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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의 기록/어쩌다 시골살이

52주의 시간, 52편의 이야기

by 구루퉁 2023. 3. 8.

뜰의 기록 : 어쩌다 시골살이 52화
- 52주의 시간, 52편의 이야기

남편과의 대담 : 어쩌다 시골살이를 마무리하며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영동읍내의 카페에서 브런치 마지막회를 정리했다. 1년, 52주, 365일-우리의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모두 <어쩌다 시골살이>에 들어있다.


※ 2018.10.27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1년,
  이라고 하면 길게 느껴지는데
  52주,
  라고 하면 짧게 느껴진다. 참 신기하다.
  1년 동안 수요일마다 51편의 글을 올렸다. 그리고 이번 주 글이 52화.

  1년이다.

 

 

 

  마지막에 다다라 처음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잘 쓰기 위해서 많이 쓰는 쪽을 택했다. 졸업 후 1년 간 그렇다 할 작품을 하나도 쓰지 못한 나였다. 잘 써보려고 애를 쓰는데도 나는 자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쓰자, 고 생각했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백 배 천 배 나았다. 그때 찾은 것이 바로 '브런치'였다.

  시골살이 이야기를 연재하겠다고 마음먹자 플랫폼은 몇 군데로 좁혀졌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블로그. 하지만 블로그는 이미 광고판이 되어, 블로그에 쓴 내 글은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기도 전에 금세 휘발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은 호흡이 긴 글을 연재하기에는 부적합하고 그렇다고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자니 그건 그거대로 또 부담이었다. 그때 불현듯 브런치가 떠올랐고, 브런치에서 몇몇 글을 둘러본 후 바로 '작가 신청'을 클릭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무작정 채 1년도 살아보지 못한 시골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쓰겠다는 나를 브런치는 기꺼이(?) 받아주었다. 이렇게 빨리 승인이 나서 연재를 시작할 수 있는 건지는 몰랐던 터라 그때부터 큰 틀을 짜며 내 시골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마감기한이 없으면 한없이 늘어질 것 같아서, 한 주의 중간인 매주 수요일에 칼 같이 글을 올리자고 마음먹었다.

 

 

 

  양적인 확장이 어느 순간 질적인 전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다 시골살이>는 그런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결과물이다.
  서툴고 어색해도 그게 나다. 어쩔 수 없다. 시골에서 내가 확실히 배운 것은 스스로를 긍정하는 방법이다. 잘 하면 좋겠지만, 잘 하려고 노력도 하겠지만 잘 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 과정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1년 전의 나는 증명해내고 싶었던 것 같다.

  시즌의 마지막은 아주 오래전부터 '남편과의 대담'으로 정해져 있었다. 물리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남편, 그가 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바친다.

 

 

 


 

나 : 안녕하세요, 지난 인터뷰 이후로 5개월 정도가 흘렀네요.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어쩌다 시골살이> 시즌1이 끝났는데요, 매거진의 애독자 중 한 분으로서 지금 어떤 기분인지 궁금합니다.

  음, 네. 시원섭섭한 기분이 드네요. 그렇지만 시즌1이 끝이 아니잖아요, 맞죠? (네.)

  네, 그렇다고 하니까 좀 마음이 놓이네요. 푹 쉬고 돌아와서 시즌2도 잘 써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때는 무엇에 관해 쓸 예정인가요? (기업비밀입니다.)

  아, 네.

  

나 : <어쩌다 시골살이>는 오늘을 포함해서 총 52가지의 이야기로 되어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있으신가요?

  기억에 남는 스토리라... 사실 우리 둘이서 함께 겪은 일이니까 모든 이야기들이 다 기억에 남죠. (그래도 굳이 하나 꼽는다면?) 굳이 하나 꼽는다면 황간면에 사는 고양이들에 관한 이야기요. (왜요?) 이야기 자체보다도 고양이 이야기를 하면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게 신기했어요. 고양이란 도대체 뭘까요... (침묵)

 

나 : 들어갔으면 했는데 안 들어가서 아쉬웠던 이야기는 없었나요?

    딱히... 없는데, 아, 제 분량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어요. (웃음) 내가 좀 나와주고 그래야 재미있는데, 뒤로 갈수록 고양이, 메추리, 닭..... 제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졌죠. (미안하다!!) 시즌2에서는 가능한 한 저를 많이 등장시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있어요. 황간에 대한 소개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황간에 사는 사람들은 영동읍에 사는 사람들과 자신을 분명히 구별 짓거든요. 같은 영동군 안에 속해있다고 해도 황간 사람들은 영동에 산다고 하지 않고 꼭 '황간에 산다'라고 소개하고요.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황간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것이 개인적으로 아쉽고, 영동군에서도 작은 영화관 같은 소도시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을 다 담아내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 : 1년 동안의 연재를 마친 아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대견하다는 마음이 제일 크죠. 말이 1년이지 꾸준히 연재하는 거,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더구나 돈 받고 하는 일도 아니고 자기 스스로와의 마감을 지키는 거니까. 연애 때부터 아내는 참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목표한 바가 생기면 성실하게 차근차근 해내는 걸 저는 절대 못하거든요. 마무리가 약한 사람이라. (웃음) 그런데 어쨌든 목표를 이룬 것 같아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 : 시골생활은 어떤가요, 여전히 만족하고 계신가요?

  네, 무척 만족하고 있고요 사실 이제는 도시로 돌아갈 수 없을 거 같아요. (왜요?) 친구들 결혼식이 있으면 서울을 한 번씩 가는데, 이상하게 서울만 다녀오면 몸이 아파요. 나이 때문인가? (웃음)

  시골의 이 적막함과 한산함에 적응되어서 도시에서는 아무래도 쉬는 기분이 나지 않더라고요. 늘 집이 그립죠, 서울에 가면.

 

 

 

나 : 그렇군요, 그럼 별다른 일이 없는 한 계속 시골에 계시겠네요?

  그러고 싶은 마음이죠. 시골에 있는 동안에는 마주치는 사람도 적고 해서 삭발을 한다거나 수염을 길러본다거나- 그런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해봤는데요, 그런 걸 계속하려면 시골이 편할 것 같아요.

  과거로 돌아가도 다시 시골로 오는 선택을 할 것 같고, 뭐 사실 우리 정도면 상당히 빨리(?) 온 축이기는 하지만요. 다들 정년퇴직하고 오시니까.

 

나 : 아, 그러고 보니 마을 분들이 이제 제법 저희를 알아보시죠.

  네, 그렇죠. 예전에는 인사를 드려도 멀뚱멀뚱하시거나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려니 하셨는데 2년 차가 되니까 먼저 말도 걸어오시고, 고추나 포도 같은 것도 주시고, 커피 마시고 가라고 하시고... 이제 우리를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주는 느낌, 이랄까 그런 게 있어요.

  그런 관심들이 무턱대고 싫지는 않은데, 사실 우리 부부 마인드가 아직 시골 마인드는 아니라서... (시골 마인드가 어떤 거죠?) 음, 그러니까 시골에서는 식량을 비롯한 많은 부분을 본인이 해결하거나 품앗이 같이 주위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레벨이 낮은 저희는 상당 부분을 돈으로 해결하고 있고, 행사 같은데도 막 찾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그렇네요.) 네, 바깥에서 보면 별장에 휴양 온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사지 멀쩡한 부부가 대낮에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웃음)

 

 

 

남편 : 이건 제가 궁금한 건데, 브런치에 연재를 하면서 바뀐 것이 있나요? 그러니까 브런치를 쓰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느낌 같은 거요.

  아, 네.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쓴다, 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없앨 수 있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긴 호흡으로 연재를 하면서 단편이 아니라 장편의 감각을 아주 조금 경험할 수 있었어요. 사실 브런치 연재 자체가 잘 썼든 못 썼든 일정 기간 안에 일정 분량을 뽑아내 보기 위해서 한 것이었거든요. 그래야 스스로 내가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 감이 오니까.

 

남편 : 그렇군요. 글을 계속 쓰시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네요.

  저는 지금... 사실 직업이, 몇 개죠? 하나, 둘.... 여섯 개 정도네요. 일단 확실히 하고 있는 것만 여섯 개인데요, 여섯 개 모두 글을 쓰는 일이에요. 그렇다고 뭐 떼돈을 벌고 이런 건 아니고요, 작은 작업을 여러 군데서 하고 있어요. 저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한 가지 확실한 건 글을 쓸 때의 저를 제가 마음에 들어하고, 가장 나답게 여기고 있어서 정체성을 이쪽으로 키워가고 싶죠. 글을 쓰는 사람으로요.

 

나 : 지금은 판타지 소설을 쓰고 계시죠?

  네, 장편소설이라 최소한 절반 정도 쓴 뒤에 플랫폼을 찾아 연재를 해볼 계획이에요. 성실하게 마감을 지킬 리 없는 제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세이빙 원고를 확보한 후에 들어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장편은 제게 있어서도 큰 도전이죠. 한 번도 제대로 해낸 기억은 없거든요. 어쨌든 지금 여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열심히 해보자, 그런 마음입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작품을 완성하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아서 한 일이 수익으로 이어지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사실 여기에도 시골의 영향이 있는 게, 서울에 살 때는 뭐 지금이랑 똑같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는데도 장편소설을 쓰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안 될 것 같다는 건 어떤 건가요?) 서른 넘어서까지 꿈 운운하면 안 될 것 같고, 뭔가 수익이 나는 현실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죠. 시골에 와서 그런 마음이 많이 풀어져서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남편 : 시골 생활하면서 어떤 게 가장 크게 변한 것 같아요?

   음, 벌레를 예전만큼 싫어하지는 않게 됐어요. 익숙해졌달까. 돈벌레 같은 건 예전엔 쳐다도 못 봤는데 지금은 그냥 어, 돈벌레네 하고 그냥 지나가고. 지네만 아니면 되도록 죽이지 말자, 는 주의인데 파리가 너무 설쳐서 그건 좀 힘드네요. (동감입니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변한 것은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법을 조금쯤 알게 된 거 같아요. 놔두면 저절로 해결되는 일들을 보면서 시간은 참 힘이 세구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남편 : 사실 변화라고 하면 강아지들의 변화가 제일 크죠? 그중에서도 특히 율무.

  맞아요. 율무가 아주... 야성을 되찾았죠. 목청이 트여서 조금만 수상한 소리가 들려도 동네가 떠나가라 짖고, 밭이며 나무 밑이며 다 들어가서 꼬질꼬질.... 처음 보는 씨앗도 막 붙여오고... 율무 때문에라도 도시에서 못 살겠죠, 이제. 너무 짖으니까.

  후추는..... 음..? 후추는 어떤 점이 변했죠...? (음.... 그러게요, 후추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것 같아요.) 여전히 발 젖는 걸 싫어하고, 손 주는 걸 좋아하고.... (우리 중에서 가장 진득하니 스스로를 잘 지켜내고 있는 건 후추였네요.) 그러네요.

 

 

 

남편 : 자,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어쩌면 시골살이> 시즌1은 공식적으로 끝이 납니다. 매주 수요일, <어쩌다 시골살이>를 보는 것이 낙이었던 애독자들에게 앞으로의 연재 계획을 알려주세요.

  목표는 올해가 가기 전에 태국 이야기를 매거진으로 묶어내는 건데요, 이게 가능할지.... 연재는 확실히 시작할 것 같아요. 아무튼 그렇게 해서 시즌1과 태국 이야기까지를 2018년에 끝내고 2019년 1월 한 달 동안 푹 쉰 다음에 2월 첫째 주 수요일부터 다시 시즌2를 연재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제 근황은 인스타그램 @moon_tteul 계정에 늘 전시되어 있으니 언제든 들러주셔요. 그럼 저는 추위를 피해서 간 태국에서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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