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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퉁의 기록/자유 에쎄이

Essay 012 : 소설 쓰기

by 구루퉁 2020. 12. 17.

 

  소설을 쓰고 있다. 그 때문에 블로그에 에쎄이가 좀 뜸했다. 그랬더니 이내 조회수가 줄어버렸다. 슬픈 일이다. 사실 조회수를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카카오 애드핏을 단 뒤로 계속해서 신경을 쓰게 된다. 이것은 내가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아무튼 소설을 쓰고 있다. 나는 소설로 등단한 작가도 아니고, 등단을 희망하는 지망생도 아니다. 더구나 글쓰는데 등단제도는 필요악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학을 전공했고, 소설 쓰기가 재밌다. 전공을 할 때는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쓰는 것이었고, 등단만이 목표였을 뿐이었다. 졸업을 한 후 십여 년이 흐르는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야 즐거운 글쓰기를 하고 있다.

  글쓰기가 재미있으려면 목적이 없어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다. 시골에 내려온 후에 잠시 판타지소설 연재사이트에 상업 소설을 연재한 적이 있다. 하루에 5000자씩 꼬박 한 달을 넘도록 연재를 했다. 상업 소설이었기에 돈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유쾌한 사람도 유머러스한 사람도 아니었기에 상업 소설과는 또 맞지 않았다. 조회수를 신경쓰고 댓글이 달리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두 달이 다 되어갈 무렵 그로기 상태가 되어 반쯤 포기했다. 그때 쓴 소설이 살면서 가장 길게 쓴 장편소설이었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묘사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곧 인터넷소설은 묘사보다는 캐릭터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개연성보다는 자극성이 더 중요했다. 결국,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와 맞는 것은 목적없이 자유롭게 쓰는 글이었다. 그렇다고 자유롭게 쓰는 글이 문학성이 있느냐,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이 경험은 나에게 꽤나 도움이 되었다. 대학시절 단편소설만 써봤던 나로서는 장편소설의 호흡이나 끈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지금은 장편소설이 오히려 더 편하다. 하루에 5000자씩 꼬박꼬박 쓰다 보니 나도 할 수 있구나!’하고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는 목적이 없으니 글쓰기가 재미있다. 그냥 생각이 닿는 대로 사건을 전개하고 캐릭터가 상황에 맞게 알아서 대사를 치면 다음 장면들이 연출이 된다. 이런 것이 자동기법이려나. 자동기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아무튼, 장편소설을 쓰고 완결을 내보고 싶은 것이 나의 욕심이다. 이러면 완결이 목적이 돼버릴지도 모르겠다. 시골에 내려와 살고, 글쓰기도 큰 목적이 없고, 삶에 있어서도 큰 욕심이 없는 상태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적에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 엄마가 맨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소설이나 읽고 있다고 잔소리를 했던 것이 떠오른다. 어머니 그 아이는 커서 소설을 쓰고 있답니다. 무료한 삶에 가끔 있는 즐거움이오니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주세요. 부모가 자식에게 공부를 하라는 이유가 좀 더 편하고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다. 돈벌이가 언제나 최선은 아니다. 돈은 그저 삶의 수단일 뿐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지금 정도의 삶에 어느 정도의 만족을 하고 있다. 이만하면 됐다.

  언제고 판타지 소설에 대해서는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판타지 소설은 정말 나에게 판타지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세계이며, 종종 무료한 일상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세계다.

Photo by Lacie Slez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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