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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의 기록/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정자 대신 파빌리온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36)

by 구루퉁 2022. 6. 16.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36 : 정자 대신 파빌리온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중에는 정자가 있다. 특히나 충청도 지역에는 밭 한 가운데도 정자가 우두커니 있는 경우도 있어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중 하나다. 정자도 시멘트로 지은 것부터 나무와 기와로 지은 것 오두막 스타일, 한옥 스타일 등 많다.
우리 윗 집도 정자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손님들이 놀러오면 항상 그 정자에서 차를 드시고 고기를 구워드시는 걸 볼 수 있었다. 나는 정자를 지을 돈은 없고 그 비스무리한 것은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했던 것이 파빌리온이었다.
검색에 검색, 검토에 검토를 걸쳐 결정된 것이 파빌리온이다. 정자, 파빌리온, 가든아치 등은 가설건축물에 해당한다. 그런데 파빌리온, 가든아치는 분해와 설치가 가능하기에 신고 없이 설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군청에서도 특별히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가 아니면 크게 단속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컨테이너 같은 경우엔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 허가 등을 권하지만 파빌리온이나 가든아치 같은 정원 꾸미기용으로 위치를 옮길 수도 있고 없애거나 임시로 놔두는 것 까지 일일이 신고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설치하기 전에 꼭 알아두자, 해당 시설은 신고대상이다.

코스트코에서 파빌리온 사와서 설치를 했다. 너무 밋밋하다. 등나무를 사와서 심어두기까지 했는데 여전히 뭔가 불만족스러웠다.
바닥에 타일 모자이크를 하기로 했다. 잔디에 잡초가 많이 자라서 짜증이 나있던 탓도 있었다. 잔디를 걷어내고 시멘트 몰탈을 부었다. 이제 시멘트 개는 일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시멘트가 굳고 나서 그 위에 밑그림을 그렸다. 집을 지을 때 남은 타일들을 가져와 망치고 깼다.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것도 같았다.

후추는 율무 그림 위에 율무는 후추 그림 위에 앉아서 이게 뭐하는 짓인지 묻는다.

집에 남은 백시멘트를 개어 타일을 붙이기 시작했다. 사나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마을 사람들이 지나가며 뭐하냐고 한 번씩 묻고 갔다. 후추와 율무도 나와서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쳐다보고 갔다.
땡볕에 쭈그리고 앉아서 타일을 하나씩 붙이고 하루가 지나면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팠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나만의 파빌리온이 완성되었다. 시골 어디에도 없는 스타일. 타일 모자이크 파빌리온!

등나무에 꽃이 피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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