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의 기록/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37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25 : 담장(2) 담장을 짓기로 한 뒤로 어디 가면 남의 집 담장만 보였다. 담장에도 종류가 참 많았다. 담장을 짓기로 한 것이 지난 가을. 나는 겨울 내내 어떤 담장을 어떻게 지을지 고민했다. 깊어지는 고민만큼 알게된 담장의 종류가 많은데, 알아본바에 의하면 전원주택의 담장은 재료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돌, 나무, 철 그리고 혼합형태. 돌을 이용하여 짓는 경우엔 전통담장을 떠올리면 쉽다. 제주도의 현무암 담장이나 덕수궁 돌담길 같은 것들. 그러나 한옥집이 아닌 전원주택의 경우엔 대리석이나 굴림석 등을 주로 쓴다. 그 경우엔 자재 값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보통은 자연석으로 조경석 쌓기, 면쌓기 정도로 적당히 꾸미고 나무를 심는다. 울타리용 나무에는 흔히 사철나무나 회양목, 측백나무를 심는다. 돌로 짓는.. 2021. 3. 9.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24 : 담장(1) 시골에서 담장은 나름 중요한 요소이다. 주택의 외관이나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소 중에 하나이며 보안을 담당하는 첫 번째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담장이 있는 집과 없는 집의 가격 차이가 꽤 난다. 요즘엔 담장을 없애는 추세다. 1996년에 시작된 담장 허물기는 2012년 담장 안 하기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담장을 허물고 이웃과 마당을 공유하자는 의미였다. 도심의 부족한 주차공간을 담장을 허물면서 조금 해소시켜 보자는 의미도 있었다. 그런데 공간을 공유하는 개념이 범죄율 증가로 인해 다시 담장 쌓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 실례로 학교에 담장을 없애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고 취객들이 심야에 들어와 고성방가하거나 고교생들의 음주, 폭력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학교가 다시 담장을 쌓기 시작하자 인근 아파트 .. 2021. 3. 9.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23 : 노래방 시골에는 은근히 가정용 노래방 기계를 가지고 있는 집들이 많다. 하다못해 마을회관에라도 하나쯤은 있다. 우리 민족은 참으로 흥의 민족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마을에도 노래방 기계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두엇 되시는 것 같다. 종종 마을 행사 때나 개인적으로 노래방 기계를 서로 빌려 쓰시기도 하는 것 같다. 처음 이 마을에 이사왔을 때 낮에 노래방 기계 소리가 들려왔다. ‘아, 어르신들이 흥이 나셨구나.’했고, 저녁이 되자 이 노래방은 뒷집 어르신의 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거나하게 취하신 어르신들의 노랫소리, 창문을 닫으면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을 정도였다. 저녁을 먹고 10시가 넘어가도록 노랫소리를 계속되었다. 아내와 나는 슬슬 뒷집에 이야기를 해야하나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까.. 2021. 2. 15.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22 : 도깨비풀 (도꼬마리, 가막사리, 도깨비바늘) 주말엔 주로 강아지들과 산책을 나선다. 물론 매일 한두 번의 산책은 하고 있지만 최근 잦은 눈비로 산책 횟수가 눈에 띄게 줄자 율무가 항의 표시로 커튼에 오줌을 쌌다. 그래서 이번 주말엔 좀 멀리 나서는 산책을 했다. 트래킹이라고 할 법한 산책이다. 우리가 선호하는 산책은 사람이 전혀 없는 곳에서 강아지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다. 목줄 없는 산책을 위해서 우리는 트래킹 코스를 차로 대충 훑는다.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풀어주는 것이다. 때문에 강변을 선호하게 된다. 강둑 길을 따라 강변을 슬쩍 보면 2~3km는 한 눈에 보인다. 다행히 지난 주말에도 우리가 자주가는 코스에 사람이 전혀 없었다. 날도 제법 풀려 비교적 따뜻한 날씨에 우리는 자유롭게 자연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복병을 만.. 2021. 2. 1.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21 : 텃밭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 텃밭을 빼놓을 수가 없다. 도시 생활에서 텃밭이란 잘 정돈된 밭의 한 구역을 임대받아 주말마다 들려서 관리하고 수확하는 주말농장이 대부분이고, 옥상 한켠에 스티로폼 박스나 화분에 상추를 심거나 베란다에 들여놓고 작물을 키우는 베란다 텃밭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나는 도시에서 옥상 텃밭을 이용했었다. 근처 산에서 흙을 퍼오고 다이소에서 배양토, 상토 등을 사다 날라 만든 스티로폼 텃밭이었다. 인터넷으로 냉동식품을 주문하면 스티로폼 박스에 배달이 오곤 했는데, 이 스티로폼 박스가 참 처치 곤란이었다. 아파트라면 분리수거장에 그냥 내놓은면 끝이겠지만 빌라에 살던 나에겐 일일이 부숴서 비닐에 담고 날리는 스티로폼 가루들을 치우는 것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2021. 1. 27. 시마것 특별편 : 백봉이(백봉오골계) 가을이었다. 아내가 집 앞에 백봉 오골계가 있다고 했다. 백봉 오골계? 첫 시골집에서 백봉 오골계를 키운 적이 있다. 우리는 청계 병아리를 분양받아서 키웠는데 뒷산에서 백봉 오골계가 나타났었다. 집을 나온 닭인 것 같았는데 산속을 헤매다가 우리 집 청계 닭들을 보고는 무리에 끼고 싶었는지 혹은 배가 고팠는지 닭장 주변을 맴돌았다. 그래서 닭장 문을 열어주고 조금 몰이를 했더니 닭장으로 쏙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 후로 행복하게 청계 닭들과 잘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사료를 풍부하게 먹고 자란 덩치 큰 청계들이 백봉 오골계를 괴롭혔다. 아무튼 이제는 닭을 키우지도 않는데 웬 백봉 오골계? 우리 집 마당은 마른 계곡과 이어져 있다. 장마철에만 물이 내려가는 계곡인데, 평소에는 물이 없고 수풀이 우거져 있는 .. 2021. 1. 20.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9 : 백조 우리 동네 강가에 백조가 나타났다. 얼마 전 후추와 율무와 함께 트래킹을 하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근처에서 백조로 보여지는 무리를 언뜻 본 적이 있다. 나는 운전 중이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아내가 백조 같다며 차를 돌려보라고까지 말을 했으니 백조가 맞는 모양이다. 그래서 백조가 근처에 있긴 한가 보다 생각했다. 2020년의 마지막 날, 아침 출근하려고 집 앞을 나서는데 동네 어귀에 흐르는 강에 큰고니 세 마리가 보였다. 정말이었네. 우리 동네에 백조가 있다. 동화 백조의 호수, 영화 블랙스완에 나오는 그 백조. 백조에게 우리 동네의 자연환경을 인정받은 것 같아 나는 참 좋은 곳에 살고 있구나 느꼈다. 큰고니가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백조다. 사실 백조는 일본식 표현이라고 한다. 한국어로는 고.. 2020. 12. 31.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8 : 제설 제설 작업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군대다. 당시 강원도 화천에 있는 부대에 복무했는데, 최전방이다 보니 눈이 오면 1000고지까지 눈을 쓸어야 했다. 북한이 언제 처들어 올지 모르기 때문에 방어진지까지 즉각 출동을 할 수 있도록 눈을 쓸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논리는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몸은 납득하지 못했던 것 같다. 힘들었다. 평지에 내린 눈을 쓰는 것도 힘든데 산을 타며 눈을 쓸어야 한다니. 늘 제설 작업에는 가용 부대 인원이 모두 투입되었다. 땀범벅이 되어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초대형 거인처럼 온몸에 하얀 김을 내뿜으며 부대에 돌아오던 기억이 난다. 이곳은 작년엔 눈이 오지 않았다. 2019년의 겨울은 사실 온화한 편이었다. 그래서 눈이 안와서 눈 싸움을 할 수 없다는 푸념을 들었.. 2020. 12. 30.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7 : 난방기기 시골에서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난방기기가 빠질 수가 없다. 시골살이에 대한 고충은 대표적으로 벌레와 난방, 두 가지이다. 그 외의 것은 즐길 수 있냐 없냐의 차이이다. 예컨대 편의점이 7.5km 떨어져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 치킨 배달이 되지 않는 것도 그러하다. 아내는 야식을 줄이게되고 사소한 소비를 줄이게 되어서 더 좋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것과 달리 벌레와 난방은 이야기의 맥락이 달라진다. (벌레에 관한 것은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08 : 절지동물’ 편을 참고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유독 난방을 중시한다. 시베리아 기단의 강추위가 간혹 시베리아보다 더 강렬할 때가 있다. 그래서 선조들이 온돌을 개발한 모양이다. 실존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외국인이 조선시대.. 2020. 12. 28.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6 : 버드 피딩 미스터선샤인에 변요한(김희성 역)이 하는 대사 중에 정말 심쿵하게 만드는 대사가 있다. “나는 이리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뭐 그런 것들.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다 죽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오.” 우리 부부는 참 작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는데, 작은 장식품이라거나 오르골, 예쁜 유리잔 등 크게 쓸데는 없는데 예쁜 것들을 좋아한다. 이것이 도시에서의 취미였다면 시골에서는 동물을 좋아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도시에서는 마주침이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귀촌 후에 첫 번째 집에서는 고양이들이 우리 부부의 생활 속으로 훅 치고 들어왔다면 두 번째 집인 지금 이곳에서는 산새들이다.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다섯 번째에서 ‘새’를 소개한 바.. 2020. 12. 24.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5 : 기르고냥(길고양이) 길고양이, 도둑고양이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존재 자체로 도둑 취급을 받는 고양이. 지금은 길고양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이제 시고르자브종에 이어 기르고냥(뜻: 길고양이)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3~4년 정도. 사는 곳이 도시의 틈새이다 보니 로드킬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잦다. 또한, 길에서 먹이를 구하다 보니 사람이 먹다 버린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 음식물은 나트륨 함량이 높고 고양이에게는 꽤나 기름지다. 선천적으로 신장이 약한 동물로 태어난 길고양이들은 이 때문에 염분이나 화학조미료로 인한 체내 영양 불균형에 시달린다. 음식물쓰레기를 뒤져 생을 이어가는 이 고양들은 주로 신부전증이나 요도결석, 신장질환에 결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골에 내려와서 얼마.. 2020. 12. 21.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4 : 시고르 자브종 시골이라는 정겨운 단어를 들었을 때 차가운 공기와 함께 떠오르는 공감각적 사운드가 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댁에 간다거나 시골에 있는 친척집에 가면 대부분 저녁 무렵이었다. 시골 동네에 어귀에 차가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연쇄적으로 울리는 그 소리가 있다. 개 짖는 소리다. 한 놈이 짖기 시작하면 가까운 개부터 짖기 시작하여 온 동네 개들이 다같이 짖어대는 통에 마을에 누가 왔는지 대번에 티가 났다. 마루에 앉아서 고구마 따위를 주워 먹고 있노라면 또 다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그럼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척들이 도착했나 보다 했다. 시골에서 개들은 대부분 용도가 정해져 있다. 집을 지키는 것이 첫 번째요, 두 번째는 복날 보양식이 되는 것. 복날이 지나고 동네 개들 중에 보이지 않는 녀석이 있으면 명복.. 2020. 12. 9. 이전 1 2 3 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