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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퉁의 기록/자유 에쎄이

Essay 021 : 개 일곱 마리와 함께 살기-시골 개 구조기(2)

by 구루퉁 2022. 2. 16.

 

Essay021 : 개 일곱 마리와 함께 살기-시골 개 구조기(2)

 

우리는 훈수와 새끼 강아지 네 마리를 데려왔다. 개 집 위에 준비해 온 종이에 견주님 되시는 분이시면 연락을 달라는 문구와 연락처를 써 붙였다. 유기견이면 모르되 정말 주인이 그 곳에서 키우기로 한 것이라면, 물론 방치와 학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할 수 있지만, 우리가 개도둑이 되는 일은 피해야 했다.

새끼들을 가방에 넣자 훈수가 쫄래쫄래 따라와서 비교적 수월하게 데려올 수 있었다. 모견과 자견 합이 다섯이나 되는 강아지가 우리 집에 들어오자 후추와 율무는 꽤나 놀란 눈치였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그날부로 후추와 율무는 쭈구리가 되었다.

훈수는 제 집처럼, 혹은 새끼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살펴보느라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녔고 후추와 율무는 그런 훈수를 피해 다녔다. 후추와 율무는 자기보다 작은 강아지들을 처음 봐서 그런지 새끼들도 피해다녔다. 우리가 새끼들의 똥오줌을 치우느라 작은 방에 들어가면 멀찍이서 우리를 지켜보곤 했다. 원래 작은 방은 아내와 내가 컴퓨터 작업을 하는 공간으로 항상 우리 발치에서 후추와 율무가 잠을 자곤 했었다. 우리 집 순둥이들의 반응을 보니 셋째를 들이지 않기로 했던 것은 잘 한 일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강아지 일곱 마리와 함께 살게 되었다. 첫째 날은 모든 강아지들이 적응하는 날이었고 둘째 날이 돼서야 닥스훈트 가족을 병원에 데려갔다. 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나름 근방에서 친절하고 진료 잘 보기로 소문난 동물병원이었다. 모견은 훈수라는 이름으로 접수를 하고 새끼들은 훈수1, 훈수2, 훈수3, 훈수4로 접수했다. 조금 웃픈 느낌이었지만 이름을 지어줄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료대기는 생각보다 길었다. 마침 인근에서 소가 송아지를 낳는다고 의사선생님이 아침 일찍 출장을 가셨더란다. 시간이 갈 수록 병원을 찾는 손님들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사냥개들이 세 마리가 있었고 중형견들이 다수 있었기에 우리가 데려온 꼬물이들 네 마리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스몰톡으로 시작된 우리의 사연은 애견인들의 깊은 애도와 공감을 받았다. 그러다 새로운 사람이 병원에 들어설 때 마다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계속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졌고 옆에 있던 분들이 이야기를 거들어주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 와중에 닥스훈트는 꼬리가 곧고 귀가 더 길어야 한다며 훈수는 믹스견이라는 원치 않는 품평까지 들어야 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품평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개의 순종에 대한 우월의식이 깔려있었다. 그래도 수확 중에 하나라면 추후 새끼들이 젖을 떼면 분양을 받아가겠다는 사람을 구한 일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오시고 나서 한 시간을 기다려서야 훈수 가족의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제일 먼저 훈수에게 반려동물 등록 칩이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없었다. 훈수 일이삼사의 몸무게를 차래로 재보니 가장 큰 녀석이 1150g 가장 작은 녀석이 650g 정도 되었다. 한 배에서 태어나도 이렇게 두 배 차이가 나는 것은 약한 녀석일수록 젖을 먹는 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최악의 경우 어미가 도태시키는 상황까지 오기 때문이었다.

의사선생님은 흔히 있는 일이었기에 능숙하게 새끼들에게 구충제를 먹이셨다. 외견상 보이는 문제가 없고 폐가 같은 곳에 있었다면 기생충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훈수가 검사를 받는 동안 가장 작은 녀석이 실제로 기생충을 토해냈다.

새끼들의 진료는 순조로웠지만 문제는 훈수였다. 훈수는 진료결과 심장사상충과 진드기병(아나플라즈마 감염증)이 있었다. 외부 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병들이지만 관리를 안해주면 죽을 수도 있는 병들이었다. 피 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빈혈 외에는 다른 수치들이 정상이었다.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가 데리고 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주자고 생각했다. 훈수의 약을 처방 받았다. 모르는 개에게 삼십만 원을 써본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갑과 마음이 동시에 홀가분해졌다.

셋째 날이 되자 우리 집 강아지들과 문제가 생겼다. 훈수가 식탐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후추와 율무는 밥을 잘 안 먹는 강아지라 우리 개들이 밥을 먹으면 그렇게 이쁠 수가 없는데, 내 눈에만 그렇대도 상관없다, 훈수가 사료를 마크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율무는 너무 말라서 통통한 율무를 보는 것이 내 소원이었는데 율무가 물이라도 마시려고 하면 훈수가 막아섰다. 후추, 율무가 워낙 쫄보라 막아서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어서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있는 것이다.

나는 율무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훈수를 막아섰다. 그 때 뿐이었다. 어이할꼬. 첫째 날은 눈치 본다고, 둘째 날은 병원 다녀온다고 훈수가 안 그랬던 모양인데 이제 자리를 잡아도 되겠다고 여긴 모양이다. 물과 밥을 여기저기 놔둬 봐도 모든 밥그릇을 마크하려고 든다. 결국 후추와 율무를 다른 방에 데려가서 문을 닫고 밥을 줬다. 아픈 훈수도 밥도 못 먹는 후추 율무도 모든 상황이 짠했다.

다행히 새끼들은 눈뜨면 오줌을 쌌고 그 후에 젖을 먹었고 그리곤 바로 다시 잠이 들었다. 애기 때는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만사 오케이다. 똥에서 기생충들이 나오는 것이 좀 징그러웠지만 이삼일 지나자 더 이상 기생충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잠을 자다가 중간에 일어나서 똥오줌을 치워주고 다시 자는 쪽잠 생활이었지만 새끼들이 자고 일어날 때마다 자라있는 기적을 보면서 힘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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