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강가에 백조가 나타났다. 얼마 전 후추와 율무와 함께 트래킹을 하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근처에서 백조로 보여지는 무리를 언뜻 본 적이 있다. 나는 운전 중이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아내가 백조 같다며 차를 돌려보라고까지 말을 했으니 백조가 맞는 모양이다. 그래서 백조가 근처에 있긴 한가 보다 생각했다.
2020년의 마지막 날, 아침 출근하려고 집 앞을 나서는데 동네 어귀에 흐르는 강에 큰고니 세 마리가 보였다. 정말이었네. 우리 동네에 백조가 있다. 동화 백조의 호수, 영화 블랙스완에 나오는 그 백조. 백조에게 우리 동네의 자연환경을 인정받은 것 같아 나는 참 좋은 곳에 살고 있구나 느꼈다. 큰고니가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백조다. 사실 백조는 일본식 표현이라고 한다. 한국어로는 고니라는 예쁜 이름이 있으니 앞으로는 고니라고 부르자.
고니의 어원은 두 가지가 전해진다. 큰 새라는 뜻의 큰이 일본어로 ‘가마’라고 하는데 이것이 ‘가마-갈미-골비-곤히-곤이-고니’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두 번째 설은 좀 더 어울린다고 생각이 드는 설인데, 고니를 보면 참 곱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바로 이 ‘고운’과 사람 등을 가리킬 때 쓰는 ‘이’가 합쳐져 ‘고운 이’가 되어 ‘고운이-곤이-고니’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다. 둘 모두 가설이기는 하나 나는 후자에 좀 더 신뢰가 간다.
이 고니는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로 IUCN 적색목록에 올라있다.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제 201-2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날 수 있는 새 중에서는 가장 크고 무거운 편에 속한다. 박새가 15g 정도 되는데 비해 백조는 15kg 이상이 나가니 하늘을 나는 새 치곤 굉장히 무거운 편이다. 백조는 크게 5종에서 7종으로 나누는데 그중 3종이 우리나라에 서식한다. 바로 고니, 큰고니, 혹고니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 찾아온 백조는 아마도 큰고니로 추정된다.
이들은 겨울철새다. 툰드라와 몽골 초원 지역에서 육아를 해서 10월에서 4월까지 우리나라에서 머문다. 주로 낙동강 하구의 생태습지에서 발견된다고 하는데, 한 해 낙동강을 찾는 큰고니의 수는 3천 마리라고 한다. 실제로 본다면 엄청난 장관이 펼쳐질 것 같다. 그런데 3년 전부터 이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 해에는 1200마리까지 줄었다고 하니 절반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나는 이미 다른 에쎄이를 통해 동물보호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지,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더 이야기하지 않겠다.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하여 따질 일도 아니거니와 자연보호, 환경보호는 우리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해오던 말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호주에 서식하고 있다는 블랙 스완이 보고 싶다. 유려한 곡선을 뽐내는 자태에 까만색 매력을 발산한다니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흑조를 보러 호주에 가야겠다. 그 전에 코로나가 끝나야겠지만.
2021년에는 코로나가 끝나고 고니들처럼 국경의 경계가 없이 떠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코로나가 종식되는 그날까지 몸도 마음도 건강하기를 바란다.
※ 고니는 한 번 짝을 지으면 평생 짝을 바꾸지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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