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의 기록89 04 그 집 이야기 뜰의 기록 : 어쩌다 시골살이 04화 - 그 집 이야기 시작하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는다 집주인이 서울에 살고 있어서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우선 부동산에서 등기로 계약서를 받고 집주인과 만나 작성한 뒤 다시 부동산으로 보내기로 했다. 부동산 계약 절차가 으레 그러하듯 서로 사무적인 태도를 취하며 꼭 필요한 대화만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상상한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의 어느 날이었다. 마주 앉은 테이블에서 집주인은 이 집이 흘러온 이야기를 소상히 들려주었다. 이야기는 이 집의 주인이 된 그날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됐다. 집주인이 이 집을 처음 봤을 때 그곳에는 아들을 서울에, 딸을 부산에 둔 한 아주머니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 2023. 1. 10. 03 일단 가는 거야 뜰의 기록 : 어쩌다 시골살이 03화 - 일단 가는거야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몇 날 며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밤낮으로 시골살이에 대한 글들을 찾아 읽었고 시골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상상하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했다. 소시지처럼 줄줄이 엮인 생각을 툭, 잘라낸 건 남편의 한 마디였다. “일단 가보자. 가서 문제가 생기면 네가 하자는 대로 할게.” 단호한 한 마디. 남편의 이 한 마디에 그 날이 겹쳐 떠올랐다. 우리가 아직 연인이었던 어느 날, 남편은 내게 결혼하자고 말한 그 날. 남편은 ‘저녁으로 치킨을 먹자’라고 할 때처럼 덤덤한 목소리로 결혼하자고 말했다. 너무도 태연해서, 나는 내가 잘못 들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꽃 모양의 자그마한, 풀 .. 2023. 1. 9. 02 현실과 이상 사이 뜰의 기록 : 어쩌다 시골살이 02화 - 현실과 이상 사이 도로가 막히지 않는 시간을 틈타 길을 떠났다. 밤새 걱정을 사서 하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나는 고속도로로 접어들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눈을 감았다 뜨니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내가 들렸다. 서울에서 3시간 30분.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였다. 사람이 사나, 싶을 만큼 한적한 마을에 초입에 차를 세웠다. 골목이 좁아서 이쯤에 주차를 하고 집 앞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큰길 옆으로 난 작은 샛길을 따라 들어갔더니 길을 따라 집 몇 채가 줄지어 나타났다. 여전히 길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집집이 내건 문패를 보며 사람이 사는 곳이로구나, 알 수 있었다. 길 끝에 다다랐을 때 이 집인 것 같다며 남편이 손짓을 했다. 나지막한 담과 짙.. 2023. 1. 7. 01 어느날 갑자기 내 마음이 말했다 뜰의 기록 : 어쩌다 시골살이 01화 - 어느날 갑자기 내마음이 말했다 '더 이상 안 되겠어.' 목까지 차올랐던 말이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것은 경기도에서 4년, 서울에서 3년을 살며 대학교를 졸업하고 재택근무자로 막 사회생활의 첫 걸음을 뗀 어느 봄날의 일이었다. 오랜 시간 집을 떠나 기숙사와 원룸, 자취촌을 전전하던 나는 대학교에서 만나 5년간 교제한 연인과 2016년 4월 결혼식을 올리고 동작구의 빌라에서 신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하철이 탁 트인 한강을 가로지를 때마다 내가 정말 서울에 왔구나, 감동했던 것도 다 지난 일. 어느 새 나는 만원버스에 몸을 싣고 창밖으로 보이는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을 보며 가슴이 답답해오는 것을 느꼈다. 고등학교 시절 막연히 서울생활을 동경해 여기까지 왔지만.. 2023. 1. 6. 컨테이너 하우스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37)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중에 밭에서 주로 마주치는 것 중 하나가 농막이다. 농막이란 농사에 편리하도록 농장 가까이에 지은 간단한 집으로 농기계나 필요한 자재 등을 보관하는 창고였는데 요즘에는 취사 휴식을 겸할 수 있게 되었다. 2012년 이후 법적으로 수도 및 가스 등의 설비가 가능해지면서 농막을 소형주택, 주말농장, 소형별장 등으로 활용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참고로 지자체 별로 수도, 가스, 데크, 정화조 허가 문제가 다를 수 있으니 사전에 확인을 해 보는 것이 좋다. 농막의 최대 장점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신고허가가 쉬워 접근성이 좋다. 다주택자 혹은 다주택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즐겨찾고 있다. 농막은 6평 이하를 기준으로 설치가 가능한데 6평은 원룸 수준의 크기로 평.. 2022. 6. 17. 정자 대신 파빌리온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36)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중에는 정자가 있다. 특히나 충청도 지역에는 밭 한 가운데도 정자가 우두커니 있는 경우도 있어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중 하나다. 정자도 시멘트로 지은 것부터 나무와 기와로 지은 것 오두막 스타일, 한옥 스타일 등 많다. 우리 윗 집도 정자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손님들이 놀러오면 항상 그 정자에서 차를 드시고 고기를 구워드시는 걸 볼 수 있었다. 나는 정자를 지을 돈은 없고 그 비스무리한 것은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했던 것이 파빌리온이었다. 검색에 검색, 검토에 검토를 걸쳐 결정된 것이 파빌리온이다. 정자, 파빌리온, 가든아치 등은 가설건축물에 해당한다. 그런데 파빌리온, 가든아치는 분해와 설치가 가능하기에 신고 없이 설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군청에서도 특별히 민원이 들어.. 2022. 6. 16. 정원 길 만들기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35) 길을 만들고 그 길을 걷는 상상을 한다. 길 양 옆으로는 잘 가꿔진 수풀들이 회양목이나 베롱나무, 라일락 등이 피고 지는 길을 걷는 상상. 버드나무 잎이 바람에 날리거나 정원 가운데 파고라를 타고 자라는 등나무에서 피는 등꽃 향기들. 꿀벌들이 붕붕대고 작은 새들이 벌레를 잡아가는 정원. 그 곳의 정원에는 벽돌로 바닥을 치장한 길이 있다. 대문까지 이어지는 길이 삐뚤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퇴사를 하고 최근 시간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대문까지 이어지는 길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사실 컨테이너를 하나 들이기로 해서 정비가 필요했다. 길을 만드는 일은 이제 없을 거라 생각했었지만 다시 노동이 시작되었다. 조적용 형광실을 샀다. 수평 수직은 잘 모르겠지만 양쪽으로 팽팽하게 잡아당겨 표시해 두면 곧은 길은.. 2022. 6. 15.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34 : 거대 마시멜로, 곤포 사일리지 어렸을 적 추석에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벼 수확이 끝난 논밭에 마시멜로처럼 동그랗고 하얀 거대한 무언가가 보였다. 그걸 보면 거대한 마시멜로가 생각이 났다. 뭐라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해 마시멜로라고 부르곤 했는데, 그것의 정체는 늘 궁금한 미지의 것이었다. 시골에 내려와서 보니 거대한 마시멜로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이것에 대해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주변에서 알려준 것은 아니었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게 되어 알게 되었다. 그것의 정체는 원형 볏짚이다. 정확한 명칭으로는 ‘볏짚 원형 곤포 사일리지’라고 한다. 콤바인이 알곡들을 걷고 지나가면 뒤에 남는 볏짚들을 동그랗게 말아 비닐로 포장해둔 것이다. 왜 그런 일을 하는가. 축산 농가에서 소들의 사료로 사가기 때문이다. 거대한 마시멜로는 소들이.. 2021. 10. 8.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33 : 대나무 진격의 대나무 시골에 내려와서 첫 집에는 밭 뒤편으로 대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병풍처럼 집을 감싸고 바람이 불면 쏴아아 하고 마음이 시원해지는 청량감 있는 소리를 내는 그런 대나무들 말이다. 대나무들 뒤로는 야산이었는데 어느 집안의 선산인지는 모르겠지만 군데군데 굉장히 오래된 무덤들이 있었다. 대나무가 이 무덤들을 가려주어 무덤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냈다. 무덤을 발견한 건 이사 온 뒤 1년이 지난 시점에 집 뒤편 산이 궁금해서 이리저리 오르내리다 우연히 발견했을 정도니까. 대나무 일부가 우리집 경계구역으로 넘어와 자랐다. 텃밭에 토마토 같은 지지대가 필요한 작물들을 심을 때 그 대나무를 베어다가 지주대로 세울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아했다. 닭장 문도 대나무를 베어다가 만들어 썼다. 텃밭으로 강아지들이 .. 2021. 9. 10.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32 : 물까치 도시에서는 존재 자체를 몰랐는데 시골에 와서 처음 알게 된 녀석 중 하나가 물까치이다. 물가에 살아서 물까치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물까치는 몸 색깔이 물색갈과 비슷하다 하여 물까치이다. 까치와 같이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 외에는 회색 몸통과 하늘색 날개와 꼬리를 가지고 있다. 물까치는 계문강목과로 분류해보자면 동물계 척삭동물문 조류강 참새목 까마귀과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동물계는 동물, 식물, 균, 원핵생물 등으로 나뉘는 큰 틀 중에서 동물에 속한다. 척삭동물문은 쉽게 말해서 척추 같은 중추 신경계를 이루고 있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정확히 척삭은 척수 아래로 뻗어 잇는 연골된 줄 모양의 물질인데 자세히 들어가면 복잡하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척삭동물문 중에서 조류강, 우리가 흔히 아는 .. 2021. 7. 12.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31 : 참새 내가 어릴 적 우리집은 아파트 단지에서 쌀집을 했었다. 아침이면 참새들이 짹짹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는 것이 일상이었다. 가끔 가게 안으로 용기있는(?) 참새가 날아들기도 했다. 근처에 카센터 사장님은 쥐끈끈이에 낱알을 붙여두고 참새를 잡아서 참새구이를 해 먹는 모습을 가끔 볼 수도 있었다. 만화 식객에 따르면 옛날에는 참새 한 마리가 달걀 하나 값이었지만 요즘은 귀해서 닭 한 마리 값이라 한다. 어른들이 나에게도 먹어보라 했지만 먹어본 적은 없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도시에서 새가 보이면 제비 아니면 참새였다. 그런데 90년대 후반이 되면서 이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비둘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2000년대가 되면서 ‘닭둘기’가 참새를 잡아먹는다는 괴소문이 돌기까지 했다. 더구나 학교 매점에서 파는 닭.. 2021. 6. 3. 시마것 030 : 시골보다 도시에서 더 많이 마주치는 것들, 비둘기 어느덧 사마것 30번째 글이다. 10번째마다 특별편을 구성했었는데 이제 일상이 그래서인지 특별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차라리 좀 더 평범한 것을 떠올려보다가 비둘기가 떠올랐다. 비둘기는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 더 많이 마주치는데 시골에서 마주치는 비둘기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비둘기가 총 289종이나 될만큼 다양한 종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중에 우리나라에는 6종이 서식을 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집비둘기이다. 도심의 공원이나 빌딩, 교각 아래에서 흔히 발견되는 새이다. 누구나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그 비둘기가 바로 집비둘기다. 시골에는 집비둘기보다는 멧비둘기를 마주치게 된다. 물론 멧비둘기도 도시에서 볼 수 있다. ‘멧’이라는 글자에서.. 2021. 5. 13.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