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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퉁의 기록/ReadingBooks

RB001 시시포스 신화 읽기 01

by 구루퉁 2021. 1. 11.

 

 알베르 카뮈. 그는 나의 적이다. 어려운 적. 나는 이런 마음으로 이 책을 들었다. 녀석, 너란 녀석을 해치우겠다!

 10번에 나누어 책을 읽을 계획이다. 사실 이 계획은 문뜰 작가님이 만든 시시포스 신화 읽기 진도표와 같다. 하루에 조금씩 책을 읽어나가고 주말엔 혹시 책을 다 읽지 못했다면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그렇게 읽으면 주 5회, 주말 한 번과 다시 주 5회면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다. 비교적 짧은 책인데 열 번에 나누어 읽는다. 

 나에게 철학책은 그 만큼 어렵다. 대신 열 번을 찍어 넘어가는 나무인지 찍어보겠다는 것이다. 이 포스팅은 알베르 카뮈의 '시시포스 신화'의 해설이 아니라, 그냥 감상에 대한 포스팅이다. 다시 말해 개인적인 기록이다. 그러니 실존주의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본 포스팅을 읽는 것이라면 되돌아가기 버튼을 누를 것.

 알베르 카뮈의 이 책을 읽기 전에 선행해야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부조리에 대한 실존주의 철학의 개념이다. 

[국어사전] 부조리 :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도리에 어긋남

 실존주의 철학에서 부조리는 불합리, 불가해, 모순 등으로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가?" 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반대로 "그럼 왜 죽어야 하는가?"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되는 양 극단의 양가적인 감정들, 생명이나 죽음, 우주, 존재, 무 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느껴지는 막막하고 아연한 감정을 바로 부조리의 감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합리성과 비합리성이 뒤섞인 카오스같은 것을 부조리라고 표현한다. 

때문에 카뮈의 소설들을 읽어보면 부조리한 인간들 예컨대 완전히 도덕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부도덕적이지도 않은 인간들이 등장한다. 

 대충 이 정도의 개념을 머리 속에 입력해두고 책을 펼쳐보자. 오늘 분량까지는 아직 서문에 가까운 내용이라 그런지 그럭저럭 읽을 수 있었다. 부조리와 자살, 첫장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 바로 자살이다."

 그렇다 이 장의 내용을 대충 요약하면 부조리와 자살의 관계를 잘 살펴보겠다는 내용이었다. 카뮈는 삶의 의미가 수많은 질문 가운데서도 가장 절박한 질문이라고 말한다. 카뮈의 말대로 당대의 자살은 어떤 사회적 현상으로 밖에 취급되지 않았다. 이 자살에는 '수많은 원인들이 있기 마련인데, 일반적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원인들은 실질적인 원인들 아니었다.' 무언가 '유예된 채 남아있던 온갖 원한과 권태'를 어떤 작은 사건이 촉발되어 죽음으로 몰고 간다. 이 자살은 '삶에 대처할 수 없음을, 혹은 삶을 이해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카뮈는 '자신의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부조리의 감정과 무(無)를 향한 동경 사이에 어떤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이 책의 주제는 '부조리와 자살 사이의 이러한 관계, 자살이 부조리의 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가늠해 보려는 그 정밀한 측정"이라고 한다. 말을 어찌나 어렵게 하는지, 결국 앞서 말했듯 부조리와 자살의 관계를 살펴 보겠다는 내용이지 않은가. 

 카뮈의 말대로 우리는 대부분 이런 철학적 질문에 결론은 내리지 않고 늘상 질문만 던진다. 그것은 '생각하는 습관을 획득하기에 앞서 살아가는 습관을 먼저' 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까뮈는 이러한 일상을 '매일같이 조금씩 죽음 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식대로 해석해 보자면 하루 하루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어제보다는 죽을 날과 가까워지는 것이기에 매일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는 정신과 매일 죽음으로 가는 육체는 괴리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삶은 부조리다. 우리 삶이 정말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일까? 우리의 행위들은 희망 혹은 자살을 통해서 이 부조리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철학 책들은 말을 너무 어렵게 써놓는다. 사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문장체계, 어법들, 단어들 때문에 어렵게 느껴진다.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한 번 두 번 곱씹어 읽다보면 어렵지 않은 말들인데 수사와 비유들이 이걸 어렵게 만든다. 아무튼 카뮈의 '시시포스 신화'를 끝까지 완주해 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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