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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의 기록/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03 : 마을발전기금

by 구루퉁 2020. 10. 22.

 한 때 귀농귀촌 붐이 일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때 선배 귀농귀촌인들이 마을발전기금이라는 생각지 못한 복병을 만나 이에 대하여 각 커뮤니티에 문의 글들을 올렸다. 이는 귀농귀촌 커뮤니티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장례 차량이 본인의 선산으로 가기 위해 한 마을의 농로를 이용하려 하자 마을 사람들이 길을 막고 돈을 요구하면서 마을발전기금 논란이 본격적으로 언론의 수면 위로 떠오른 바가 있었다.

 마을발전기금이란 뭘까? 마을에 전입해 오면 그동안 마을 발전을 위해 기금을 냈던 사람들의 액수만큼 또는 마을협의회에서 정해놓은 금액만큼 기금을 낼 것을 강요한다. 기존에 살던 사람들이 만든 마을 길이나 수도, 전기 등을 끌어오기 위한 노력 등, 마을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것을 아무 대가 없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마을 사람들의 논리이다. 한 마디로 무임승차를 하게 된 만큼 발전기금을 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강요되면 불법이 된다. 예컨대 마을에 공원이 생기도록 유치권 싸움을 아무리 치열하게 했더라도 공원을 지은 것은 국가이지 마을 사람들이 아니다. 이 때 마을 발전을 위한 노력은 마을 사람들의 선의가 되는 것이지 그것이 어떤 대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 마을에도 마을협의회가 있고 마을발전기금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마을은 오래 전부터 있던 마을이 아니고 10년전 즘 새로 생긴 마을이다. 은퇴자를 위한 마을로 기획이 되었고, 마을을 만들 때 기존에 살던, 혹은 토지를 가지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길을 내기 위해 자신들의 토지를 공용부지로 일정 부분 내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추후 이사 오는 사람들이 그 길을 이용하려면 삼백만 원씩 걷기로 했단다. 이 삼백만 원은 원주민들이 나누어 갖는지 정말로 마을 발전을 위한 기금으로 조성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5가구 정도의 원주민들 외에 추가로 외부에서 유입된 주민들이 4가구가 되었고, 4가구는 도로가 개인의 것이 아닌 공용부지임을 확인하고 이사 온 사람들이었다. 누구도 마을발전기금을 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4가구는 마을발전기금을 내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마을협의회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이사 왔다.

 우리는 처음에 전세 계약으로 마을에 들어왔다. 전세세입자이기 때문에 마을발전기금 같은 것은 집주인과 이야기해야 할 사항이었다.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우리 부부가 마을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고 집을 매매한 뒤였다. 우리가 매매 계약서를 쓴 다음 날 마을 사람들이 집을 샀다며? 축하해!”하고 알은 채를 했다. 어제 도시에 사는 집주인이 우리집 앞에 차를 세워두었기에 어쩐 일이냐고 물었다가 알게 되었다나. 참 소문이 빠르다. 이웃 어르신들은 이제 우리도 정식주민이니까 마을협의회에 나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주민등록 상의 주소지를 이곳으로 옮긴지 일 년도 넘었지만 그 전에는 정식 주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마을협의회에 나가지 않았다. 그 때마다 일이 있어 참석을 하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부담스러웠다. 이후에 경매를 받아 들어온 부부가 우리 부부를 찾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마을발전기금 이야기가 나왔다. 삼백만 원을 요구 받았다고 했다. 누구네는 감나무를 삼백만 원어치를 심어줬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간 마을발전기금을 낸 가구가 절반, 내지 않은 가구가 우리를 포함해 절반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내지 않으면 5:5가 된다. 해서 마을협의회에서 회의가 있었다고 했다.

 마을협의회에서 우리와 종종 왕래가 있던 할머니가 말하길, “마을을 발전시키려면 마을발전기금을 강요하면 안된다. 그런 돈을 내라고 했다가 사람들이 떠나버리면 마을은 결코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발전기금 존폐여부에 대해서 표결에 부쳐졌고 결과는 5:5가 나왔다.

 은퇴자를 위한 마을에서 유일한 2~30대 부부인 우리는 그렇게 마을발전기금으로부터 구제되었다. 그리고 귀농귀촌 커뮤니티엔 아직도 종종 마을발전기금에 대한 이야기들이 올라온다. 그리고 이제는 이런 댓글들이 달린다.

 아직도 그런 마을이 있어요? 이제 이런 얘기는 그만 좀 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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