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의 기록 : 어쩌다 시골살이 46화
- 고양이의 계보
황간의 길고양이들(6) 그들의 내력
우물이 있던 자리에 빠진 고양이, 구출이를 구하면서 턱시도의 새끼들과도 안면을 텄다.
턱시도의 새끼는 총 세 마리. 엄마를 닮아 하얀 몸에 얼룩무늬가 있는 고양이, 등에 하트 모양의 갈색 털이 자란 삼색 고양이, 그리고 구출이가 턱시도네 3남매였다.
턱시도네 새끼들은 삼색이네 새끼보다 조금 더 늦게 태어났는지 크기가 더 작았다. 삼색이네 4남매가 담벼락에 올라오기 시작했을 때도 턱시도네 새끼들은 아직 담을 타지 못하는 걸 보니 턱시도가 좀 더 늦게 새끼를 낳은 게 맞는 것 같았다. 고양이들을 유심히 지켜보다 턱시도네 새끼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이름을 붙여주게 되었다.
제일 먼저 까만 얼룩이 있는 새끼 고양이는 젖소.
엄마 턱시도와 달리 몸에 흰 부분이 더 많아서 더 순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젖소는 구출이가 아닌 삼색 새끼 고양이와 함께 다니며 엉켜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등에 하트무늬가 있는 삼색 새끼 고양이는 얼굴이 유난히 귀엽고 통통한 몸이 귀여워서 '귀여운 삼색이'-줄여서 '귀삼이'라고 이름 붙였다.
귀삼이는 귀여운 얼굴과는 달리 꽤 성격이 드센 귀삼이는 젖소 위로 올라타거나 다른 새끼들을 때리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구출이.
구출이는 어쩐지 세 마리 중에 가장 맹한 느낌으로 어딘가 모르게 행동이 어설프고 서툴렀다. 젖소와 귀삼이를 뒤로 하고 혼자 쏘다니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우물에 빠진 것도 어설픈 몸짓으로 혼자 돌아다니다 발을 헛디딘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턱시도는 삼색이에 비해서는 육아에 서툰 모양으로 새끼들을 뿔뿔이 흩어놓기도 했고, 새끼를 물고 어쩔 줄 몰라하기도 했다. 마음 한 편에서 괜찮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생겼지만 다행히 턱시도네 3남매도 무사히 자라 담을 탈 수 있게 되었다.
삼색이네 새끼들에 이어 턱시도네 새끼들까지 담을 타게 되자 우리 집 마당은 그야말로 고양이 천국.
그 와중에 반반이도 새끼를 한 마리 달고 오기 시작했다. 흰색과 노란색, 갈색 털이 꽤 다채롭게 섞인 '카오스 삼색이'-줄여서 '카삼이'까지 합류하면서 우리 집에 밥을 먹으러 오는 고양이는 불과 몇 달 사이 세 마리에서 총 열한 마리로 늘었다.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새끼 고양이들은 밤이 되면 우리 마당을 누비며 화분 사이를 지나다니고 난간에 올려둔 장식들을 떨어뜨려 깨뜨리기도 했다. 쨍그랑 소리에 화가 나서 문을 벌컥 열었다가도 너무나도 귀여운 그 얼굴을 마주하면 늘 잘못은 그곳에 물건을 놓아둔 우리들 몫이었다.
엄마들에 이어 새끼들에게도 만만하게 보였는지 언젠가부터 새끼들은 바깥에 내놓은 우리 신발장에 진을 치고 꿀잠을 잤다. 고양이 호텔이 된 신발장은 밤마다 만실이었다.
작은 발톱으로 신발장 군데군데를 찢어놓는 것은 기본, 신발 위에 올라가 털을 잔뜩 붙여놓는 것은 보너스였다.
신발장을 점령한 후 서서히 영역을 넓혀와 창문 바로 앞에 놓인 의자에까지 똬리를 튼 녀석들은 불시에 창문을 확 열어젖혀도 동그랗게 뜬 눈으로 우리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삼색이와 턱시도, 반반이를 시작으로 이어진 황간 고양이의 계보.
그들의 내력을 아는 우리는 이제 정말 이 한 떼의 고양이들과 이웃, 이 되었다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입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어깨가 무거워진 것이 사실이지만, 남편과 나는 삼색이와 턱시도를 시작으로 이어진 황간면 고양이들과의 질긴 인연이 가능한 한 오래도록 이어져서 어른이 된 새끼들을 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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