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은 넓은 세상은 알지 못하고 저 잘난 줄 알고 사는 사람을 비꼬는 속담이다. 이 우물 안의 개구리는 세상을 바라볼 때 하늘은 동그랗고 우물 크기라고 여길 것이다. 우물이라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프레이밍, 최근 10여 년 간 꾸준히 등장하는 단어다. 정치권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프레이밍 효과란 적용한 틀에 따라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을 말한다. "물이 반이나 남았네?", "물이 반 밖에 안남았네?" 라고 말하는 이야기 많이 들어본 비유일 것이다. 이것은 전자는 긍정적 인식의 틀(positive cognitive frame), 후자는 부정적인 인식의 틀(negative cognitive frame)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동일한 사실이라 하더라도 달리 해석하게 되는 현상이다.
한국어로는 틀짜기 효과라고도 불리는데 이것은 행동경제학자 다니엘 카너먼 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Amos Tversky가 1981년 발표한 공동논문 <The Framing of Decisions and the Psychology of choice>에서 유래되었다. 그들이 틀짜기 효과를 통한 반응 실험을 한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600명이 치명적 질병에 감염되었다고 전제할 때, 다음 두가지 치료법 가운데 이들을 살릴 수 있는 것을 선택하시오 |
■ 제 1그룹
치료법 A : 200명이 살 수 있다.
치료법 B : 환자 전체(600명)가 살 수 있는 확률이 33%, 아무도 살지 못할 확률이 67%이다.
실험 결과, 치료법 A를 선택한 사람이 72%, 치료법 B를 선택한 사람이 28%로 나타났다. 즉,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줄 경우, 사람들은 불확실한 이득(probabilistic gain) 보다 확실한 이득(sure gain)을 선호한다는 결론이다.
■ 제2그룹
치료법 C : 400명이 죽는다.
치료법 D :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33%, 모두가 죽을 확률이 67%이다.
이 실험에서는 치료법 C를 선택한 사람이 22%, 치료법 D를 선택한 사람이 78%로 나타났다. 즉,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줄 경우, 확실한 손실(sure loss) 보다 불확실한 손실(probabilistic loss)을 선호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실험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질문에는 위험회피형 선택을 하고, 부정적인 질문에는 위험추구형 선택을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사안인데 질문의 틀에 따라 결과가 달리 도출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통해 정치선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설문조사 역시 그러하다. 모든 통계자료는 설계하기 나름이다. "동조 효과"라는 것이 있다. 교육, 소득, 지능 수준에 따라 달라지지만 사람들은 가능한 긍정적인 것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부자들이 세금을 좀 더 내면 좀 더 민주주의의 공정성이 성취된다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한다. 또 "부자라고 해도 개인재산을 공공이익을 위해 제약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라고 물으면 그것 또한 그렇다고 대답하는 경향이 있다. 질문자의 의도에 최대한 긍정하는 동조 효과라는 것이다. 프레이밍 효과, 동조 효과를 이용하면 설문조사나 여론조사를 최대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정치가 통계자료나 여론조사 결과 등으로 국민들을 호도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거는 없다. 단순한 우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설문을 설계하는 사람이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심리효과를 고려해 질문을 할까? 객관성 유지를 위해 심리학, 국문학 등의 전문가에게 설계를 검토 받는 것과 프레이밍을 위해 전문가들에게 검토받는 것 중 어느쪽이 더 현실성이 있을까. 우리는 한낱 인간이기에 이러한 심리편향에 대항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 알고 당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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