있는 아이의 사진이 아님을 밝힙니다. Photo by Nate Greno

 

 단체는 아이의 사진과 손편지를 보내주었다. 해마다 오는 사진을 볼 때는 몰랐는데 모아놓은 사진을 보내 아이의 표정이 보인다. 처음 받았던 사진은 조금은 얼굴이 어두웠고, 갈수록 아이가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이 보였는데, 17살, 18살의 사진은 이제 조금 현실을 알게 된 표정이랄까?

 해마다 선물금을 따로 챙겨 보내면 아이가 손편지로 답장을 해왔다. 처음엔 나도 손편지를 전달해보려고 했으나 번역 봉사를 하시는 분들의 손을 덜고자 곧 그만 두었다. 대신 선물금에 한두 줄 짧은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이가 항상 손편지로 답장을 주는 것이다.

 아이는 항상 나에게 신의 가호를 빌어주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카톨릭이 95%로라고 하니 아마도 기독교의 하나님의 가호일 것이다. 나의 종교관이 어떠하든 간에 아이가 내게 해 줄 수 있는 어떤 보답이리라. 나는 늘 그 문장이 고마웠다. 아이가 별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래도,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신의 가호를 빌어준다는 것은 꽤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이다.

 

나의 작은 마음이 세상을 바꾸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했길 바라며.

나의 작은 돈이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희망이 되었길 바라며.

 

마벨, 너의 삶에도 늘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바라!
나에게 키다리 아저씨를 맡겨주어서 고마워!

※ 아이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풀네임은 쓰지 않습니다.

 

 

 

후원하고 있는 아이의 사진이 아님을 밝힙니다. Photo by Larm Rm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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