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라는 용어가 있다.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는 자주 바뀌어 온 것 같다. X세대, Y세대를 시작으로 N포세대, Z세대, 밀레니얼세대 등 다양한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들이 나왔는데, 요즘엔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을 MZ 세대로 통합해 부르고 있는 추세다.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통합해서 부를만한 어떤 커다란 세대의 정서가 있다는 뜻이 되겠다.
이 MZ세대의 특징을 꼽자면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환경에 대한 친밀도와 SNS를 기반으로 한 소셜라이프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MZ세대가 이제 직업전선으로 뛰어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직장에서 MZ세대에 대한 이슈들이 많아 이 세대를 설명하는 책들이 다수 출간되고 있는 실정인데, 그 중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재가 되었던 것은 ‘정시출근’이다.
“10분 일찍 오라는 상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90년대생이 올린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70년대 생은 즉각적인 대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잘 못 말하면 ‘라떼는~’을 일삼는 ‘꼰대’로 보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90년대생과 80년대생.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나이대가 주로 80~90년대생이어서 일 수도 있다.
80년대생들은 이제 직장에서 과장 내지는 대리급의 주요실무자들이다. 그리고 90년대생은 주임 내지는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 사원들이 많다. 책임자급과 노동자급의 대립인 셈이다. 그들의 입장은 간단하다. 사용자, 고용주, 책임자급의 입장은 학교 다닐 때 9시 수업시작이면 8시 50분까지 등교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니었냐는 입장이다.
90년대생은 10분 일찍온다고 10분에 해당하는 급여를 주지 않는데 그럴 필요가 있냐는 입장이다. 80년대생들과 다르게 90년대생들은 아르바이트도 직업으로 생각을 한다. 80년대생은 아르바이는 임시직으로 직업으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높다. 그래서 90년대생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시급이라는 논리로 반박한다. 10분씩 일주일이면 1시간 남짓인데 시급으로 주지는 않는다. 노동에 대한 댓가가 없으므로 노동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에 반대하는 의견은 9시 출근해서 커피 마시고 컴퓨터 켜고 화장실 다녀오면 30분씩은 예사로 까먹는데 이 시간에 대해서 급여차감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10분이라도 일찍 와서 9시에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고용주는 이 시간에 대한 ‘유도리’를 강조한다. ‘90년대생이지만 10분 일찍 가는게 여러모로 속편하다, 사회생활은 다 눈치다.’라는 입장도 있다.
나는 이 10분 일찍이 유도리로써 발휘할 수 있는 센스이기 때문에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10분 일찍은 노동자의 호의 또는 책임에 가까운 사안이다. 이것은 의무가 아니다. 이렇게 댓글을 달았더니 이것이 왜 의무가 아니냐고 묻는다. 의무가 되려면 계약서에 이 내용이 써있거나 사회적으로 암묵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논란이 되었다는 것부터가 암묵적 합의는 물건너간 것이고, 대부분 계약서에도 이런 내용은 써있지 않다. 만약 있다면 미리 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랬더니 그런 근태를 보이는 직원을 고용주가 고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달린다. 인력시장에 젊은 청년들은 차고 넘친다고 덧붙이기까지 한다. 맞는 말이다. 고용주는 고용주의 편의에 맞춰서 노동자를 고용해야 한다. 때문에 이것은 면접을 통해 고지하거나 걸러냈어야 하는 문제이다. 고용을 했다면 이 사안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보통의 계약서에는 9:00~18:00까지를 업무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으니까. 9시에 일을 하고 6시에 퇴근하는 것이 계약사항이니 그 외의 것은 터치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댓글을 달다보니 사용자와 노동자의 입장에서 대립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작 살펴보면 10분 일찍 오라는 상사도 노동자, 10분 일찍은 이해가 안간다는 사람도 노동자였다. 재미있는 일이다.
갑과 을의 문제에서 을은 갑에게 고용선택을 받기 위해 고용주가 필요한 마인드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이렇게 을들끼리 경쟁하고 싸우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갑에게 동조된다. 참으로 을들의 전쟁이 되는 것이다. 갑과 싸워 쟁취해야 하는 부분은 저 뒤로 가 있고 을들끼리 전쟁을 한다.
10분 일찍 오든, 정시에 오든 무엇이 중요할까. 그날 하루의 업무를 확실히 처리하고 협업에 있어서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닐까? 10분 일찍 온다고 10분 먼저 퇴근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다. 10분 일찍 먼저 오라는 상사들 대부분 야근을 하고 있다. 반면 9시 정시 출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칼퇴근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근태? 업무능력? 삶의 태도? 물론 정시출근, 칼퇴를 지키는 사람들이 무단결근을 하거나 근태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10분 일찍오는 사람들만이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10분일찍파’는 삶에 있어서 회사를 더 중요시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시출근파’는 회사보다는 ‘워라밸’을 중요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 삶에 태도가 회사와 맞지 않는다면 고용 전에 걸렀어야지 고용 후에 삶의 태도를 바꾸라고 할 일은 아니라는 소리다. 이 워라벨을 중요시하는 것은 세대의 성향이다. 고용시장에 청년들이 많다고? 자신의 성향을 죽이고 갑이 만들어 놓은 체제에 순응하는 청년을 고용해서 혁신을 외친다는 것은 또 무슨 소리인가.
세대나 삶에 대한 이해, 타인에 대한 이해는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제발 을들끼리 싸우지는 말자.
※ 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들이므로 100%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의견이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요. 그러니 댓글은 부담없이 달으셔도 좋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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