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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의 기록/뜨리의 슬기로운 OTT 라이프

영화 : 너와 100번째 사랑 (뜨리의 슬기로운 넷플생활)

by 랄라맘맘 2023. 2. 26.

계절의 끝, 청춘의 맛
영화 <너와 100번째 사랑>


시간여행물을 특별히 찾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좋아하는 콘텐츠의 상당수가 시간여행물이다.
장르 자체에 대한 호오(好惡)를 떠나 십대 시절에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이십대가 되어서는 <어바웃 타임>을 무척 좋아했다.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 시간여행물은 하나의 장르가 되어 수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우리들 대부분에게 시간이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착실하게 앞으로만 흘러가는 것이고, 누구도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지구를 벗어나 달에도 가고, 더 먼 행성으로도 갈 수 있는 인간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에 인간은 더더욱 타임라인을 자유롭게 누비는 상상을 하게 되는 걸지도.

뜨슬넷에서 앞으로 다룰 콘텐츠 중에도 시간여행물이 상당수인데, 그중에서도 오늘은 청춘의 감각을 일깨우는 청량감 넘치는 일본영화 <너와 100번째 사랑>(이하 <100번째 사랑>)을 소개한다. 시간여행물 중에서도 비교적 가벼우면서 상큼발랄한 이 영화는 밴드 음악과 바다,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 ‘엄친아’ 남자 주인공 ‘리쿠’(배우 사카구치 켄타로). 공부도, 운동도, 기타도, 시도하는 모든 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그에게는 비밀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레코드판을 가졌다는 것. 특별한 레코드판을 이용해 원하는 만큼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리쿠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본인 스스로도 ‘편법’이라 칭하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그런 리쿠에게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짝사랑하는 소꿉친구이자 대학에서 함께 밴드 동아리를 하고 있는 ‘아오이’(배우 미와)다. 아오이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몇 번이나 시간을 돌려온 그이지만, 어째서인지 단 한 순간, 아오이가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는 그 순간만큼은 바꿀 수가 없다. 기약 없는 타임리프를 수없이 반복하며 물리학 이론을 공부하고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아도, 아오이의 죽음은 몇 번이고 계속된다.




하지만 그런 리쿠에게 한 줄기 희망이 나타났으니, 바로 레코드판 없이 타임리프를 하는 기적이 일어난 것.

레코드판을 틀지도 않았는데 아오이가 죽기 일주일 전으로 되돌아온 리쿠는 이번에야 말로 아오이가 죽지 않는 미래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레코드판으로 시간을 되돌렸을 때에는 리쿠만 타임리프를 했으나, 레코드판 없이 타임리프를 하는 기적이 일어나자 아오이 역시 자신의 일상에서 기시감을 느끼고 기억 속에서 경험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리쿠는 처음으로 자신과 아오이가 미래에서 과거로 함께 돌아왔음을 깨닫고 오랫동안 간직해온 자신의 비밀과 아오이에 대한 진심을 털어놓는다.




무한한 시간의 궤적을 돌아 아오이의 손을 맞잡게 된 리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해 엇갈렸던 지난 시간들을 레코드판의 힘으로 되돌린다. 함께 하고 싶었던 과거의 모든 순간을 되짚어 아름다운 추억으로 바꾸어가는 둘.

리쿠의 바람대로 아오이의 미래는 정말 바뀐 것일까? 몇 번이고 아오이의 죽음을 보았던 ‘운명의 날’, 이번에야말로 리쿠는 아오이를 잃지 않고 이후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여름과 바다, 락(Rock).

우리가 으레 ‘청춘’이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들을 영상으로 고스란히 옮겨 놓은 <100번째 사랑>은 풋풋하면서도 귀여운 20대 초반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두 사람의 결말은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시라. 어쩌면 조금 뻔한 결말일지 몰라도 우리네 삶 역시 결국 정해진 결말 안에서 찬란한 순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니까, 이미 지나간 계절이라도 눈부셨던 찰나의 기억으로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봄을 기다리는 3월, 영화 <100번째 사랑>은 한 계절의 끝이자 또 한 계절의 시작인 지금 오늘에 꼭 어울리는 영화다.

영화 후반부에 리쿠와 아오이가 함께 부르는, 푸르름이 가득 담긴 노래가 봄의 시작을 일깨운다.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이 선사하는 아릿하고도 달콤한 청춘의 맛. 오늘의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기억 속 반짝임이 이 영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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