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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의 기록/어쩌다 시골살이52

04 그 집 이야기 뜰의 기록 : 어쩌다 시골살이 04화 - 그 집 이야기 시작하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는다 집주인이 서울에 살고 있어서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우선 부동산에서 등기로 계약서를 받고 집주인과 만나 작성한 뒤 다시 부동산으로 보내기로 했다. 부동산 계약 절차가 으레 그러하듯 서로 사무적인 태도를 취하며 꼭 필요한 대화만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상상한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의 어느 날이었다. 마주 앉은 테이블에서 집주인은 이 집이 흘러온 이야기를 소상히 들려주었다. 이야기는 이 집의 주인이 된 그날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됐다. 집주인이 이 집을 처음 봤을 때 그곳에는 아들을 서울에, 딸을 부산에 둔 한 아주머니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 2023. 1. 10.
03 일단 가는 거야 뜰의 기록 : 어쩌다 시골살이 03화 - 일단 가는거야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몇 날 며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밤낮으로 시골살이에 대한 글들을 찾아 읽었고 시골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상상하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했다. 소시지처럼 줄줄이 엮인 생각을 툭, 잘라낸 건 남편의 한 마디였다. “일단 가보자. 가서 문제가 생기면 네가 하자는 대로 할게.” 단호한 한 마디. 남편의 이 한 마디에 그 날이 겹쳐 떠올랐다. 우리가 아직 연인이었던 어느 날, 남편은 내게 결혼하자고 말한 그 날. 남편은 ‘저녁으로 치킨을 먹자’라고 할 때처럼 덤덤한 목소리로 결혼하자고 말했다. 너무도 태연해서, 나는 내가 잘못 들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꽃 모양의 자그마한, 풀 .. 2023. 1. 9.
02 현실과 이상 사이 뜰의 기록 : 어쩌다 시골살이 02화 - 현실과 이상 사이 도로가 막히지 않는 시간을 틈타 길을 떠났다. 밤새 걱정을 사서 하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나는 고속도로로 접어들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눈을 감았다 뜨니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내가 들렸다. 서울에서 3시간 30분.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였다. 사람이 사나, 싶을 만큼 한적한 마을에 초입에 차를 세웠다. 골목이 좁아서 이쯤에 주차를 하고 집 앞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큰길 옆으로 난 작은 샛길을 따라 들어갔더니 길을 따라 집 몇 채가 줄지어 나타났다. 여전히 길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집집이 내건 문패를 보며 사람이 사는 곳이로구나, 알 수 있었다. 길 끝에 다다랐을 때 이 집인 것 같다며 남편이 손짓을 했다. 나지막한 담과 짙.. 2023. 1. 7.
01 어느날 갑자기 내 마음이 말했다 뜰의 기록 : 어쩌다 시골살이 01화 - 어느날 갑자기 내마음이 말했다 '더 이상 안 되겠어.' 목까지 차올랐던 말이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것은 경기도에서 4년, 서울에서 3년을 살며 대학교를 졸업하고 재택근무자로 막 사회생활의 첫 걸음을 뗀 어느 봄날의 일이었다. 오랜 시간 집을 떠나 기숙사와 원룸, 자취촌을 전전하던 나는 대학교에서 만나 5년간 교제한 연인과 2016년 4월 결혼식을 올리고 동작구의 빌라에서 신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하철이 탁 트인 한강을 가로지를 때마다 내가 정말 서울에 왔구나, 감동했던 것도 다 지난 일. 어느 새 나는 만원버스에 몸을 싣고 창밖으로 보이는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을 보며 가슴이 답답해오는 것을 느꼈다. 고등학교 시절 막연히 서울생활을 동경해 여기까지 왔지만.. 2023.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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