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는 문학쪽으로 많이 편중되어 있는 편이다. 순문학도 읽고 해외소설들도 읽지만 그 중에서도 판타지나 SF계열의 소설을 좋아한다. 메세지가 있거나 사회문제를 건드리는 작품들에 주로 높은 점수를 주는 편.
그러다 일상이 지루하고 힘들면 심심풀이로 '판타지/무협'을 자주 읽는다. 리뷰를 남길 만큼의 훌륭한 작품들도 여럿 있지만 대부분 말그대로의 킬링타임용. 아쉬운 점이 더 많은 작품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내가 직접 판타지 소설을 써보니 완결을 낸 작가들이 대단하다.
겨울반디 작가의 퓨전무협 소설 '요절할 대공자는 오래 살고싶다'는 11권짜리의 소설이다. 11권이면 짧은 분량이 아니다. 90년대~2000년대에는 10권 이하의 작품이 대세였다. 요즘엔 연재하다가 인기가 많아지면 12권, 18권, 20권이 넘어가는 초장편 소설들도 종종 등장하곤 한다. 형식의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지만 11권짜리 소설이라는 것은 12권 짜리 소설에서 급한 결말을 냈거나 필력이 떨어진 경우와 8권짜리 내용을 부풀려서 쓴 경우일 것이다.
요절한 대공자는 오래 살고 싶다는 결말이 약한 쪽이었다. 평범한 가장이 읽고 있던 무협지 세계의 한 인물에게 빙의되는 빙의물인데 읽고 있던 소설 속으로 들어간 것이기에 미래를 알고 있다는 컨셉이다. 주인공이 빙의된 '사공신'은 소설에서 요절을 하는 전투감각 천재다. 가족이 있는 현실로 돌아가고자 하는 주인공의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없는 부모님의 온정을 빙의된 사공신의 부모에게 느끼고 요절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여느 무협소설 처럼 주인공은 기연들을 계속해서 얻게 되고 강해진다. 그렇다면 성장물인가? 성장물이라면 나타나야할 강려크한 시련이 조금 약한 편이다. 그렇다면 먼치킨인가? 주인공은 작품이 끝날 때까지 세계관의 1인자가 되지는 않는다. 성장물도 아니고 먼치킨도 아닌 그 사이. 주인공은 정파에 몸을 담고 협을 중요시하는데 그것이 요절하지 않으려면 해야하는 행동들이었다. 남을 도와야 내가 사는 운명인 것이다. 그러나 이 연결고리가 약한 편. '나는 싫지만 살기위해 협의를 행한다.'가 아닌 그냥 처음부터 협의지사였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뿌려진 떡밥 회수도 약한 편. 성장과 먼치킨의 사이에서 개연성까지 약하지만 고구마는 아니다. 짜릿하고 통쾌한 사이다도 아니다. 모든 것이 애매하지만 그래도 제법 킬링타임용으로 읽을만 하다. 그래서 끝까지 읽었다. 10권즘 가면서 작가가 어떻게 마무리를 하려고 이러나 걱정도 되었다. 기승전결에서 기승ㅈ결로 간 느낌. 마지막에 힘이 딸려서 급마무리한 느낌이다.
개인적인 평점은 5점 만점에 3.5점.
다음은 작가가 리뷰에 남긴 말이다.
같은 세계관 속에 연속되는 이야기들을 좋아하기에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읽어는 보겠지만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11권짜리를 끝까지 읽었다는 것은 작가의 기본기와 필력은 나쁘지 않는 것.
덧. 제목은 트랜디하게 지은 것 같지만 굳이 오래 살고싶다인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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