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표시제도가 도입된지 35년이 지났다. ‘식품 유통기한 표시 제도’는 1985년에 도입되어 이제 모든 국민들이 식품을 구입할 때 유통기한을 확인해야 한다는 기본 상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 유통기한이라는 것이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최종기한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유통기한이라는 것은 식품이 부패하는 시점을 1로 봤을 때 여기에 안전계수 0.7을 곱한 기한이다. 이것은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식품을 구매하고 신선한 제품을 선별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식품기업을 위한 제도이다. 소비자 중심의 제도라고 보기엔 어렵다. 무슨 말일까?
유통기한은 식품을 유통할 수 있는 기한. 제도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통’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것을 기업 입장에서 유통시킬 수 있는 기간이라고 이해하지 않는다. 내가 먹어도 탈이 없는 기간, 또는 기업에서 탈이 나지 않는다고 책임지는 기간으로 오해하곤 한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들을 가차없이 폐기하고는 한다.
매년 1조원 대의 식품이 유통기한 초과라는 명목으로 폐기가 되고 있다. 폐기비용까지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액수이다. 유통기한은 소비기한이 아니다. 유통이라는 단어의 뜻을 생각해보자.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판매할 수 없는 것이지 ‘먹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제품이 바로 상하는 것도 아니다. 이 제도는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상식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다른 국가들을 살펴보면 유통기한 제도를 사용하는 국가는 대한민국과 미국 뿐이다. 영국은 2011년에 이 제도를 개정하여 소비기한 제도로 바꾸었다. 유럽, 캐나다, 호주, 일본, 중국, 홍콩 등은 유통기한 제도를 사용하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 서서 소비기한이라는 제도와 품질유지기한 이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도 수출을 하는데 있어서 불편한 제도가 되어버린다.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이미 식약처는 지난 6월 식의약 안전 열린포럼 2020에서 소비기한 도입 방침을 밝혔다. 이로 인한 효과로 식품 수출제품의 신뢰도 향상과 안전, 식품 폐기량 감소로 인한 편익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낙농업계는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비기한을 도입하면 우유의 변질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우유의 유통기한은 보통 10일 남짓이다. 소비기한은 대략 60일가량. 물론 제품을 개봉하기 전의 경우이며, 보관방법을 준수했을 때의 이야기다. 냉장고의 우유가 상해서 버리는 경우는 유통기한이 지나서가 아니라 개봉한 후 밀봉하지 않고 방치되었거나 판매처에서 보관방법이 잘 못된 경우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소비기한, 품질유지기한 제도가 도입되어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보관방법에 대한 표시도 강화해야 한다. 식품은 대부분 상온보관, 냉장보관, 냉동보관 표시가 있고 이에 따른 적정온도가 정해져있다. 제품을 구입했을 때 언제까지 먹어야 안전하고 보관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표시 명확하다면 편리하지 않겠는가?
글로벌 시대라고 하지만 국가별로 식량안보에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고, 세계에는 아직도 기아들이 속출하고 있다. 언제까지 먹어도 되는지 몰라서 유통기한이 지나면 바로 버리는 식품들, 제도 개선으로 줄일 수 있다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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