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의 기록89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7 : 난방기기 시골에서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난방기기가 빠질 수가 없다. 시골살이에 대한 고충은 대표적으로 벌레와 난방, 두 가지이다. 그 외의 것은 즐길 수 있냐 없냐의 차이이다. 예컨대 편의점이 7.5km 떨어져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 치킨 배달이 되지 않는 것도 그러하다. 아내는 야식을 줄이게되고 사소한 소비를 줄이게 되어서 더 좋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것과 달리 벌레와 난방은 이야기의 맥락이 달라진다. (벌레에 관한 것은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08 : 절지동물’ 편을 참고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유독 난방을 중시한다. 시베리아 기단의 강추위가 간혹 시베리아보다 더 강렬할 때가 있다. 그래서 선조들이 온돌을 개발한 모양이다. 실존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외국인이 조선시대.. 2020. 12. 28.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6 : 버드 피딩 미스터선샤인에 변요한(김희성 역)이 하는 대사 중에 정말 심쿵하게 만드는 대사가 있다. “나는 이리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뭐 그런 것들.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다 죽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오.” 우리 부부는 참 작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는데, 작은 장식품이라거나 오르골, 예쁜 유리잔 등 크게 쓸데는 없는데 예쁜 것들을 좋아한다. 이것이 도시에서의 취미였다면 시골에서는 동물을 좋아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도시에서는 마주침이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귀촌 후에 첫 번째 집에서는 고양이들이 우리 부부의 생활 속으로 훅 치고 들어왔다면 두 번째 집인 지금 이곳에서는 산새들이다.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다섯 번째에서 ‘새’를 소개한 바.. 2020. 12. 24.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5 : 기르고냥(길고양이) 길고양이, 도둑고양이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존재 자체로 도둑 취급을 받는 고양이. 지금은 길고양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이제 시고르자브종에 이어 기르고냥(뜻: 길고양이)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3~4년 정도. 사는 곳이 도시의 틈새이다 보니 로드킬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잦다. 또한, 길에서 먹이를 구하다 보니 사람이 먹다 버린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 음식물은 나트륨 함량이 높고 고양이에게는 꽤나 기름지다. 선천적으로 신장이 약한 동물로 태어난 길고양이들은 이 때문에 염분이나 화학조미료로 인한 체내 영양 불균형에 시달린다. 음식물쓰레기를 뒤져 생을 이어가는 이 고양들은 주로 신부전증이나 요도결석, 신장질환에 결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골에 내려와서 얼마.. 2020. 12. 21.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4 : 시고르 자브종 시골이라는 정겨운 단어를 들었을 때 차가운 공기와 함께 떠오르는 공감각적 사운드가 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댁에 간다거나 시골에 있는 친척집에 가면 대부분 저녁 무렵이었다. 시골 동네에 어귀에 차가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연쇄적으로 울리는 그 소리가 있다. 개 짖는 소리다. 한 놈이 짖기 시작하면 가까운 개부터 짖기 시작하여 온 동네 개들이 다같이 짖어대는 통에 마을에 누가 왔는지 대번에 티가 났다. 마루에 앉아서 고구마 따위를 주워 먹고 있노라면 또 다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그럼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척들이 도착했나 보다 했다. 시골에서 개들은 대부분 용도가 정해져 있다. 집을 지키는 것이 첫 번째요, 두 번째는 복날 보양식이 되는 것. 복날이 지나고 동네 개들 중에 보이지 않는 녀석이 있으면 명복.. 2020. 12. 9.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3 : 서리 시골에서 서리라고 하면 ‘남의 과일, 곡식, 가축 따위를 훔쳐 먹는 장난’이 떠오르기 마련. 옛날에는 모르겠지만 요즘은 그런 서리를 하면 범죄가 된다. 그래서 시골에서 서리라고 하면 나는 겨울 무렵 시작되는 ‘frost:대기 중의 수증기가 지상의 물체 표면에 얼어붙는 것’이 먼저 떠오른다. 떠오를 것도 없이 서리는 내 삶의 일부로 들어와 있다. 아침에 문을 열면 마당 잔디에 낀 서리부터 난간이며 대문이며 하얗게 얼어붙은 것이 겨울 왕국을 떠올리게 한다. 출근을 하려면 자동차 유리 표면에 앉은 서리를 긁어내야 한다. 지하주차장이 있는 도시에서는 이런 불편함이 없었는데 나는 매일 아침마다 스크래퍼를 들고 차 앞유리와 싸움을 벌인다. 퇴근 후에 앞유리에 덮개라도 씌워두면 편하겠지만, 자꾸 잊어버리거나 생각나도.. 2020. 12. 4.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2 : 너구리 우리 부부가 너구리를 처음 본 것은 처음 귀촌을 하러 내려온 봄. 당시 집 뒤편에 폐가가 하나 있었는데 옥상에 올라가 캄보디아에서 사온 해먹을 설치하던 우리는 폐가에서 너구리를 발견했다. 들개와는 확연히 다른 이미지. 눈두덩이가 거뭇거뭇하고 날렵해보이는 몸이 아니라 오동통통한 몸통을 가지고 있으며 꼬리가 허스키처럼 통통한 것이 국내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시고르자브종 개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폐가는 길고양이들의 안식처인지라 매일 사료를 상납했었고, 우리집 강아지들 후추와 율무는 길고양이가 우리집 담벼락을 넘는지 안넘는지 옥상에 올라가 감시하고는 했다. 그곳 폐가의 마루 한켠에서 나타난 한국 너구리. 처음에는 저게 뭐지 싶었는데 곧 한국너구리라는 것을 깨닫았다. 한국인이라면 너구리라는 말에 라면이 떠.. 2020. 11. 25.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1 : 닭 ‘닭. 그것은 사랑이다.’ 이 문장에서 닭은 요리되어있는 상태를 말한다. 내가 시골에 내려온 이유 중에 하나가 후추와 율무의 복지였다. 마당있는 집. 목 줄 없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자연을 제공하고 싶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집은 동물복지 계란을 사먹는다. 동물복지란, 자연방사란, 되도록 난각번호의 끝자리가 ‘4’가 아닌 계란을 구입하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생략한다. 죽지 않은, 살아 움직이는 닭. 요즘 도시의 아이들이 닭을 처음 접하는 것은 백숙이나 후라이드 치킨이다. 살아 움직이는 닭이 아니라 요리가 된 닭을 가장 처음 접하게 된다. 시골에서는 마을마다 다르겠지만 마을에 한 두 집 정도는 닭을 키운다. 최근 들어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어느 동네나 닭을 키.. 2020. 11. 24. 시골에서 마주치지 않는 것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0 : 시골에서 마주치지 않는 것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시리즈 에쎄이를 벌써 9개나 연재했다. 이쯤에서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 말고, 마주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시골에서 마주치지 않는 것 중에 가장 먼저 꼽고싶은 것이 있다. 도시인들을 지치게 만들는 바로 그것, 교통체증! 출퇴근 시간은 어째서 급여에 포함되지 않는 것일까. 서울에 살 때는 어딜가든지 1시간은 걸렸다.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 해도 1시간을 잡는 것이 서울 교통의 정석. 빡빡한 버스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흔들리거나, 숨막히는 지옥철에 몸을 구겨넣는 것이 출퇴근! 가기 싫은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가장 하기 싫은 일을 해야했던 나는 시골생활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으로 교통체증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매우 .. 2020. 11. 20.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09 : 다리가 잠기면 고립되는 마을 오늘은 비가 내린다. 간만에 시원하게 쏟아지니 기분이 좋…기는 개뿔, 양파 밭이 걱정된다. 외부수돗가에 수도꼭지가 고장나서 양갈래 수도꼭지로 교체하려고 주문을 해두었다. 그간 양파들은 목이 말랐을테지. 흙은 푸석해지고. 그래서 어제 비가 내리는 걸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장마철 비처럼 장대비가 쏟아진다. 다행히 양파밭에 볏짚으로 덮어줘서 굵은 비를 맞고 어린 양파가 쓰러지진 않을 것 같다. 으쓱, 나도 이제 시골 생활 4년차. 제법 양파밭 걱정도 할 줄 안다. 대부분 실제 농사꾼들은 하지 않는 걱정인데 내가 어설프다 보니 하는 걱정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남들이 보면 양파밭 몇천 평 하는 줄 오해할 것 같은데, 마당 한 켠에 모종 한 판 정도 심어둔 것이 전부다. 올 해 .. 2020. 11. 19.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08 : 절지동물 으갸-악! 침대에 누워있는데 아내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왜? 무슨일이야! 벌떡 일어나는데 아내가 침대로 뛰어들어온다. “지네! 지네!” 지네? 커? 와이프는 나를 껴안고 고개를 끄덕인다. 서울로 다시 가지고 하면 어쩌지? 지네는 나도 무섭고 싫은데. 조심스레 주방으로 가본다. 어딨어? 어디야? “저쪽에 있었어.” 아무 것도 없다. 싱크대 아래로 숨은 모양이다. 얼마나 커다란 지네였을까? 그 날 우리 부부는 바퀴벌레용 살충제 한 통을 모조리 주방에 뿌렸다. 지네가 숨을만한 곳 구석구석 꼼꼼하게 뿌렸다. 다음 날 지네는 거실에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슬금슬금 현관으로 나가고 있었다. 컸다. 10센치는 넘어 보였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지네. 온몸에 닭살이 올랐다. 꼬리뼈에서부터 타고올라오는 소름. 나는 아내에.. 2020. 11. 6.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07 : 고라니 야생동물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어왔다. 10대 이전엔 야생동물하면 호랑이가 떠올랐고 이후엔 늑대나 여우, 20대가 되어서 길고양이들, 30대가 되어서는 고라니가 떠오른다. 10대 이전에는 야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와일드함 때문인지 호랑이가 떠올랐지만 우리나라엔 더 이상 호랑이가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된 후로 늑대나 여우를 쉽게 떠올렸다. 그리곤 20대가 되어 자취방에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길고양이를 떠올렸다. 이 때까지만 해도 실제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은 고양이밖에 없었다. 30대인 지금은 참 다양한 동물들이 떠오르는데,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고라니. 한밤중 고라니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그 강렬함에 누구라도 잊을 수가 없게 될 것이다. 또 운전을 하면서 고라니.. 2020. 11. 5.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06 : 시골 공기와 미세먼지 “나 귀촌했어.” “정말? 왜? 어디로? 거기서 뭐하는데? 공기는 참 좋겠다.” 나는 인간관계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연락이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전하다가 귀촌했음을 알리면 으레 반응이 이렇다. 첫 번째로는 ‘정말?’. 그럼 거짓말을 하겠는가? 여기서 정말은 추임새나 놀라움의 정말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말이 ‘왜?’ 그리고 ‘어디로?’. 아이고, 일일이 설명하려니까 힘들다. 왜 귀촌을 했을까? 왜 하필 또 이곳을 선택했나? 수많은 이유가 있는데 이 사람은 어떤 이유를 대야 납득을 할까? 애초에 납득을 시켜줘야 하나? 하지만 나에게 연락을 했다는 것은 나의 안부가 궁금했던 것일 테고 나에게 그 정도의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도 마땅히 설명을 해줘야 한다. 물음표들에 .. 2020. 11. 3. 이전 1 ··· 4 5 6 7 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