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주로 강아지들과 산책을 나선다. 물론 매일 한두 번의 산책은 하고 있지만 최근 잦은 눈비로 산책 횟수가 눈에 띄게 줄자 율무가 항의 표시로 커튼에 오줌을 쌌다. 그래서 이번 주말엔 좀 멀리 나서는 산책을 했다. 트래킹이라고 할 법한 산책이다.
우리가 선호하는 산책은 사람이 전혀 없는 곳에서 강아지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다. 목줄 없는 산책을 위해서 우리는 트래킹 코스를 차로 대충 훑는다.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풀어주는 것이다. 때문에 강변을 선호하게 된다. 강둑 길을 따라 강변을 슬쩍 보면 2~3km는 한 눈에 보인다. 다행히 지난 주말에도 우리가 자주가는 코스에 사람이 전혀 없었다.
날도 제법 풀려 비교적 따뜻한 날씨에 우리는 자유롭게 자연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복병을 만났다. 평소 집앞 산책코스에서도 자주 마주하는 복병인데, 바로 씨앗이다.
식물들의 번식 방법을 살펴보면 참으로 영리하다. 식물의 번식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 우리가 흔히 아는 종자번식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포자번식, 세 번째는 영양번식이 있다.
영양번식은 줄기나 뿌리로 번식한다. 영양번식이 되는 식물은 꺾꽂이나 잎꽂이, 휘묻이, 접붙이기 등이 된다. 포자번식은 버섯을 생각하면 된다. 구체적으로 나누면 버섯류, 고사리류, 이끼류, 곰팡이류, 조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종자번식은 바람을 이용해서, 동물의 몸에 붙어서, 스스로 터져서, 동물에 먹혀서, 물위에 떠서, 밑으로 떨어져서 번식하는 방법들이 있다. 시골에 오면 주로 이 종자번식들이 반갑다. 바람을 이용해서 번식하는 민들레꽃, 씀바귀 등을 보면 반갑기 그지없다. 봄이 왔음을 알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좋은 점은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우리는 대체로 동물에 먹혀서 번식하는 종자들을 주로 심는다. 토마토, 파프리카, 고추, 딸기, 수박 등 모두 먹혀서 번식하는 녀석들이다. 이러니 반가울 수밖에! 밑으로 떨어져 번식하는 녀석들은 주로 가을을 알린다. 도토리, 밤, 상수리, 잣 등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반갑지 않은 녀석들이 있다. 동물의 털에 붙어 번식하는 종류다. 우리가 흔히 아는 ‘도깨비풀’이다. 어느 지역에서는 가막사리라고 하고 어는 지역에서는 도깨비바늘이라고도 한다. 또 어디에서는 도꼬마리라고 한다. 서울 출신인 나는 도깨비 풀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알아보니 도깨비풀이란 것은 없고, 도깨비바늘과 가막사리, 도꼬마리는 서로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나를 애먹이는 것은 도꼬마리이다. 강아지들도 도꼬마리한테서는 애를 먹는다. 도깨비바늘은 주로 산책이 끝나고 집앞에서 떼어준다. 그런데 도꼬마리는 서둘러 떼지 않으면 털이 엉켜 들어간다. 그러면 떼어내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차라리 클리퍼로 털을 밀어주는 것이 좋겠다 싶을 정도다. 그리고 발바닥에 붙는 경우엔 강아지들이 한 번씩 멈춰서거나 절뚝거린다.
그렇다, 도꼬마리는 '강려크한' 놈이다. 그가 붙으면 강아지들도 우리도 모두 힘들다. 후추가 멈춰서서 우리를 올려다 보면 백이면 백 도꼬마리가 발바닥에 붙어 걸을 때마다 따가워서다. 털을 헤집어 떼어내고 나면 율무의 꼬리 털이 도꼬마리 때문에 엉켜 들어가 있다. 율무를 떼주고 나면 후추가 고장난다. 도꼬마리 지대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무한 반복이다.
도꼬마리를 뗄 때만이라도 강아지들이 가만히 있어 주면 다행인데, 저도 털을 잡아당기니 아프다고 난리다. 도꼬마리를 떼주는 내 손가락도 아프다. 결국 그 날 산책은 만보를 채우지 못하고 5600보에서 돌아서야 했다. 여름엔 진드기, 겨울엔 씨앗이 복병이다.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그중 가장 만나기 싫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도꼬마리다. 집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보니 내 바지에도 가막사리며 도깨비바늘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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