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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의 기록/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29 : 꿩, 장끼, 까투리, 꺼병이

by 구루퉁 2021. 5. 3.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카테고리가 있다면 단연코 동물이다. 그 중에서 포유류 친구들은 흔히 보이지 않아 아쉽고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조류이다. 오늘은 그 조류 중에 꿩을 소개해 볼까 한다.

도시에서 삼십여 년 넘게 사는 동안 꿩과 마주친 일이 없었다. 그런데 시골에 내려오자 꿩이 심심찮게 마주친다. 꿩이라는 녀석이 대체로 멍청한 편이라 도로에서도 마주치고 밭에서도 마주치고 그냥 흔하게 마주친다. 야생동물이라면 모름지기 먼저 사람을 발견하고 숨거나 날아가는 것이 보통인데 꿩은 우리가 먼저 발견하는 일이 더 많다.

집에 들어가는 마을 다리에 꿩(장끼)이 나와있다.

어제도 집에 가는 길에 꿩 부부와 마주쳤다. 남편은 장끼, 아내는 까투리로 부르는 꿩. 꿩의 새끼는 꺼병이라고 부른다. 꿩병아리에서 꺼병이, 꺼벙이라고도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다. 조금 모자라거나 멍청한 친구를 놀릴 때 꺼벙하다고 놀리는 경우가 있다. 앞서 말한 꿩의 특성이 그러하다 보니 거시서 파생된 말이다.

장끼와 까투리로 이름 나누어 부르는 이유는 아마 생김새 때문일 것이다. 장끼는 화려한 깃털을 가지고 있다. 붉은색 얼굴과 긴 꼬리깃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까투리는 투박하다. 언뜻보면 둘이 한 쌍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다른 생김새다. 꿩은 일부다처제로 수꿩이 여러마리 암꿩을 거느리는데 이렇게 일부다처제의 조류들의 특징이 수컷이 화려하다는 점이다.

 

장끼를 발견해서 찍었더니 까투리도 보인다.

이 꿩들은 4월에서 6월 사이즘에 알을 낳는다. 그래서 이맘때쯤엔 종종거리며 까투리를 따라다니는 꺼벙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마치 오리새끼들이 어미 오리를 따라다니는 것 마냥 졸졸졸 잘도 쫓아다닌다.

그래서 이 시기에 꿩을 사냥하러 다니는 사람들도 종종 마주친다. 공기총을 가지고 사냥개를 데리고 다니기 때문에 마주치면 가끔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꿩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다. 아쉬운 딴에 차선을 선택할 때 쓰이는 속담이지만, 새 중에는 꿩 고기가 제일 맛있고 그 다음이 닭고기라는 말과 같다. 삼국사기에 신라 태종 무열왕이 꿩고기를 무척 좋아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하루에 쌀 세 말, 꿩 아홉 마리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임금 중에 영조도 꿩을 좋아해서 영조실록에 송이, 생전복, 새끼 꿩, 고추장 네 가지만 있으면 밥을 잘 먹는다.”고 적혀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 만큼 우리 민족과 친숙한 꿩은 동아시아, 유럽 등에 널리 분포해서 고대부터 사냥감으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보통 이런 동물들은 가축화가 되거나 씨가 말라 보호종이 되곤 하는데 꿩은 특이하게 두 가지 모두 해당 사항이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냥자체를 좋게 보지 않는 터라 꿩고기엔 크게 관심은 없다. 피를 봐야하는 사냥은 됐고, 장끼가 떨구고 간 깃털이나 몇 개 주워 집에 장식해 놓았다. 정원에 앉아 있으면 뒷산에서 꾸엉꾸엉!’하고 꿩이 우는 소리(꿩꿩하고 울어서 꿩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가 자주 들려온다. 후추가 산책을 하다가 뛰어가 풀숲을 뒤지면 꿩이 날아오르는 모습이 재밌고 즐겁다. 꺼병이들이 까투리를 따라 돌아다니는 모습도 너무 귀엽고, 화려한 장끼를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그래서 이런 풍경이 오래도록 지속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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