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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의 기록/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31 : 참새

by 구루퉁 2021. 6. 3.

내가 어릴 적 우리집은 아파트 단지에서 쌀집을 했었다. 아침이면 참새들이 짹짹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는 것이 일상이었다. 가끔 가게 안으로 용기있는(?) 참새가 날아들기도 했다. 근처에 카센터 사장님은 쥐끈끈이에 낱알을 붙여두고 참새를 잡아서 참새구이를 해 먹는 모습을 가끔 볼 수도 있었다. 만화 식객에 따르면 옛날에는 참새 한 마리가 달걀 하나 값이었지만 요즘은 귀해서 닭 한 마리 값이라 한다. 어른들이 나에게도 먹어보라 했지만 먹어본 적은 없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도시에서 새가 보이면 제비 아니면 참새였다. 그런데 90년대 후반이 되면서 이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비둘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2000년대가 되면서 닭둘기가 참새를 잡아먹는다는 괴소문이 돌기까지 했다. 더구나 학교 매점에서 파는 닭꼬치 같은 제품은 사실 닭이 아니라 비둘기로 만든다는 소문까지 더했었다.

거실에 앉아서 참새를 구경한다. 사진을 찍겠다고 방충망을 열면 새들이 날아간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참새들은 아파트 단지에 녹지를 충분히 조성하는 붐이 일면서 다시 개체 수가 늘어났다고 한다. 어릴 적에야 쌀집을 한 덕분에 자주 보았지만 나이가 차면서 새들에 관한 관심이 없어서 개체 수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알지도 못하고 지냈다. 그렇게 한동안 참새를 못 보고 지내다가 시골에 내려오니 참새들이 보인다.

참새들은 모래목욕을 자주 즐기기에 모래톱이 있는 곳에 자주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집 근처에서 참새떼와 오목눈이 떼가 경쟁하듯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새들의 특징인지 모르겠으나, 오목눈이는 주로 가을에 많이 보였고, 참새는 봄에 더 자주 보이는 것 같았다.

종종 집 근처에 박새와 딱새가 찾아오기에 우리 부부는 버드피딩을 위해 새모이를 넣은 통을 난간에 걸어주곤 했다. 처음엔 박새가 와서 모이를 물어가더니 이제는 참새들이 와서 모이를 먹고 간다.

참새 떼가 몰려온다. 짹짹짹~ 여기 무료급식소 맛집이네!

새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소문이 난 모양인지 처음엔 한두 마리가 기웃대던 것이 이제는 한 번에 열댓 마리까지 몰려와서 짹잭댄다. 후추나 율무도 비둘기나 꿩처럼 큰 새에는 반응을 보이지만 참새처럼 작은 새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햇살이 비추고 강아지들은 데크에 누워 일광욕을 즐긴다. 그 위로 작은 참새들이 분주하게 날아다닌다. 평화로운 모습이다.

집 안에서도 편하게 새구경하는 후추와 율무

모이값이 한 달에 얼마나 드느냐고 묻는 이가 있다. 모이값은 얼마 들지 않는다. 우리는 옥수수 차를 주로 끓여 먹는데 통 알곡으로 끓여서 물을 따라내고 남은 알곡을 모이로 준다. 식빵을 사면 모서리를 잘라서 러스크를 만들어 먹기보다 새들에게 나눠준다. 물론 새 모이도 한 봉지 사서 주기도 한다. 한 봉지에 만원 내외인데 벌써 서너 달 째 주고 있는데도 아직 남았다.

새 모이라는 것이 작은 낱알들 알곡들이다. 그래서 참새를 유해조수로 생각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참새들은 사실 벌레를 잡아 주기에 도움이 되는 녀석들이다. 물론 추수기에는 조금 경계를 해야 한다. 참새를 박멸하면 해충을 잡아먹을 녀석들이 줄어들고 먹이사슬 법칙에 따라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모든 일에는 장단이 있다. 버드피딩을 하다 보니 난간에 새똥들이 좀 생기긴 한다. 오래되어 굳으면 지저분하겠지만 정원 나무들에 물을 주면서 고압으로 슬쩍 쏴주면 쉽게 지워진다. 문제 될 것은 없다는 뜻이다. 아주 가끔 햇빛에 널어둔 빨래에 새똥이 뭍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일 년에 몇 번 없는 일이다.

좀 더 다양한 새들이 우리집 정원을 찾아주었으면 한다. 그런데 계절마다 오는 새들이 있는 모양이다. 각종새들이 모여서 찾아드는 경우는 잘 없다. 나는 내 욕심대로 정원을 가꾸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함께 즐기는 시골의 삶이 너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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