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이라고 하면 가을방학의 노래, ‘속아도 꿈결’이 떠오르지 아니할 수 없다. 너무 공감이 가는 말들로 이루어진 노래 가사와 잔잔한 멜로디 때문일 것이다. 검색을 통해 가사를 한 번 감상해보자.
가을방학 – 속아도 꿈결 가사 (가사 전문을 올리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되어 삭제하였으니 검색을 통하여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가장 공감하는 가사는 ‘정해진 목적 없이 발길 가는 대로 갈 것’이다. 그렇다. 산책엔 목적이 없어야 한다. 생각도 없어야 한다. 그냥 걸음이 날 이끄는대로 이 길을 걷다가 무엇을 마주칠지 모르는 채로 그냥 걷다가 우연히 무언가 마주치는 것이 산책이다. 이 마주침은 차가운 바람, 파란 가을 하늘이 될 수도 있고, 잘 익은 감이 떨어지는 장면이 될 수도 있고, 다람쥐를 마주친다거나 하는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 그냥 그 순간 느껴지는 것이 산책에서 마주치는 것들이다. 그래서 산책은 부담이 없다.
귀촌을 한 뒤로 산책을 자주 하게 되었다. 강아지들과 산책을 하기도 하고 아내와 둘이 산책을 하기도 하고. 대체로 강아지들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산책을 했다. 집 앞 강가에서 남생이나 자라 따위를 보기도 하고 새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밤에는 주로 별을 구경했다. 아내는 그 날 있었던 일들이나 자신의 기분, 감정을 조잘조잘 잘 늘어놓고 나는 내가 어서 와서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함께 걸었다. 생각해보면 나의 산책은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했는데, 직장에서 점심시간에 하는 산책은 오롯이 홀로하는 산책이다.
홀로하는 산책은 뭔가 조금 다르다. 날씨에 따른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날씨가 조금 우중충하면 조금 쓸쓸한 기분을, 날씨가 맑으면 또 홀로 가벼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보다 기분이나 감정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달까? 상대를 신경쓰지 않는 만큼 나에게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 홀로하는 산책에서 발견하는 것들은 조금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를테면 아무도 없는 길가에 피어난 꽃 하나를 봐도 신기하고 평소라면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담벼락도 훌륭한 사진이 되어 돌아온다.
나에게는 홀로하는 산책과 함께하는 산책 모두가 중요하다. 산책하며 마주하는 모든 순간들은 언뜻 보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존재를 드러내듯 삶이 그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 점심시간이 끝났다. 이것이 ‘인생에 속은 채, 인생을 속인 채’ 라는 것이 아닐까.
※ 가사에 나오는 ‘봉별기’는 상봉할 때 “봉”과 이별할 대 “별”, 그러니까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로, 1936년 <여성>지 12월호에 작가 이상의 단편소설로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비교적 쉽게 읽히는 작품이고 분량도 몇 페이지에 불과하니 여러 번 곱씹으며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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