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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의 기록/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01 : 모든 생명에게 안전을 존중을!

by 구루퉁 2020. 10. 20.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01 : 모든 생명에게 안전을 존중을!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중에 가장 먼저 꼽고 싶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나는 귀촌을 했고 이제 시골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 꽤나 많아졌다. 그중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주제는 따로 있다.

우리가 이야기해야 하는 주제.

 

로드킬.

 

살면서 처음 마주한 로드킬은 길고양이. 대학을 다닐 때도 그 동네 길고양이 지도를 만들어 보았을 만큼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주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도로 가운데라 용기내어 직접 치워주지도 못하고 인도에서 차도를 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러다가 구청에 신고를 했고 하루가 지나서 사체를 거두어 갔다. 그 하루 동안 사채는 납작하게 도로바닥에 들러붙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시골에 처음 내려와서 마주한 로드킬 또한 고양이. 그다음으로는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자칫 잘못하다가는 내가 키우는 강아지들이 될 수도 있기에 너무 무섭고도 조심스러운, 그리고 무겁게 생각해볼 이야기다.

 

도시에 살 때는 로드킬로 인한 동물사체를 본 일이 손에 꼽았다. 하지만 시골에 내려온 뒤로 도로에서 부패되고 있는 동물사체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특히나 어린 고양이들이 주를 이룬다. 처음에는 마음이 안 좋았지만 이제는 무덤덤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만큼 자주 있는 일이라는 이야기다. 횟수로 치면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보게 된달까.

나는 최대한 사체를 차로 밟지 않으려고 피해간다. 하지만 동물을 피하려다가 다른 사고가 날 확률이 높으니 보통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동물을 치거나 밟고 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퍽 잔인한 일이다. 인간의 생명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그 전에 우리가 해야할 것은 과속 하지 않는 것!

로드킬은 주로 야간 운전 시에 많이 일어난다. 시골에서 운전을 3년 넘게 해보니 야생동물들은 주로 밤 시간에 통행이 뜸한 도로 위로 나온다. 우리 부부는 야생동물을 보고 싶어서 부러 밤중에 나와 야생동물탐험대, 야생동물원정대라 부르며 관찰하기도 했다. 야간에 시골길은 가로등도 잘 없어서 상향등을 켜고 달리기 마련인데 여기에 과속까지 하면 야생동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도 쉽게 치고야 말 것이다. 실제로 나의 어머니는 저녁 시간 시골길에서 뺑소니를 당하시고 돌아가셨다. 아무튼 야간에 나오는 야생동물들은 어두움에 눈이 적응되어 있는데 갑자기 상향등을 켜고 달려오면 피할 길이 없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과속이라니. 과속하면 안되는 이유는 동물이 피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 아니다. 본인이 동물이나 사람을 발견했을 때 적절한 속도로 멈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골 도로는 통행량이 많지 않아서 이따금 과속하는 차량이 있다. 그러니까 통행량이 많지 않은데 왜 과속을 하는 것일까?

야생동물이 도로로 나오는 이유는 도로건설로 인한 서식지 파괴가 주된 원인이다. 사람들이 멋대로 산과 들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만들고는 그곳에 야생동물들이 발을 들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 산림과 녹지는 점점 파괴되어 서식지는 줄어드는데 서식지 내에서도 도로가 거미줄처럼 처져 있다. 야생동물이 나비라면 사방에 깔린 도로는 거미줄이다. 그런데 먹이마저 풍부하지 않다. 사람들이 산이란 산은 다 뒤져가며 버섯이나 약초, 밤이나 도토리마저 싹싹 긁어 가져간다. 이런 이유로 야생동물들은 민가나 도로로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야생동물들을 도로로 내몰고는 상향등을 켠 채로 과속을 하겠다는 것은 너무 잔혹하다. 마주치게 될 무언가는 나의 안전을 위해 죽으라는 소리다. 만약 야생동물을 발견하고 제 때에 멈췄다면, 주변에 차가 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전조등을 잠시 끄고 경적을 울리자. 그러면 알아서 피해간다. 간혹 동물들이 옆으로 피하지 않고 길을 따라 달리기도 한다. 내가 가는 방향으로 도망가는 녀석들이 있다.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귀여운 동물들의 뒷태도 볼 수 있다. 보통은 그러다가 동물들이 알아서 옆길로 빠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로드킬을 했거나 당한 동물들을 보았다면 ‘지역번호+120’ 또는 ‘지역번호+128’을 통해 신고를 해두자. 네비게이션에 뜬 위치를 잠시 기억해두기만 하면 된다. 이런 사후 처리는 사체훼손 뿐 아니라 다른 운전자에게 발생될 2차 피해도 막을 수 있으니 되도록 신고를 하는 것이 좋다. 직접 치우려다가 2차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하니 조심하도록 하자.

 

운전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100명 중 38명이 로드킬의 가해자가 되었거나 발생하는 순간을 목격, 또는 그로 인한 2차 사고를 목격했다고 한다. 38%의 직간접적인 경험. 내가 될 수 있다. 시골길에 생태통로는 정말 드물다. 제발 초행이라면 서행하고 주의하자. 모든 생명에게 안전을 존중을!

 

에쎄이 읽어 드림 (오디오 에쎄이)

※저희 부부가 관리하는 유튜브 채널 '시골살이33'에 에쎄이를 읽어 드림 이라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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