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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8 : 제설 제설 작업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군대다. 당시 강원도 화천에 있는 부대에 복무했는데, 최전방이다 보니 눈이 오면 1000고지까지 눈을 쓸어야 했다. 북한이 언제 처들어 올지 모르기 때문에 방어진지까지 즉각 출동을 할 수 있도록 눈을 쓸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논리는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몸은 납득하지 못했던 것 같다. 힘들었다. 평지에 내린 눈을 쓰는 것도 힘든데 산을 타며 눈을 쓸어야 한다니. 늘 제설 작업에는 가용 부대 인원이 모두 투입되었다. 땀범벅이 되어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초대형 거인처럼 온몸에 하얀 김을 내뿜으며 부대에 돌아오던 기억이 난다. 이곳은 작년엔 눈이 오지 않았다. 2019년의 겨울은 사실 온화한 편이었다. 그래서 눈이 안와서 눈 싸움을 할 수 없다는 푸념을 들었.. 2020. 12. 30.
흰둥이와 순둥이 하얀 강아지 율무가 이름을 갖기 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동화책 율무이야기에서 나온답니다. (율무가 저희 집에 처음 온 날, 3개월된 그 작은 강아지가 엄마를 찾아 하울링을 하던 것이 생각나서 그려보았어요.) 2020. 12. 29.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7 : 난방기기 시골에서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난방기기가 빠질 수가 없다. 시골살이에 대한 고충은 대표적으로 벌레와 난방, 두 가지이다. 그 외의 것은 즐길 수 있냐 없냐의 차이이다. 예컨대 편의점이 7.5km 떨어져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 치킨 배달이 되지 않는 것도 그러하다. 아내는 야식을 줄이게되고 사소한 소비를 줄이게 되어서 더 좋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것과 달리 벌레와 난방은 이야기의 맥락이 달라진다. (벌레에 관한 것은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08 : 절지동물’ 편을 참고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유독 난방을 중시한다. 시베리아 기단의 강추위가 간혹 시베리아보다 더 강렬할 때가 있다. 그래서 선조들이 온돌을 개발한 모양이다. 실존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외국인이 조선시대.. 2020. 12. 28.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6 : 버드 피딩 미스터선샤인에 변요한(김희성 역)이 하는 대사 중에 정말 심쿵하게 만드는 대사가 있다. “나는 이리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뭐 그런 것들.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다 죽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오.” 우리 부부는 참 작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는데, 작은 장식품이라거나 오르골, 예쁜 유리잔 등 크게 쓸데는 없는데 예쁜 것들을 좋아한다. 이것이 도시에서의 취미였다면 시골에서는 동물을 좋아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도시에서는 마주침이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귀촌 후에 첫 번째 집에서는 고양이들이 우리 부부의 생활 속으로 훅 치고 들어왔다면 두 번째 집인 지금 이곳에서는 산새들이다.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다섯 번째에서 ‘새’를 소개한 바.. 2020. 12. 24.
Drawing : 땡벌 율무 율무는 지쳤어요, 땡벌~ 땡벌~ 기다리다 지쳤어요, 간식~ 간식~율무는 아침마다 수행해 오던 자명종 역할을 포기했어요. 아침마다 침대를 긁어대며 낑낑 거리면 형이나 언니가 일어나 '개껌'을 주는데, 요즘엔 계속해서 늦잠만 자는거에요. (형은 항상 본인이 형이라고 하고 언니는 항상 본인이 언니라고 해서, 율무한테는 형,누나 또는 언니,오빠가 아닌 형, 언니에요.)율무는 이제 몇 년간 이어오던 자명종 역할도 지쳐 버렸어요. 어휴, 율무가 보기에도 피곤해보였나봐요.대신 율무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정말 동그랗게 잘 말아서 가끔 베이글이나 하얀털 방석같아요, 형이나 언니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죠. 그런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었어요. 자명종 역할을 하지 않아도 형이나 언니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개껌.. 2020. 12. 23.
Essay 013 :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무색(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이 2020년 12월 25일부터 의무화가 되었다. 전국 공동주택에서 의무화라고 하는데, 공동주택이란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기숙사 등을 말한다. 단일 소유주의 다가구 주택은 이 공동주택이란 단어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 단독주택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 의무화된 분리배출은 단독주택이나 단일 소유주의 다가구 주택에는 포함이 되지 않는 걸까? 공동주택에 의무화가 된 것은 아마도 재활용품 수거함 등의 이유에서일 것이다. 사실 그것과 상관없이 전국민이 지켜줘야 하는 일이다. 환경문제이지 않은가. 일주일에 카드 한 장 분량의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환경문제가 코로나 다음으로 가장 큰 이슈이다. 지킬 수 없다면 모르되 지킬 수 있.. 2020. 12. 22.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5 : 기르고냥(길고양이) 길고양이, 도둑고양이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존재 자체로 도둑 취급을 받는 고양이. 지금은 길고양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이제 시고르자브종에 이어 기르고냥(뜻: 길고양이)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3~4년 정도. 사는 곳이 도시의 틈새이다 보니 로드킬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잦다. 또한, 길에서 먹이를 구하다 보니 사람이 먹다 버린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 음식물은 나트륨 함량이 높고 고양이에게는 꽤나 기름지다. 선천적으로 신장이 약한 동물로 태어난 길고양이들은 이 때문에 염분이나 화학조미료로 인한 체내 영양 불균형에 시달린다. 음식물쓰레기를 뒤져 생을 이어가는 이 고양들은 주로 신부전증이나 요도결석, 신장질환에 결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골에 내려와서 얼마.. 2020. 12. 21.
Essay 012 : 소설 쓰기 소설을 쓰고 있다. 그 때문에 블로그에 에쎄이가 좀 뜸했다. 그랬더니 이내 조회수가 줄어버렸다. 슬픈 일이다. 사실 조회수를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카카오 애드핏을 단 뒤로 계속해서 신경을 쓰게 된다. 이것은 내가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아무튼 소설을 쓰고 있다. 나는 소설로 등단한 작가도 아니고, 등단을 희망하는 지망생도 아니다. 더구나 글쓰는데 등단제도는 필요악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학을 전공했고, 소설 쓰기가 재밌다. 전공을 할 때는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쓰는 것이었고, 등단만이 목표였을 뿐이었다. 졸업을 한 후 십여 년이 흐르는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야 즐거운 글쓰기를 하고 있다. 글쓰기가 재미있으려면 목적이 없어야.. 2020. 12. 17.
낮잠북스 새책 출간 소식 : 율무이야기 낮잠북스는 4년 전 후추이야기를 만들면서 만들었던 출판사에요. 지금은 사업자 말소를 해둔 상태지만 여전히 출판등록증을 가지고 있지요. 남들은 1인 출판을 한다지만 저희 부부는 반푼이(?)들이라 2인 출판을 해요. 각자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나누어서 맡은 결과지요. 부부란 것이 그런 것 아니겠어요? 아무튼 4년 전, 후추이야기를 출판하고 독립출판 서점에 입고를 했었죠. 지금도 몇몇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책방에서 후추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후추이야기는 아내가 글을 쓰고 제가 직접 편집디자인을 해서 출판을 했어요. 아, 물론 그림작가님도 따로 구하구요. 작은 후추를 편의점 앞에서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율무를 데려오기까지의 이야기를 후추의 시선을 통해 쓴 동화책인데요. 실화를 바탕으로한 어른들에.. 2020. 12. 10.
시골에서 마주치는 것들 014 : 시고르 자브종 시골이라는 정겨운 단어를 들었을 때 차가운 공기와 함께 떠오르는 공감각적 사운드가 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댁에 간다거나 시골에 있는 친척집에 가면 대부분 저녁 무렵이었다. 시골 동네에 어귀에 차가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연쇄적으로 울리는 그 소리가 있다. 개 짖는 소리다. 한 놈이 짖기 시작하면 가까운 개부터 짖기 시작하여 온 동네 개들이 다같이 짖어대는 통에 마을에 누가 왔는지 대번에 티가 났다. 마루에 앉아서 고구마 따위를 주워 먹고 있노라면 또 다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그럼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척들이 도착했나 보다 했다. 시골에서 개들은 대부분 용도가 정해져 있다. 집을 지키는 것이 첫 번째요, 두 번째는 복날 보양식이 되는 것. 복날이 지나고 동네 개들 중에 보이지 않는 녀석이 있으면 명복.. 2020. 12. 9.
후추의 상상 : 우주도롱뇽 후추는 목욕탕에 들어가기도 전 부터 허공에서 수영을 해요. 후추의 배를 안아들면 손발을 휘적휘적 저어대지요. 마치 우주유영을 하는 것 처럼요. 후추는 목욕하기 전 우주유영을 상상하곤 한답니다. 무중력 상태의 자유로운 유영을~ 후추에게 여긴 우주가 아니라고 말해주려다가 우주도롱뇽 옷을 입으면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고 알려줬어요. 그 옷을 입으면 잠수가 가능하지요. 바다 속은 마치 우주와 비슷한데, 이 옷을 입고 상상의 바다를 헤엄쳐 잠수를 하면~ 우주유영을 느낄 수 있다고 말이에요. 그 뒤로 후추는 우주 유영을 하는 꿈을 꾸는 모양이에요. 잠을 잘 때 “망망” 소리를 내더니 한 번씩 손발을 허공에 젓고는 하거든요. 후추의 꿈은 우주유영을 해보는 것이에요. * 본 게시물의 이미지는 구루퉁님의 순수 창작.. 2020. 12. 8.
Essay 011 : 포켓몬 스티커를 사니 빵이 왔어요 포켓몬 스티커를 샀는데 빵이 덤으로 왔어요. 때는 99년도. 치토스에서 나오는 따조가 한참 유행이 지났고 슬램덩크의 전성기가 끝나갈 무렵이었던 것 같다. 혜성처럼 등장한 포켓몬스터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중학생이었을 무렵 샤니 빵을 사면 포켓몬스터 스티커가 들어있었다. 당시의 인기를 반영한 마케팅이었다. 결과는 엄청났다. 그 시절 초, 중고생들에게는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빵을 사 먹었던 기억들이 다 있을 것이다. 나도 스티커를 갖고 싶어서 빵을 사본 적이 있다. 500원짜리 샤니빵. 나는 그 중에 초코롤을 좋아했다. 부드럽고 내가 좋아하는 초코크림이 듬북 든 500원짜리 롤케이크. 그런데 초코롤을 사면 ‘또도가스’나 ‘로켓단’의 케릭터들만 자꾸 나오는 것이다. 몇몇 친구들은 전설의 ‘뮤’같은 스티커를 가.. 2020.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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