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구루퉁의 기록/자유 에쎄이

Essay 016 : TV수신료에 대한 오해

by 구루퉁 2021. 3. 12.

 

 

  요즘 TV수신료에 대한 이슈가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LH사태, 보궐선거 등의 이슈들이 메인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온라인 뉴스를 보면 TV수신료에 대한 이야기들도 수면에 떠 오르고 있다.

  주유할 때 기름에 유류세가 붙지 않는가? 방송을 수신할 때는 수신료가 붙는다. 기름은 사용량에 따른 정률제이지만 TV수신료는 정액제인 셈이다. 쿡티비나 넷플릭스를 정액제를 내고 보는 것과 같다.

 

TV수신료에 관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

 

  여기서 사람들이 기분이 나빠진다. ‘나는 KBS는 보지도 않는다.’, ‘나는 이미 인터넷TV에 돈을 내고 보고 있다.’ 이런 말들을 한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KBS 보지도 않는데 왜 TV수신료를 내야 하는지 따지고 드는 것일까. 그것은 TV 수신료의 91% 가량을 KBS에서 가져가기 때문이다. EBS가 3%, 위탁수수료가 6%이다. 위탁수수료는 한국전력공사에서 전기요금과 함께 TV수수료를 같이 징수해 주는 수수료이다. 그러니까 한전은 수신료를 걷어서 수수료를 떼고 KBS와 EBS에 돈을 보낸다.

  수신료를 걷는 이유는 공영방송의 재원 마련을 위해서다. 상업 광고와 정부 예산으로도 재원을 얻을 수 있지만, 이것에 의존하다 보면 돈을 주는 곳, 특정 집단의 눈치를 보게 된다. 때문에 공공성 훼손을 방지하고자, 권력의 사유화를 막고자 수신료를 걷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정말 권력의 사유화가 되지 않은 정명 공대한 방송인지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해볼 문제다. 여러 기사의 댓글에서 정권의 하수인이 된 KBS에 돈을 줄 수 없다는 표현들이 나온다.

  TV수신료를 내고 내지 않고의 기준은 방송 수신 매체 여부이다. TV수신료를 내지 않는 방법을 검색해 보면 KBS(1588-1801)에 전화해서 TV가 없음을 증명하거나, 한국전력공사(123)에 전화해서 TV가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나온다. KBS를 보는가 안보는 가는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다. 여기서 TV는 방송수신 매체로 노트북, 컴퓨터 등으로 방송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있다면 TV가 없더라도 수신료를 내야 한다.

 

TV수신료에 관한 방송법 : 나무위키 참조

 

  IPTV나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넷플릭스 같은 OTT 등에 이미 내고 있는 돈에는 KBS나 EBS의 수신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KBS와 EBS는 의무전송채널로 케이블 TV 운영사나 기타 상업방송 운영사에게 채널 재전송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없도록 법규로 정해져 있다. 때문에 TV수신료라는 이름으로 돈을 따로 걷는다.

  그렇다면 국민이 왜 공영방송 운영에 일조해야 하는가. 이 문제가 남는다. 특정 집단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방송의 다양성과 건전성을 위해서가 더 큰 이유다. 재미는 없지만 사회의 어두운 면이나 소외받는 이슈들, 사회의 이목과 관심이 꾸준히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꾸준히 조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공영방송이다. 돈이 되지 않아도 방송할 수 있는 것이 국민에게 돈을 걷어 운영하는 공영방송사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시사 다큐의 경우가 그러하다.

  KBS의 추적 60분 같은 프로가 그러했다. 이 프로그램은 음식물 포장지에 식품첨가물 기재 의무화를 이끌어내고 정신질환자 보호시설에 대한 정부 법제화 계기를 마련하는 등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런데 공영방송사에 재정위기가 닥칠 경우 이러한 시사 다큐 프로그램 제작부터 줄어든다. 심지어 추적 60분은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종방되었다. 이러니 사람들이 TV수신료가 아깝다는 말들을 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추적 60분 방송은 2019년 08월 30일을 마지막 방송으로 종방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이 일반 국민들은 TV수신료 납부 거부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좋을까? 판단하기에 따라서는 그것도 좋겠지만 나는 좀 더 이 사회의 건전성을 위해 국민이 방송을 감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공영방송을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의 일환으로 납부 거부운동이 필요하다면 모를까, 단순히 돈이 아까워서 거부 운동을 하는 것은 소외되는 사회 이슈들을 아예 막아버리는 꼴이 된다. TV수신료 사용에 대한 감사 내용을 공개 요구,공영방송에 시청자 참여 코너를 적극 활용하고 방송의 품질개선에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공영방송사의 억대 연봉이나 인사권, 프로그램 다양성에 대해 좀 더 목소리를 내고 감시하는 역할, 그것이 수신료를 내는 국민이 권리와 역할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