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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퉁의 기록/자유 에쎄이

Essay 018 : 딩크족

by 구루퉁 2021. 5. 14.

 

  우리 부부는 딩크족이다. 정확히는 딩펫족. 네이버로 검색을 해보면 두산백과에 다음과 같이 정의가 나온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부부를 일컫는 용어이다. Double Income No Kids의 약자이다. 여기에서 펫을 키우면 딩펫족이 된다.

  정의에 나오는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무얼까? 정상이라니. 인간의 삶과 형태가 다양한데 정상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유교에 있는 것일까? 정상적인 부부생활이라 하면 성생활을 뜻하는 것일까? 일주일에 1~2회의 성생활이면 정상일까? 아니면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남자와 여자로 이루어진 부부를 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것들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정상이 아니라 비정상이라는 소리다. ‘일반적이라는 단어도 아니고 정상적이라는 단어라니! 우리 사회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빠져있다. 이 또한 강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신조어로 할만하않.

  딩크족이라는 단어가 있을 만큼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주위에서 이런 부부들을 보면 깜빡이도 없이 갑자기 훅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니가 아이를 안가져봐서 그래가 대표적이고 나이들면 자식보는 낙으로 사는거야.”도 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수 많은 고나리들이 있는데, 쉽게 우리 부부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사람들이 없다. 자신과 다르다는 것 하나만으로 입방아의 대상이 된다. 우리 부부의 결정에 대해 납득하는 사람들도 그래도……라거나 왜인지 아쉬워 한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느낄 수 있는 그 엄청난 감정들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한다. 다 너희를 생각해서 이런 말을 해주는 것이라는 느낌을 열심히 어필한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의 결정에 대해 의심과 우려가 드러난다. 몰라서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는 염려들, 대부분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깜빡이 좀 키고 들어오시죠.

  그들의 염려만큼이나 딩크족들이 하는 말들도 맞는 말이다. 오히려 딩크족들이 하는 말들은 대부분 합리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의 말만 옳다고 주장한다. 정상가족을 구성하고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을 절대 진리처럼 여긴다. 마치 종교를 가진 사람이 무신론자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것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그들의 주장은 대부분 경험론적 주장인데,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듯이 이 경험에도 존재하는 장단 중에 단점은 쏙 빠지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내가 이 주제에 대해서 당신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의사 여부는 묻지도 않는다. 타인의 삶에 대한 존중은 없다. 삶의 큰 틀은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또는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면 큰 일이 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우리 부부는 6년째 연애 중이다. 결혼 전 연애기간까지 생각한다면 11년차. 육아나 아이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들이 없다. 대신 노후문제나 가족구성원이 단촐하다보니 생기는 인력부족 문제, 즉 한 사람이 아플 때 다른 한 사람이 케어할 때 생기는 경제적 인적 물적 문제들이 있다. 또한 남은 인생의 긴긴 시간을 단 둘만이 의지해야 한다거나 다른 한 사람이 이 관계를 배신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상가족은 문제가 없느냐, 다른 문제들이 산재한다.

  삶이라는 것은 완벽할 수 없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정상이라는 것도 사회가 변하면서 바뀐다. 나의 기준과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몇몇 대상이나 사안에 있어서는 그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사람 또한 완벽할 순 없는 거니까. 그래서 이 주제에 대해서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나는 상대를 꼰대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겠네요.’ 또는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라고 말한다. 다만 내가 이런 말을 했을 때 상대가 신나서 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으면 할 뿐이다.

  내가 그렇구나했다고 해서 참고를 하겠다는 뜻이지 변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해한 것과 동의 한 것은 다르다. 사실 우리 부부의 결정을 존중 받고 싶다기 보다 관심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클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이를 갖는 황홀한 경험을 해보지 않았지만
당신도 아이가 없이 늙어가는 경험을 해보지는 않았잖아요
.
아이없이 늙어가는 주변 사람들을 보았다고 말하지만
나도 아이를 키우며 늙어가는 사람들을 보았어요
.

나는 당신을 꼰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도 나를 철부지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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