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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의 기록/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06 : 시골 공기와 미세먼지

by 구루퉁 2020. 11. 3.

 

나 귀촌했어.”

정말? ? 어디로? 거기서 뭐하는데? 공기는 참 좋겠다.”

나는 인간관계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연락이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전하다가 귀촌했음을 알리면 으레 반응이 이렇다. 첫 번째로는 정말?’. 그럼 거짓말을 하겠는가? 여기서 정말은 추임새나 놀라움의 정말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말이 ?’ 그리고 어디로?’. 아이고, 일일이 설명하려니까 힘들다. 왜 귀촌을 했을까? 왜 하필 또 이곳을 선택했나? 수많은 이유가 있는데 이 사람은 어떤 이유를 대야 납득을 할까? 애초에 납득을 시켜줘야 하나? 하지만 나에게 연락을 했다는 것은 나의 안부가 궁금했던 것일 테고 나에게 그 정도의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도 마땅히 설명을 해줘야 한다.

물음표들에 대답하며 갖가지 생각이 들 무렵이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공기는 참 좋겠다.’ 표현은 다를지언정 꼭 나오는 말이다. 충청북도 시골 마을이면 공기가 좋나? 어디 오지도 아닌데 공기가 좋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도시보다는 공기가 좋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청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 같다. 충청남도와 북도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상위 시도 중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곳이다. 충남이 1, 충북이 5위다. 서울 사람들은 서울이 가장 공기가 안 좋은 줄 알겠지만 어디 충남만 할까.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충남을 직격하고 있고 화력발전소가 가장 많은 곳도 충남이다. 전국 화력발전소의 절반이 충남에 있다. 2위는 경남, 공장이 많으니까 그러려니 하겠다. 하지만 3위 강원도는 상상도 못했으리라. (2016년도 환경부 제공 자료 기준)

아무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시골이라 하면 공기가 좋다고 생각한다. 일부는 맞다. 내가 사는 이곳이 도시보다는 좋다고 느껴진다. 주변에 나무가 많으니 아침 공기만큼은 상쾌하다. 도시에서도 인근 산에만 올라도 공기가 다르게 느껴지듯, 읍내가 아닌 산골에서는 아침 공기가 참 맑다. 차들이 다니는 밀도가 낮으니 도로에서도 심각한 매연을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보면, 시나브로 내 폐가 썩어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미세먼지가 뉴스에서 한창일 때를 보면 시골도 하늘이 뿌옇다. 멀리 보이던 산이 블라인드 처리가 된 것처럼 뿌옇게 보인다. 그런데도 시골 사람들은 황사나 미세먼지 차단을 목적으로 하는 마스크 착용을 잘 안 한다. 왤까? 시골 사람들도 공기가 좋다는 믿음이 있어서일까? 요즘에야 코로나 때문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작년만 해도 읍내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수 있었다.

시골에서는 저렴한 화목 보일러를 쓰고 뒷마당에서 쓰레기를 태우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감각이 참 둔하다. 서울에서 노후경유차량 진입금지를 내렸을 때 우리 군청에서도 금지를 하겠다고 했다. 아이고, 큰 일 났구나. 시골에서는 대부분 경유차를 많이 쓰는데 주로 오래된 차를 가지고 있는 노인들은 돈이 없어서 어쩌나! 이에 대한 군청의 반응이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행정적으로 금지이기는 하나,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 아직은 걱정하지 마시라.’

이 곳이 충청북도이다. 그리고 충북의 공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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