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장을 짓기로 한 뒤로 어디 가면 남의 집 담장만 보였다. 담장에도 종류가 참 많았다. 담장을 짓기로 한 것이 지난 가을. 나는 겨울 내내 어떤 담장을 어떻게 지을지 고민했다.
깊어지는 고민만큼 알게된 담장의 종류가 많은데, 알아본바에 의하면 전원주택의 담장은 재료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돌, 나무, 철 그리고 혼합형태.
돌을 이용하여 짓는 경우엔 전통담장을 떠올리면 쉽다. 제주도의 현무암 담장이나 덕수궁 돌담길 같은 것들. 그러나 한옥집이 아닌 전원주택의 경우엔 대리석이나 굴림석 등을 주로 쓴다. 그 경우엔 자재 값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보통은 자연석으로 조경석 쌓기, 면쌓기 정도로 적당히 꾸미고 나무를 심는다. 울타리용 나무에는 흔히 사철나무나 회양목, 측백나무를 심는다. 돌로 짓는 방법은 자연석으로 짓는 경우와 벽돌로 짓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집의 외관과 잘 어울리는 색이나 질감을 고르면 된다.

나무를 이용한 담장은 나무 울타리, 그러니까 생나무가 아닌 가공된 목재를 사용한다. 기둥이 될 목재를 수직으로 박고 수평으로 두어줄 판재를 붙인다. 그후에 가로 판재에 세로로 나무를 덧대어 위쪽은 뾰족하거나 둥글게 깍은 모양으로 울타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세로 붙이는 나무를 듬성듬성하게 붙이느냐 아니면 빈공간 없이 붙이느냐에 따라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듬성듬성하게 붙이는 경우엔 낮게 시공하는 경우가 많고 빽빽하게 붙이는 경우엔 안쪽을 가리는 용도이기에 높게 시공하는 경우가 많다. 나무데크를 시공하면서 데크의 난간을 이용해 울타리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철로 된 담장은 흔히 아는 펜스다. 시공 방법은 나무 울타리와 비슷하지만 철기둥만 세우면 기둥에 펜스망을 바로 설치하면 되어서 꽤나 간편하다. 초보자들이 직접 시공하는 경우에 이 펜스를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가지를 혼합하는 경우가 있다. 하단에는 돌을 사용하고 중간 중간 디자인된 휀스를 설치하는 경우와 아연각관을 기둥으로 세우고 각관에 직결피스를 이용해 바로 나무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 요즘엔 게비온이라고 하여 철망에 돌을 담는 방법으로 담장이나 축대를 만들기도 한다. 게비온이 가장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담장 형태다.
담장의 종류가 워낙 많아서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집의 외관과 적절히 어울리면서 자재 값은 저렴하고 강아지들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틈이 막힌 담장을 찾아야 했다. 우리집은 살짝 경사가 져서 하단에 조경석을 쌓든 축대를 쌓든 무언가를 해야했다.

조경석을 쌓으면 예쁘지만 뒤에 울타리나 담장을 쌓을 때 조경석의 두께 만큼 뒤에 쌓아야 했고 그만큼 마당이 좁아지게 된다. 가장 쉬운 생나무로 울타리를 할 경우에 자연스럽고 나무만 심으면 되니 간편하지만, 나무가 율무의 탈출을 막을 만큼 빽빽하게 심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다음으로 손쉬운 펜스는 아래쪽 공간이 조금 뜨는 구조이기 때문에 율무처럼 작은 강아지들이 탈출할 위험이 있을뿐더러 하단에 콘크리트를 쳐야 하기에 예쁘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가공된 나무나 각관 등을 이용해서 울타리를 만드는 방법과 벽돌담장이나 자연석을 가공한 담장석 같은 돌이었다. 나무 울타리는 꾸준히 오일을 발라 줘야 했고, 벽돌을 이용한 조적 담장은 수평 수직이 중요했기에 역시나 하단에 콘크리트를 쳐야 한다. 자재값에 인건비까지 치면 오십보 백보.
어휴, 담장쌓기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깊어가는 겨울, 나는 밤마다 담장을 상상하며 시름시름 앓았다. 그래도 고급 전원주택 단지들은 담장을 통일해서 지어 집값 상승을 꾀한다고 하는데 이곳은 그런 것이 없어 다행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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