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의 기록89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29 : 꿩, 장끼, 까투리, 꺼병이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카테고리가 있다면 단연코 동물이다. 그 중에서 포유류 친구들은 흔히 보이지 않아 아쉽고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조류이다. 오늘은 그 조류 중에 꿩을 소개해 볼까 한다. 도시에서 삼십여 년 넘게 사는 동안 꿩과 마주친 일이 없었다. 그런데 시골에 내려오자 꿩이 심심찮게 마주친다. 꿩이라는 녀석이 대체로 멍청한 편이라 도로에서도 마주치고 밭에서도 마주치고 그냥 흔하게 마주친다. 야생동물이라면 모름지기 먼저 사람을 발견하고 숨거나 날아가는 것이 보통인데 꿩은 우리가 먼저 발견하는 일이 더 많다. 어제도 집에 가는 길에 꿩 부부와 마주쳤다. 남편은 장끼, 아내는 까투리로 부르는 꿩. 꿩의 새끼는 꺼병이라고 부른다. 꿩병아리에서 꺼병이, 꺼벙이라고도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2021. 5. 3.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28 : 나만의 정원 지금까지 내 정원을 가져본 적이 없다. 헤르만 헤세 산문집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의 첫 문장이다. 나도 정원을 가져본 적이 없다. 태어난지 석 달만에 서울로 이사해서 쭉 도시생활을 해온 터라 내 정원이라는 것을 가져 본 일이 없다. 시골에 내려오고 첫 집에서는 텃밭이 있어서 텃밭을 가꾸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사한 집에는 잔디가 잔뜩 깔려있었다. 옹벽펜스에는 어설프게 장미가 심어져 있었고 집 한 편으로 작은 텃밭이 있어 텃밭을 가꾸는데 시간을 쏟았다. 회사에 나갔고 틈틈이 집을 돌봤다. 정원을 만드는 일은 늘 마음 속에 염원이었다. 그러다 올 겨울이 가실 무렵 봄이 오는 듯 마는 듯 하던 그 때, 담장을 쳤다. 후추와 율무 덕분이었다. 담장을 짓고나니 내 정원이 생겼다. 아내의 로망 중 하나가 자신만.. 2021. 4. 8.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27 : 담장(4) 긴긴 겨울의 고민을 태풍급 바람이 한 번에 날려주듯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주문한 자재가 금요일에 도착할 거라는 말에 금요일 연차를 냈다. 그리고 목요일 저녁 퇴근 후에 터파기를 시작했다. 삽 자루 하나를 쥐고 잔디를 네모나게 잘라냈다. 낑낑거리며 잔디를 뜯어낸 후 땅을 파기 시작했다. 삽이 푹푹 들어가줘야 하는데 찔러넣을 때마다 돌부리가 걸렸다. 반발력이 팔꿈치에 전해져 아팠다. 두 시간을 넘게 낑낑거리고 담이 될 자리를 파내고 나니 아내가 너무 애쓰지 말고 들어오란다. 그래, 돈 아끼려다가 병나면 병원비가 더 든다. 돈만 아끼지 말고 몸도 아껴 써야 한다 다음 날 점심에 자재가 도착했다. 트럭 기사님께 영수증을 달라 하니 부가세 10%를 더 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거 법이 바뀐 게 언제인데 아직.. 2021. 3. 10.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26 : 담장(3) 고민을 하는 동안 봄이 성큼 다가왔다. 이제는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 겨우내 땅이 얼어서 공사를 못 하니 미루어 두었지만 이제는 담장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일단 움직이기로 했다. 돈이 별로 없으니 몸으로 때우자. 지난가을에 축대나 조경석 쌓기 견적을 받아보니 이백만 원을 달란다. 포크레인 하루 부르는데 오십만 원, 조경석 돌값만 생각하면 안 된다. 25톤 트럭이었나 조경석을 트럭에 싣고 오는 비용만 해도 또 이십오만 원, 인부들 품삯에 기타 잡비까지 하면 일이백은 그냥 나가는 거라고 했다. 이걸 마무리 해야 담장을 짓는 것이다. 집 주변에 팔려고 내놓은 땅을 다지면서 나온 자연석들이 보였다. 땅주인에게 허락을 구해 자연석 몇 개를 가져가기로 했다. “어떻게 가져가시게?” “구르마에 옮겨서 잘 끌고.. 2021. 3. 9.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25 : 담장(2) 담장을 짓기로 한 뒤로 어디 가면 남의 집 담장만 보였다. 담장에도 종류가 참 많았다. 담장을 짓기로 한 것이 지난 가을. 나는 겨울 내내 어떤 담장을 어떻게 지을지 고민했다. 깊어지는 고민만큼 알게된 담장의 종류가 많은데, 알아본바에 의하면 전원주택의 담장은 재료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돌, 나무, 철 그리고 혼합형태. 돌을 이용하여 짓는 경우엔 전통담장을 떠올리면 쉽다. 제주도의 현무암 담장이나 덕수궁 돌담길 같은 것들. 그러나 한옥집이 아닌 전원주택의 경우엔 대리석이나 굴림석 등을 주로 쓴다. 그 경우엔 자재 값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보통은 자연석으로 조경석 쌓기, 면쌓기 정도로 적당히 꾸미고 나무를 심는다. 울타리용 나무에는 흔히 사철나무나 회양목, 측백나무를 심는다. 돌로 짓는.. 2021. 3. 9.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24 : 담장(1) 시골에서 담장은 나름 중요한 요소이다. 주택의 외관이나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소 중에 하나이며 보안을 담당하는 첫 번째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담장이 있는 집과 없는 집의 가격 차이가 꽤 난다. 요즘엔 담장을 없애는 추세다. 1996년에 시작된 담장 허물기는 2012년 담장 안 하기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담장을 허물고 이웃과 마당을 공유하자는 의미였다. 도심의 부족한 주차공간을 담장을 허물면서 조금 해소시켜 보자는 의미도 있었다. 그런데 공간을 공유하는 개념이 범죄율 증가로 인해 다시 담장 쌓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 실례로 학교에 담장을 없애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고 취객들이 심야에 들어와 고성방가하거나 고교생들의 음주, 폭력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학교가 다시 담장을 쌓기 시작하자 인근 아파트 .. 2021. 3. 9.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23 : 노래방 시골에는 은근히 가정용 노래방 기계를 가지고 있는 집들이 많다. 하다못해 마을회관에라도 하나쯤은 있다. 우리 민족은 참으로 흥의 민족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마을에도 노래방 기계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두엇 되시는 것 같다. 종종 마을 행사 때나 개인적으로 노래방 기계를 서로 빌려 쓰시기도 하는 것 같다. 처음 이 마을에 이사왔을 때 낮에 노래방 기계 소리가 들려왔다. ‘아, 어르신들이 흥이 나셨구나.’했고, 저녁이 되자 이 노래방은 뒷집 어르신의 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거나하게 취하신 어르신들의 노랫소리, 창문을 닫으면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을 정도였다. 저녁을 먹고 10시가 넘어가도록 노랫소리를 계속되었다. 아내와 나는 슬슬 뒷집에 이야기를 해야하나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까.. 2021. 2. 15.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22 : 도깨비풀 (도꼬마리, 가막사리, 도깨비바늘) 주말엔 주로 강아지들과 산책을 나선다. 물론 매일 한두 번의 산책은 하고 있지만 최근 잦은 눈비로 산책 횟수가 눈에 띄게 줄자 율무가 항의 표시로 커튼에 오줌을 쌌다. 그래서 이번 주말엔 좀 멀리 나서는 산책을 했다. 트래킹이라고 할 법한 산책이다. 우리가 선호하는 산책은 사람이 전혀 없는 곳에서 강아지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다. 목줄 없는 산책을 위해서 우리는 트래킹 코스를 차로 대충 훑는다.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풀어주는 것이다. 때문에 강변을 선호하게 된다. 강둑 길을 따라 강변을 슬쩍 보면 2~3km는 한 눈에 보인다. 다행히 지난 주말에도 우리가 자주가는 코스에 사람이 전혀 없었다. 날도 제법 풀려 비교적 따뜻한 날씨에 우리는 자유롭게 자연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복병을 만.. 2021. 2. 1.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21 : 텃밭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 텃밭을 빼놓을 수가 없다. 도시 생활에서 텃밭이란 잘 정돈된 밭의 한 구역을 임대받아 주말마다 들려서 관리하고 수확하는 주말농장이 대부분이고, 옥상 한켠에 스티로폼 박스나 화분에 상추를 심거나 베란다에 들여놓고 작물을 키우는 베란다 텃밭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나는 도시에서 옥상 텃밭을 이용했었다. 근처 산에서 흙을 퍼오고 다이소에서 배양토, 상토 등을 사다 날라 만든 스티로폼 텃밭이었다. 인터넷으로 냉동식품을 주문하면 스티로폼 박스에 배달이 오곤 했는데, 이 스티로폼 박스가 참 처치 곤란이었다. 아파트라면 분리수거장에 그냥 내놓은면 끝이겠지만 빌라에 살던 나에겐 일일이 부숴서 비닐에 담고 날리는 스티로폼 가루들을 치우는 것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2021. 1. 27. 시마것 특별편 : 백봉이(백봉오골계) 가을이었다. 아내가 집 앞에 백봉 오골계가 있다고 했다. 백봉 오골계? 첫 시골집에서 백봉 오골계를 키운 적이 있다. 우리는 청계 병아리를 분양받아서 키웠는데 뒷산에서 백봉 오골계가 나타났었다. 집을 나온 닭인 것 같았는데 산속을 헤매다가 우리 집 청계 닭들을 보고는 무리에 끼고 싶었는지 혹은 배가 고팠는지 닭장 주변을 맴돌았다. 그래서 닭장 문을 열어주고 조금 몰이를 했더니 닭장으로 쏙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 후로 행복하게 청계 닭들과 잘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사료를 풍부하게 먹고 자란 덩치 큰 청계들이 백봉 오골계를 괴롭혔다. 아무튼 이제는 닭을 키우지도 않는데 웬 백봉 오골계? 우리 집 마당은 마른 계곡과 이어져 있다. 장마철에만 물이 내려가는 계곡인데, 평소에는 물이 없고 수풀이 우거져 있는 .. 2021. 1. 20.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9 : 백조 우리 동네 강가에 백조가 나타났다. 얼마 전 후추와 율무와 함께 트래킹을 하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근처에서 백조로 보여지는 무리를 언뜻 본 적이 있다. 나는 운전 중이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아내가 백조 같다며 차를 돌려보라고까지 말을 했으니 백조가 맞는 모양이다. 그래서 백조가 근처에 있긴 한가 보다 생각했다. 2020년의 마지막 날, 아침 출근하려고 집 앞을 나서는데 동네 어귀에 흐르는 강에 큰고니 세 마리가 보였다. 정말이었네. 우리 동네에 백조가 있다. 동화 백조의 호수, 영화 블랙스완에 나오는 그 백조. 백조에게 우리 동네의 자연환경을 인정받은 것 같아 나는 참 좋은 곳에 살고 있구나 느꼈다. 큰고니가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백조다. 사실 백조는 일본식 표현이라고 한다. 한국어로는 고.. 2020. 12. 31.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8 : 제설 제설 작업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군대다. 당시 강원도 화천에 있는 부대에 복무했는데, 최전방이다 보니 눈이 오면 1000고지까지 눈을 쓸어야 했다. 북한이 언제 처들어 올지 모르기 때문에 방어진지까지 즉각 출동을 할 수 있도록 눈을 쓸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논리는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몸은 납득하지 못했던 것 같다. 힘들었다. 평지에 내린 눈을 쓰는 것도 힘든데 산을 타며 눈을 쓸어야 한다니. 늘 제설 작업에는 가용 부대 인원이 모두 투입되었다. 땀범벅이 되어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초대형 거인처럼 온몸에 하얀 김을 내뿜으며 부대에 돌아오던 기억이 난다. 이곳은 작년엔 눈이 오지 않았다. 2019년의 겨울은 사실 온화한 편이었다. 그래서 눈이 안와서 눈 싸움을 할 수 없다는 푸념을 들었.. 2020. 12. 30. 이전 1 ··· 3 4 5 6 7 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