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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의 기록/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7 : 난방기기

by 구루퉁 2020. 12. 28.

  시골에서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난방기기가 빠질 수가 없다. 시골살이에 대한 고충은 대표적으로 벌레와 난방, 두 가지이다. 그 외의 것은 즐길 수 있냐 없냐의 차이이다. 예컨대 편의점이 7.5km 떨어져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 치킨 배달이 되지 않는 것도 그러하다. 아내는 야식을 줄이게되고 사소한 소비를 줄이게 되어서 더 좋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것과 달리 벌레와 난방은 이야기의 맥락이 달라진다.

(벌레에 관한 것은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08 : 절지동물편을 참고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유독 난방을 중시한다. 시베리아 기단의 강추위가 간혹 시베리아보다 더 강렬할 때가 있다. 그래서 선조들이 온돌을 개발한 모양이다. 실존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외국인이 조선시대에 온돌을 체험한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떠도는 것을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난방을 중시하는지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이사벨라 비숍, 조선과 그 이웃나라(1897)

 

“어느날 주막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불을 어찌나 때는지 더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너무 숨이 막혀서 문을 열었더니 주인이 급하게 소리치며 닫는게 아닌가! ‘그러다 호랑이 들어옴매’ 오마이갓! 어쩔 수 없이 나는 문풍지에 구멍을 뚫고 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방 안의 온도는 40도다.”

“지친 몸을 거의 지지다시피 덥혀주는 이 정도의 끔찍한 온도를, 조선 사람들은 아주 좋아한다.”


그렙스트, 100년 전 한국을 가다(1904)

 

“조선 사람들은 추운 겨울 날이면 밖에서는 옷을 꽁꽁 싸매입엇고, 밤에는 펄펄 끓는 방바닥 위에서 마치 빵처럼 구워져 지내는 게 아주 습관처럼 되어 있었다.”


카르네프, 내가 본 조선, 조선인(1885)

 

“조선인들은 손님을 좀 더 융숭히 대접하고자 할 때 방바닥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하지만 그 방바닥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거의 고문과도 같았다. 방바닥이 뜨거워 참기 어려워서… 한겨울인데도 땀을 뻘뻘 흘리며, 더위 속에서 고생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도시에 살 때는 보일러를 많이 켜지 않았다. 나는 201호에 살았는데 윗집과 아랫집 그리고 옆집에서 보일러를 키면 우리집은 보일러를 켜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물론 그 만큼 소음에 시달려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층간소음을 피해 시골로 내려왔다면 난방을 각오해야 한다.

Photo by Sies Kranen on Unsplash

  시골집의 난방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는 직화 방식과 보일러 방식이 있다. 이 직화방식은 아궁이에 불을 때는 온돌방식이 있고, 연통을 설치해야 하는 난로 방식이 있다. 화목난로, 연탄난로, 벽난로 등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보일러 방식 또한 그렇다. 연료에 따라 가스보일러, 기름보일러, 화목보일러, 연탄보일러 등이 있다. 요즘엔 직화방식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있어도 보일러를 깔아두고 옵션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골집을 구할 때는 이 보일러를 확실히 봐야 한다. 장단점이 극명하기 때문이다. 시골은 도시가스가 들어오는 경우가 잘 없기 때문에 가스 보일러라고 하면 대부분 LPG 가스를 사다가 연결을 해야한다. 무거운 가스통을 흔들어 연료량을 체크해보지 않는다면 여분의 LPG통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밤중에 보일러가 멈추는 일이 생긴다. 비교적 자주 교체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기름 보일러를 많이들 쓴다.

  기름 보일러의 기름통은 보통 2드럼 정도의 용량이다. 통상적으로 등유를 넣도록 되어 있다. 한 번에 가득 넣으면 대략 33만원 정도가 나온다. 기름집 아저씨 말에 의하면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넣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Photo by eberhard grossgasteiger on Unsplash

  세 번째로 화목 보일러는 기름보일러와 함께 많이 사용되는 보일러이다. 그런데 이것은 말 그대로 나무를 태우는 보일러다. 따라서 장작을 패두거나 사놓아야만 한다. 우드팰릿이라는 나무 조각이나 톱밥을 압착 가공한 것을 사용하는 방식도 있다. 화목 보일러는 마른 장작을 쌓아둘 공간이 필요하고 보일러 안에 그을음이 잘 생긴다. 한 번씩 타고 남은 재를 처리해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격은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덧붙여 벽난로도 같다.

  연탄보일러는 정말 가끔 보이는 경우이다. 요즘엔 시골이라도 연탄을 쓰는 집이 많지 않다. 연탄은 일산화탄소로 인한 사고가 종종 있다 보니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더구나 연탄을 계속 갈아줘야하고 타고 남은 연탄재도 처리해야 하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Photo by Amber Kipp on Unsplash

  이렇게 보일러는 4가지 종류인데 시골집을 구할 때 꼭 살펴봐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시골집에서 겨울을 보내려면 어떤 종류의 보일러이든 간에 연료량 체크가 필수적이다. 만일 연료가 똑 떨어졌는데 연휴 기간이라 연료 공급이 되지 않는다면, 산 넘어 산이 될 수 있다. 집은 냉골이 될 테고, 동파를 예상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까지 생기니까. 동파된 수도관을 한 번에 찾지 못하면 수도 배관을 따라 시멘트를 걷어내야 하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누군가는 항상 연료의 잔량을 파악해 두어야 한다.

  나는 시골에 내려온 뒤로 여러 가지 난방 대책을 세워야 했다. 첫 집은 너무 오래되어 웃풍이 심했다. 때문에 따뜻하게 지내려면 기름 값이 너무 많이 들었다. 나는 방 하나를 데울 수 있는 작은 온풍기를 샀다. 하지만 금방 건조해지고 소음이 생기는 것이 불편했다. 첫 집은 연료효율이 좋지 않아 한겨울 난방비가 60만원 가량 들었다.

  우리 부부는 겨울 대책으로 보름가량 동남아 여행을 떠난 적도 있었다. 난방비로 여행을 가자는 취지였다. 물론 그 보다는 돈이 더 들긴 했지만. 동남아에서 돌아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등유 난로를 하나 구입했다. 따뜻한 동남아에 있다가 추운 집으로 돌아가려니 용기가 나지 않아서였다.

파세코 석유난로 PKH-23 모델

  등유 난로는 화력이 좋아 집이 금방 훈훈해지는 장점이 있었다. 캠핑 장비처럼 예쁜 등유 난로였기에 난로위에 주전자를 올려두고 따뜻한 물을 마시면 뭔가 감성 아이템이 되었다. 하지만 난로의 심지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인지 불을 켤 때마다 라이터를 써야 했고, 등유를 채울 때마다 기름냄새가 방안으로 퍼졌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다. 새로운 집은 난방효율이 좋은 편이라 일 년에 한 번 정도 기름을 넣게 되었다. 그리고 냉온풍기를 사서 설치했다. 간절기나 아침에 공기를 빠르게 데우는데 제격이었다. 이제 작은 온풍기와 등유 난로는 장식품이 되었다. 이것은 시골에 와서 겪은 난방실패 아이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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