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골살이의 기록/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05 : 새

by 구루퉁 2020. 10. 26.

 사실 새는 어디에서나 마주칠 수 있다. 시골이 아닌 도시에서도 새들은 살고 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좀 더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다. 아니, 정확히 우리 마을에서는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다. 우리 마을은 배산임수의 지형을 가지고 있다. 뒤로는 산이고 앞으로는 강이다. 그래서 산새들과 강새들을 볼 수 있다.

 산에 사는 새들은 주로 몸집이 작다. 도시에 살 때는 작은 새라 하면 참새를 떠올렸다. 이곳에서는 참새보다 딱새가 더 많다. 그 다음으로는 붉은머리 오목눈이. 흔히들 뱁새라고 말하는 새다. 그 다음이 되어서야 참새가 나온다. 박새도 참새 만큼 자주 보이는 새다.

붉은머리오목눈이 : 집 앞 울타리 너머로 붉은머리 오목눈이가 나타난다.
붉은머리오목눈이 : 집 근처 공터, 수풀이 우거진 곳이 주 서식지이다.

 매일 아침마다 지저귀는 새들 때문에 새박사가 다되어간다. 우리 집 앞으로 흐르는 개울엔 수풀이 무성한데 이 작은 새들은 주로 그 수풀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이 작은 새들만 찾아온다면 그 귀여움에 눈이 즐거웠겠지만, 작은새들이 시끄럽게 지저귀고 나면 멀리서 까아(RRR)~악하고 나타나는 검은 물체! 이곳엔 까마귀와 까치도 살고 있다. 그 중 까마귀는 쓰레기봉투를 뜯고 그 속을 다 파헤쳐 놓는다. ‘저기, 까마귀는 반짝이는 것만 좋아한다 하지 않았었나?’, ‘에이~인간아, 나도 먹고는 살아야지!’ 그래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날에 잘 맞춰서 내놓지 않으면 쓰레기봉투는 못쓰게 되어버리고 다시 청소를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시골이라고 마당 한 켠에 마음대로 쓰레기를 내놓지도 못한다는 뜻이다.

까마귀 : 전선 위에 앉아서 쓰레기봉투를 노리고 있다.

 까치나 까마귀, 산비둘기는 텃밭에 심어 놓은 옥수수 씨앗을 파헤쳐 먹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옥수수를 심으려면 비둘기한테 허락 받아야한다는 농담도 한다.

 이 친구들은 덩치가 좀 있어서일까, 종종 영역 싸움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 동네는 물까치 떼가 꽉 잡고 있다. 사실 물까치 수가 엄청나기 때문에 추측한 것일 뿐이다. 이 친구들은 강가 가까운 쪽에서 많이 보인다.

물까치 : 물까치는 꼭 떼로 다닌다.
흰뺨검둥오리 : 꼭 우리 부부같아서 더 정이 간다.

 개울을 따라 강으로 내려가면 철에 따라 물닭과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도 보인다. 오리들이 새끼를 낳으면 어미 오리를 따라 물장구치는 오리새끼들을 구경할 수 있다. 이 친구들이 겨울 철새라면 여름 철새로 백로와 왜가리가 있다. 분류하자면 여름 철새인데 겨울에도 보인다. 터주대감처럼 둘은 항상 보이는 새다. 텃새가 되어버린 것이다.

왜가리 : 주로 강에 있지만 가끔 나무 위에 올라가기도 한다.

 백로가 있는 곳에 왜가리가 있고 왜가리가 있는 곳에 백로가 있다. 둘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지만 꼭 같이 있다. 종종 대여섯 씩 떼로 다닐 때는 서로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경쟁관계이기는 하지만 위험을 감지했을 때는 !’하고 짧게 울어 서로에게 경고를 보내주기도 한다. 듣기로는 까마귀와 까치도 서로 영역싸움을 하지만 상위포식자, 매나 독수리가 나타나면 합심하여 동네를 지킨다고 한다. 자연은 이렇게 적과 아군의 구분이 없고, 적과 동지가 같은 약육강식의 세계라는 것을 새들의 관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가끔 강길을 따라 트래킹을 하다보면 멀리서 매가 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아직 한 번도 육안으로 확인해본 적은 없다.

 

참새 : 도시에서도 흔한 참새
알락할미새 : 꼬마물떼새와 헷갈리지만 꼬마와 할미는 천지차이!

 아무튼 이곳은 먹이사슬이 파괴되지 않은 지켜야할 자연이 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옥수수를 심기 전에 비둘기한테 물어봐야 한다고 우스갯 소리를 하고 마당에 새 모이를 놔둔다. 깨끗한 물은 주변에 충분하니까, 작은 새들이 겨울에 동사하지 않기를 바라며 먹이를 놓아둔다. 새들이 우리 집 마당을 찾아주길 바라면서. 그래서일까, 우리는 남들이 하지 않는 짓을 더러 한다. 이웃집은 새를 쫓기 위해 폭죽을 터뜨리는데, 우리는 새들에게 주려고 블루베리를 키운다. 사실 우리가 먹으려고 사 온 화분인데 새들이 더 잘 먹기에 양보를 했다. 우리는 가끔 새들이 남겨준 블루베리를 따서 먹고, 블루베리 농장을 하는 이웃에게서 크고 탐스러운 블루베리를 사 먹는다.

 

우리는 그걸로도 충분하고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딱새 (암컷) : 멀리서 주둥이가 검은 딱새가 있다고 신기해 했는데 찍고 보니 벌레를 물고 있다. 새끼를 주려는 모양이다.
딱새 (수컷) : 우리 집 우편함에 찾아왔다. 좋은 소식이 있으려나?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